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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 스타일 가고, 50년대 이탈리아풍 온다

세상이 온통 ‘복고’에 빠져 있다. 영화·드라마부터 음식, 패션과 인테리어까지 복고 스타일이 대유행이다. 이번엔 소형 가전제품 시장이다. 기능과 깔끔한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토스터·전기주전자 등 소형 가전제품들이 최근엔 '레트로'란 이름으로 복고 코드를 입고 인기를 얻는 중이다. 레트로(retro)는 회고·추억이라는 의미의 영어 ‘레트로스펙트(Retrospect)’의 줄임말로 과거의 전통이나 체재, 생활 등을 그리워하고 그것을 본뜨려는 풍조를 말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레트로 스타일의 소형 가전들. 크롬 소재에 둥글둥글한 디자인선과 알록달록한 컬러가 특징으로, 집안 분위기를 살려줄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 없다. 왼쪽부터 '켄우드'의 토스터, '드롱기' 에스프레소 머신, 스메그 전기주전자, 드롱기 우유거품기, '레꼴뜨'의 1인용 오븐, 스메그 반죽기. 우상조 기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레트로 스타일의 소형 가전들. 크롬 소재에 둥글둥글한 디자인선과 알록달록한 컬러가 특징으로, 집안 분위기를 살려줄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 없다. 왼쪽부터 '켄우드'의 토스터, '드롱기' 에스프레소 머신, 스메그 전기주전자, 드롱기 우유거품기, '레꼴뜨'의 1인용 오븐, 스메그 반죽기. 우상조 기자

  
2013년 레트로 제품을 처음 국내에 선보인 스메그·드롱기에 이어, 최근에는 필립스·테팔 등 대형 가전 브랜드와 동부대우전자·대유위니아 등 국내 브랜드에서도 활발히 레트로풍 가전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유닉스전자는 올해 2월 레트로풍 디자인을 접목한 헤어 드라이어까지 내놔 소형가전업계에 부는 레트로 바람이 부엌가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레트로 소형가전의 인기는 유통업체들의 매출 실적에서도 잘 나타난다. G마켓의 레트로 스타일 가전제품 판매 실적은 지난 2월까지 전년 동비 대비 6.4배 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백화점 전체 매출 신장률이 전년동기대비 -4%대로 역신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소형가전 매출은 10.3%로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에 레트로 가전을 소개한 스메그는 지난해 2016년 대비 50% 이상의 높은 매출 성적을 거뒀다.  
지난 2월 유닉스전자는 레트로 스타일의 헤어 드라이어 '파워맥스'를 출시했다. [사진 유닉스전자]

지난 2월 유닉스전자는 레트로 스타일의 헤어 드라이어 '파워맥스'를 출시했다. [사진 유닉스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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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가전 트렌드를 이끄는 곳은 이탈리아 가전 브랜드 '스메그'와 '드롱기'다. 레트로 가전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빨간 냉장고가 바로 스메그 제품이다. 1950년대 이탈리아 가전제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으로 '50's 레트로 스타일'이란 이름을 갖고 있다. 화려한 색감과 예쁜 디자인으로 97년 출시하자마자 화제가 됐고, 2013년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에 처음 팝업스토어 형태로 소개됐을 땐 준비된 물량이 다 팔려 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냉장고의 성공으로 뒤따라 출시한 스메그의 토스터·전기주전자·반죽기도 파스텔톤의 화려한 색감과 귀여운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커피머신으로 유명한 ‘드롱기’도 2013년 빈티지를 내세운 ‘아이코나 빈티지 라인'을 내놓으며 레트로 가전 시장에 동참했다. 동글동글한 몸체에 빛바랜듯한 느낌의 초록색 토스터와 전기주전자는 출시하자마자 눈길을 끌었고, 스메그와 드롱기 제품들은 곧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가지고 싶은 '워너비 아이템'이 됐다.  
'빨간 냉장고'로 유명세를 탄 스메그는 여러 가지 다양한 색상의 레트로 스타일 냉장고를 내놓고 있다. [사진 스메그]

'빨간 냉장고'로 유명세를 탄 스메그는 여러 가지 다양한 색상의 레트로 스타일 냉장고를 내놓고 있다. [사진 스메그]

