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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은 알고 있다, 집념의 신 ‘땀메달’

신의현이 11일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좌식경기에서 힘차게 언덕을 오르고 있다. 2006년 교통사고를 당해 두다리를 잃은 신의현은 불굴의 의지로 동메달을 땄다. [연합뉴스]

신의현이 11일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좌식경기에서 힘차게 언덕을 오르고 있다. 2006년 교통사고를 당해 두다리를 잃은 신의현은 불굴의 의지로 동메달을 땄다. [연합뉴스]

11일 평창 겨울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경기가 열린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
 
앉아서 스키를 타는 좌식 남자 15㎞ 경기에 출전한 신의현(38·창성건설)은 이를 악물고 눈밭을 달렸다. 스키 플레이트가 달린 의자에 앉은 채 폴을 잡고 15㎞를 달리면서 그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팔이 빠질 듯 아팠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가쁘게 숨을 몰아쉬면서 골인한 그의 기록은 42분28초9. 출전 선수 29명 가운데 3위였다. 2015년 8월,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난생처음 스키를 탔던 신의현이 31개월 만에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것이다. 처음 출전한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건 그는 “대한민국 패럴림픽의 역사를 새로 써서 영광이다.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신의현이 따낸 동메달은 평창 겨울패럴림픽에서 한국이 딴 첫 메달이었다. 역대 겨울패럴림픽에선 한국의 세번째 메달이었다. 신의현은 “스키를 시작할 때 메달까지 딸 줄은 몰랐다.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애인 노르딕스키는 비장애인 스키에 비해 힘이 훨씬 많이 든다. 성봉주 한국스포츠개발원(KISS) 연구위원은 “좌식 경기는 오로지 상체의 힘만으로 스키를 밀고 나가야 한다. 이 때문에 똑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비장애인 경기보다 2~3배가량 더 힘이 든다. 코너를 돌 때도 중심을 못 잡으면 자주 넘어진다”면서 “강한 의지가 없으면 끝까지 하기 힘든 종목”이라고 말했다.
 
2006년 2월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절단한 아픔을 겪었던 신의현은 2009년 가을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휠체어농구에 이어 장애인 아이스하키, 휠체어사이클에 이르기까지 땀을 흘리는 운동을 찾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도전했다. 그에게 운동은 살아있다는 증표이자 삶의 활력소였다.
 
평창패럴림픽에서 한국의 첫 메달을 따낸 신의현(앞)이 배동현 선수단장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평창패럴림픽에서 한국의 첫 메달을 따낸 신의현(앞)이 배동현 선수단장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스키장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던 그는 2015년 지인의 권유로 좌식 스키에 입문했다. 그는 “어렸을 때 동네에서 비료 포대를 타고 눈밭에서 썰매를 탔던 게 전부였다”고 했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의 두 다리가 성치 않다는 것이었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그는 인터넷 동영상을 돌려보면서 스스로 기술을 연마했다. 눈이 오지 않는 여름엔 스키 바닥에 바퀴(롤러)를 달고 대관령을 넘는 훈련도 마다치 않았다.
 
그 덕분에 신의현의 기량은 일취월장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리비프 월드컵에서 2관왕에 오른 데 이어 지난달 핀란드 부오카티 월드컵 바이애슬론 7.5㎞에선 우승을 차지했다. 스키를 더 잘 타기 위해 몸무게도 줄였다. 그는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채식 위주로 식단을 짰다. 그 결과 평창패럴림픽을 앞두곤 4~5kg 정도 감량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날 아들의 경기를 지켜본 어머니 이회갑(68)씨는 “교통사고 이후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때는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기도 밖에 없었다. 그저 ‘아들이 살아서 건강하게만 해달라’고 빌었다”면서 “패럴림픽에서 메달까지 따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2007년 결혼한 베트남 출신 아내 김희선(31)씨와 딸 은겸(12)양, 아들 병철(9)군도 이날 경기장을 찾아 응원했다. 지난 10일 바이애슬론 7.5㎞에서 5위에 오른 뒤 어머니 이 씨를 보고 눈물을 흘렸던 신의현은 “어머니 앞에서 흘린 건 눈물이 아니라 땀이었다”고 농담을 건네면서도 “가족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바이애슬론 7.5㎞와 15㎞ 경기를 마친 그는 바이애슬론 12.5㎞와 15㎞,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1.1㎞)와 7.5㎞ 등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이틀간 눈밭을 22.5㎞나 질주한 그는 평창패럴림픽 기간 총 60㎞ 가까운 거리를 달리는 강행군을 펼친다. “남은 4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 나를 위해 희생한 가족들에게 꼭 금메달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신의현이 출전한 좌식 15㎞ 종목에는 북한의 마유철(27)과 김정현(18)도 출전했지만, 완주에 만족해야 했다. 두 선수는 패럴림픽 출전을 위해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스키를 접했다. 29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2명이 중도에 레이스를 포기한 가운데 마유철은 26위(1시간4분57초3), 김정현은 27위(1시간12분49초9)를 차지했다. 김정현은 특히 금메달을 딴 막심 야로프이(우크라이나·41분37초0)에 31분12초9나 뒤진 기록으로 골인했다. 그는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레이스를 펼쳐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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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