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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GM 살린 구원투수, 한국GM은 어떻게 할까

베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

베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

방한할 때마다 한국 정·관계를 뒤흔드는 인물이 있다. 배리 엥글(53) GM인터내셔널 사장이다. 한국GM의 최대주주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입장을 대변하는 핵심 인물이다. 지난 7일 네 번째로 방한한 그는 산업통상자원부·KDB산업은행과 만나 한국GM 회생을 위한 본사의 의지를 전달하고 출국했다.
 
그의 행보가 주목받는 건 엥글 사장이 일명 ‘브라질 모델’을 직접 추진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브라질 모델은 GM 본사가 구조조정을 추진하다가 회생으로 돌아선 브라질 사업장 사례를 지칭하는 용어다.
 
메리 바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은 2014년 1월 취임 직후 글로벌 구조조정을 시작하면서 브라질을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타 시장’으로 분류했다. 브라질 공장을 관할하던 기존 GM 남아메리카 법인도 한국GM과 마찬가지로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실제로 구조조정 직전 67만8323대(2013년)였던 GM 브라질 법인 생산량은 메리 바라 회장이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절반 이하(31만2383대·2015년)로 쪼그라든다. 700여명의 근로자가 일시에 해고당하기도 했다. 2013년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한국GM 생산 대수가 78만5757대에서 51만9385대로 감소한 것과 ‘판박이’다. 하지만 이후 한국과 브라질은 정반대 길을 걸었다. GM은 결국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라는 결정을 내린 반면,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총 31억 헤알(1조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엔진·실린더를 제조하는 산타카타리나 공장에 19억 헤알(6300억원)을 투자하고, 완성차를 조립하는 리오그란데 도 술 공장에 신규 차종 배정을 위해 12억헤알(4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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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별도로 지금은 단조·도장 등 공정만 수행하는 상조제두스캄푸스 공장에서 향후 완성차(경차)를 생산할 계획도 구체화 하고 있다. 또 반조립차량(CKD)을 생산하는 무지다스크루제스 공장에서 완성차 생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GM 본사가 브라질 공장에 신차 2종을 배정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GM 브라질 공장 생산량도 31만2383대에서 지난해 47만3369대로 반등했다. 브라질 고용인원(2만2894명)은 희망퇴직 이후 한국GM(1만여명) 근로자의 두 배가 넘는다. 브라질 소비자도 GM 차량을 적극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불과 4년 전 브라질 자동차 시장의 ‘양강’ 피아트·폴크스바겐에 밀렸던 GM은 이들을 제치고 내수 점유율 1위(18.8%)로 올라섰다. GM은 올해 브라질 시장에서 100% 순수전기차를 수입 판매하고 카셰어링(car sharing·공유 차량) 서비스도 도입한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던 GM이 브라질 공장에서 적극적 투자로 돌아선 계기는 노·사·정 3자 간 신속한 협의였다. 2014년 8월 메리 바라 회장은 지우마 호세프 당시 브라질 대통령과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브라질 정부는 GM 브라질법인에 세금 감면과 대출 등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GM도 소형차 오닉스와 다목적차량(MPV) 스핀 등을 브라질 시장에 배정하고, 향후 5년간 브라질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제너럴모터스(GM) 브라질 상조제두스캄푸스 공장에서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 한국GM]

제너럴모터스(GM) 브라질 상조제두스캄푸스 공장에서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 한국GM]

구조조정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했던 GM 브라질 법인 노동조합 분위기도 달라졌다. GM 브라질 법인이 650명 일시 해고 등 최대 800명 감원 계획을 철회하자, 브라질 금속노조도 임금 7% 삭감 등 사측 제안을 받아들였다.
 
2015년 9월 GM에 긴급 투입된 배리 엥글 사장은 지난해까지 GM 남미사업부문 사장으로 재직하며 정부·노조 관계자와 만나 이를 직접 추진했다. 그는 미국 브리검영대학에서 스페인어를 부전공하고 아르헨티나에서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포드자동차 남미부문 사장으로 재직하는 등 남미 전문가다.
 
당시 엥글 사장의 행보는 방한할 때마다 정부와 한국GM 노조를 만나서 한국GM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는 모습과 똑같다. 엥글 사장은 GM 브라질 법인의 회생 과정을 벤치마킹하라는 의미에서 최근 한국GM 일부 임직원을 브라질에서 열린 ‘글로벌 실무회의’에 파견하기도 했다.
 
‘브라질 모델’은 한국GM 사태에 시사하는 바도 많다. GM은 지난 5일 KDB산업은행에게 서신을 보내 ▶신차 배정 ▶기존 부채 전액 탕감 ▶신규 투자 등 7가지를 제안했다. 엥글 사장은 ‘브라질 모델’의 핵심으로 “이해관계자(GM·정부·노조)의 신속하고 빠른 의사 결정”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과거 브라질 모델 추진 당시 “브랜드가 무너지거나 판매망에 타격을 입기 전에 (빠르게 노사정 3자가 합의해) 기업을 회생시켜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때문에 GM은 한국 정부와 한국GM 노조의 빠른 의사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GM이 정부에 발송한 ‘한국GM 투자 제안서’는 ‘주요 주주가 신규 자금을 조달하지 않는다면 한국GM 현금은 3월 말까지 고갈된다’며 이렇게 될 경우 ‘당장 4월 중 노조원에게 지급할 성과급과 희망퇴직자에게 지급할 위로금 지급이 어려워진다’고 기재했다. GM이 KDB산업은행에 추가 대출을, 한국GM 노조에게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노사합의를 요구한 배경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GM 구조조정은 정치적 문제를 떠나 보다 빠르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GM은 보다 상세한 투자계획을 내놓고, 정부는 당장 실사를 추진해서 최대한 빠른 처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베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 경영자리더십위원회의 부사장이자 한국GM 모기업인 GM인터내셔널 사장이다. GM인터내셔널이 남미사업부문과 국제사업부문으로 나누어져 있을 때, 남미사업부문 사장이었다. GM이 지난해 10월 북미·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사업장을 통합해 관리하는 GM인터내셔널이 출범하면서 총괄 사장으로 부임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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