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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때 R&D 늘린 역발상 탄소섬유 세계 최강자로

닛카쿠 아키히로

닛카쿠 아키히로

‘닷컴 버블’이 꺼지던 2001년 일본의 첨단소재 기업 도레이에 사상 초유의 위기가 찾아왔다. 영업이익이 188억 엔으로 급감한 것이다. 1926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맞는 위기였다. 긴급 소집한 비상경영대책회의. 도레이의 경영진은 뜻밖의 결정을 내린다. 적자임에도 원천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렸다. 사업을 축소하거나 생산시설을 철수하지도 않았다
 
지난달 일본 미시마(三島) 도레이 연구센터에서 만난 닛카쿠 아키히로(日覺昭廣·사진) 도레이 사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기에도 고부가가치 사업에 R&D를 계속한 것이 현재 도레이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도레이는 항공기·친환경차 등의 신소재로 주목받는 탄소섬유의 글로벌 최강자다. 최근 4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써내려 가면서 일본 기업 부활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도레이 성공의 힘은 무엇인가.
“과감한 R&D 투자다. 여러 분야에 걸쳐 오랫동안 축적한 기술이 원동력이다. 우리가 내놓은 신소재는 이런 기술을 조합해 세상에 나왔다. 의료용 섬유를 이용한 인공신장이나, 사진에 쓰이는 폴리에스테르필름을 활용한 액정표시장치(LCD)용 반사필름 등 복수 분야의 기술을 융합한 신소재가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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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사업인 섬유사업이 사양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일반 화섬제품으로는 신흥국과 더는 경쟁할 수 없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섬유 개발에 집중했다. 또 사업을 ▶탄소섬유 복합소재 ▶플라스틱 및 케미컬 ▶환경 및 엔지니어링 ▶생명과학 및 기타 분야 등으로 확대했다.”
 
항공기용 탄소섬유가 도레이를 세계 최고로 만들었다. 
“1960년대 초 연구에 착수했고 상업 생산을 시작한 게 71년이다. 당시 탄소섬유는 쓸 곳이 마땅찮았다. 그래서 낚싯대와 골프채 등 스포츠 용품부터 적용했다. 사람들은 취미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덕분에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돈을 벌었다. 그러다 2006년 보잉과 탄소섬유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탄소섬유는 50년 이상 개발을 지속해 온 집념의 산물이다.”
 
유니클로와 협력한 히트텍이 성공했다.
"2000년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이 고(故) 마에다 가쓰노스케 도레이 회장을 찾아와 ‘소재로 세상을 바꾸려는 도레이와 옷이 변하면 세상도 바뀐다고 생각하는 유니클로의 생각의 본질이 같다. 협업해 섬유산업을 바꿔 보자’고 제안했다. 이후 도레이 안에 유니클로 전담 부서가 설립돼 에어텍·히트텍 등을 공동 개발했다.”
 
현재는 어떤가.
“2003년 히트텍이 시장에서 대히트를 치면서 두 회사는 서로의 기술·지식을 공유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최고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제조가 소매와 연결되면 유통 구조가 간결해져 양쪽 모두 이익이 늘고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할 수 있다. 도레이 입장에선 피드백을 반영한 고기능·고성능 섬유 소재 개발이 쉬워졌다.”
 
이외에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신재생 에너지의 한 축으로 떠오른 풍력발전기 날개 용도로 탄소섬유의 수요가 늘고 있다. 자동차 외장에 탄소섬유를 활용하는 회사도 많아지고 있다. 무게는 철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이상 강한 탄소섬유의 장점 때문이다. 항공·우주 산업용으로 용도를 더 넓혀 갈 계획이다. 연료전지·의료기기·탄소복합재료·바이오·수처리 등도 대형 사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 전략은?
"정보기술(IT)을 산업 현장에 접목하는 것이 인더스트리 4.0이라면 도레이는 이미 4.2 정도에 와 있다. 예컨대 히트텍 생산을 위한 원사·염색·봉제 등 주요 공정이 세계 각지에서 이뤄지는데 도레이는 이미 IT를 활용해 납품 시기와 품질관리 등의 공정을 제어하고 있다.” 
 
미시마(일본)=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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