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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서 분변 찾아 6개월 … 멸종위기 사향노루 6마리 발견

천연기념물 216호이자 멸종위기 1급인 사향노루. DMZ와 일부 산악지대에 극소수가 서식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천연기념물 216호이자 멸종위기 1급인 사향노루. DMZ와 일부 산악지대에 극소수가 서식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지난 8일 오후 강원도 화천군 민통선 인근의 한 도로. 양옆으로 눈이 채 녹지 않은 가파른 산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차를 타고 군 초소를 지나 북쪽으로 올라가자 100미터쯤 앞쪽에서 어슬렁거리는 멧돼지 한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남한 최북단에 위치해 지난 60여년 동안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이곳은 야생동물에겐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최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이 지역에 멸종위기종 중에서도 가장 개체 수가 적은 사향노루의 서식이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취재진은 황기영(44) 네이처원 소장의 안내를 받아 도로 한쪽에 차를 세우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황 소장은 2012년부터 산양·사향노루 등 멸종위기 동물을 조사하는 현장 연구가로 활동해 왔다. 한 시간쯤 올라갔을까. 황 소장이 나뭇가지로 바닥의 눈과 낙엽을 치우자 콩알만 한 작은 분변들이 나타났다. 사향노루가 남긴 것이었다. “사향노루는 몸집이 고라니보다도 작기 때문에 분변도 5㎜ 정도로 조그맣죠. 얼마 되지 않은 분변에선 사향노루만의 독특한 냄새가 나요.”
 
강원도 화천군 민통선 인근의 산에서 발견된 사향노루 분변. [국립생물자원관]

강원도 화천군 민통선 인근의 산에서 발견된 사향노루 분변.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물자원관의 ‘주요 동물자원의 유전자 다양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화천군 일대에는 사향노루가 6마리 이상 서식하고 있다. 결정적인 단서는 사향노루가 남긴 분변이었다. 연구팀은 주삿바늘 등을 사용해서 생체 시료를 직접 채집하는 방식이 아닌, 분변·털 등 비침습 시료를 채집해 유전자를 분석하는 방식을 사향노루에 적용했다. 이 기법은 대상종을 직접 접촉하지 않고 연구를 할 수 있는 데다가 혈연관계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멸종위기종의 서식환경을 파악하는 데 활용도가 높다.
 
황 소장은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매달 2주씩 현장조사원으로서 산속에 머물면서 사향노루 흔적을 찾아다녔다. 그 결과, 분변 369개와 털 등 시료를 확보했고, 덕분에 한정된 서식지에서 사는 사향노루의 숫자를 유전적으로 밝혀낼 수 있었다.
 
수컷의 사향주머니 에서 만들어지는 사향은 고급 약재와 향수의 원료로 쓰인다. [중앙포토]

수컷의 사향주머니 에서 만들어지는 사향은 고급 약재와 향수의 원료로 쓰인다. [중앙포토]

국립생물자원관 안정화 연구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멸종위기종에 위해를 가하지 않고도 지속해서 생태 유전학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천연기념물 제216호이자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된 사향노루는 멸종위기종 중에서도 가장 희귀한 동물이다. 수컷의 생식기와 배꼽 사이에 있는 사향(麝香) 주머니에서 만들어지는 사향이 고급 약재와 향수의 원료로 쓰이면서 무분별한 밀렵의 대상이 됐다.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진한 향을 풍기는 사향이 멸종의 위기를 불러온 셈이다.
 
국내에서도 과거 전남 목포에서부터 백두산까지 전국에 분포했으나 밀렵 탓에 그 수가 급속도로 줄었다. 1960년대 이후로는 DMZ(비무장지대)와 일부 산악지대에 극소수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국내에는 30마리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확실치 않다. 국립생태원 최태영 책임연구원은 “사향노루는 DMZ가 없었다면 벌써 멸종이 됐을 만큼 국내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큰 동물 중 하나”라며 “서식이 확인된 지역을 대상으로 밀렵을 막고 사향노루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천=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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