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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33명 징역 합하면 87년 … 장·차관급 11명 수감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
 
10일로 현직 대통령 탄핵 1년이 지났다. 변화상과 소회를 묻기 위해 파면을 선고한 재판관과 파면된 대통령을 먼저 찾았다.
 
지난 7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만난 이정미(56)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석좌교수로 ‘법과 재판실무’ 강의를 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온 그에게 탄핵 1년의 소회를 묻자 완곡한 거절의 뜻을 밝혔다. 계속된 취재요청에 문자메시지가 왔다. “인터뷰에 응하지 못함을 양해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세요.”
 
다음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로 갔다. 비가 내렸지만 한 노인은 우산도 없이 태극기를 들고 정문 앞에 서 있었다. 내부에 들어가 접견 절차를 밟았다. 담당자가 면회 신청인의 신원,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묻고 몇 번을 오가며 상부에 보고했다. 한참을 기다렸으나 끝내 불허됐다. 구치소 측은 “박 전 대통령은 안에서도 말씀이 없다. TV도 켜지 않고, 지지자들 편지만 본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4월6일 1심 선고일을 기다리는 중이다. 앞서 검찰은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들뿐 아니다. 탄핵 후 1년, 대한민국은 여러 가지가 변했다. 지난해 ‘5·9 조기 대선’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박근혜 정부와의 차별화에 주력했다. 우선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지했다. 이어 5·18 기념식 제창곡으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지정해 부르도록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유감의 뜻을 밝혔다. 검찰에는 ‘적폐 청산’ 수사를 지시했다. 서열을 깨고 임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끄는 수사팀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광범위하게 수사하며 여러 기록을 남겼다. 500명이 넘는 수사(검찰+특검) 인력이 투입돼 총 104명(55명 구속)을 재판에 넘겼다. 이 중 지금까지 1·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국정농단 관련 피고인들(징역형 33명)의 형량을 합하면 87년 8개월이다. 국정농단 주범인 최순실씨가 징역 20년으로 가장 높았다.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기춘·안종범·조윤선·문형표 등 장·차관급 인사 11명이 수감됐다. 재판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은 구속연장 결정에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이라며 재판 거부를 선언했다. 이후 단 한 차례도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적폐 수사는 진행형이다. 현재 초점은 자동차 부품납품업체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맞춰져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근인 김진모 전 민정비서관과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을 구속기소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는 14일로 예정돼 있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은 “탄핵만큼 ‘법치 대한민국’ 확립에 기여한 일이 없다. 탄핵 과정에서 국민은 법치주의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반면교사로 절실하게 깨닫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촛불을 든 국민의 요구가 제대로 충족됐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현(62)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라’ ‘국민이 참여하는 민주적 국가를 만들어달라’고 촛불을 들었지만 과거 수사에만 몰두하며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 “나라를 바꾸라”는 요구에 부응하려면 사람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도(분권형 개헌 등)까지 개선해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종대(70) 전 헌법재판관은 “병을 치료할 때 환자의 몸이 견뎌낼 수 있는 약을 투여해야 하듯 지금껏 전직 대통령에 대해 구속수사라는 강한 약을 썼다면 이제는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기 위한 약을 써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일훈·정진우·문현경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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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