빌트인 가전을 주로 생산하던 코스텔은 최근 영국 국기를 새긴 레트로 냉장고를 출시했다. [사진 코스텔]

빌트인 가전을 주로 생산하던 코스텔은 최근 영국 국기를 새긴 레트로 냉장고를 출시했다. [사진 코스텔]

 
아날로그 감성에 비싸지 않은 가격까지...인테리어 소품으로 제격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예쁜 디자인의 가전제품을 살 수 있다는 점도 레트로 소형가전의 인기에 한몫 했다. 오기명 G마켓 소형가전팀장은 "제품 자체로도 인테리어 효과를 줄 수 있을 만큼 디자인적인 매력이 뛰어난데, 가격이 비싸지 않아 접근이 쉽다는 것도 인기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일본 브랜드 '레꼴뜨'의 1인용 오븐이다. 빨강·아이보리톤의 화사한 색상에 토스터만한 크기로 귀여운 데다, 가격도 8만원 대로 저렴한 편이라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레꼴뜨의 수입사인 이푸른인터내셔널의 김승환 대표는 "처음 한국에 들여온 2009년 대비 매출이 10배로 늘었다"며 "특히 20~30대 가구에 인테리어 효과를 낼 수 있는 주방 가전으로 인기를 끈다"고 말했다.
소형가전을 선택할 때 기능보다 디자인을 더 중시하게 된 소비 경향도 맞물린다. 주부 이재영(32·송파구 잠실)씨는 최근 동부대우전자의 레트로 가전 '더클래식 전자레인지'를 샀다. 그는 "처음엔 품질이나 AS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대기업 전자 제품을 고려했는데, 엄마들이 모이는 지역 온라인 카페에 이 제품이 예쁘다는 평이 올라온 걸 보고 사게 됐다"고 했다. 전자레인지라는 제품 특성상 기능 차이가 크지 않았고, 여느 제품과 다르게 민트색에 복고풍 디자인이 예뻐서 선택했다는 것이다.   
트렌드분석가인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서비스디자인공학과)는 "요즘 소비자들은 오래된 스타일, 즉 레트로에 대한 호감이 크다"며 "과감한 색채를 사용하는 미국·유럽의 레트로 가전은 하나만 놓아도 예쁜 주방을 만들 수 있는 포인트 아이템이 된다"고 말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오래된 것이 멋있다'는 생각이 퍼져 있는 데다, 백색가전으로만 꾸며진 한국 주방에 컬러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는 설명이다. 
드롱기 아이코나 빈티자 라인. 왼쪽은 토스터, 오른쪽은 전기주전자다. [사진 드롱기]

드롱기 아이코나 빈티자 라인. 왼쪽은 토스터, 오른쪽은 전기주전자다. [사진 드롱기]

동부대우전자의 더클래식 전자레인지. [사진 동부대우전자]

동부대우전자의 더클래식 전자레인지. [사진 동부대우전자]

올해의 팬톤 컬러 중 레트로풍의 그린 컬러를 차용한 필립스 에어 프라이어. [사진 필립스]

올해의 팬톤 컬러 중 레트로풍의 그린 컬러를 차용한 필립스 에어 프라이어. [사진 필립스]

일본 디자인브랜드 레꼴뜨의 슬라이드랙 오븐 델리카. [사진 이푸른인터내셔널]

일본 디자인브랜드 레꼴뜨의 슬라이드랙 오븐 델리카. [사진 이푸른인터내셔널]

이는 최근 몇 년간 이어져 온 스칸디나비아 트렌드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국 매체 텔레그라프는 지난 3월 2일 '미니멀리즘은 끝났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흰 박스로 대변되는 스칸디나비아식 미니멀리즘과 완전히 반대되는 컬러풀한 빈티지 혹은 레트로 스타일이 올해 인테리어 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필립스 역시 이 흐름에 맞춰 올해 튀김기 '에어 프라이어'를 원래의 검은색 대신 레트로 분위기가 나는 초록색과 베이지색으로 내놨다. 최윤희 필립스 마케팅팀 부장은 "팬톤이 발표한 올해의 세 가지 컬러 중 '나일 그린' 색에 주목했다”며 “레트로풍 색상을 선택해 블랙·화이트 중심의 소형가전에 색감을 부여해 주방을 꾸밀 수 있는 제품을 내놨다”고 말했다.
유독 레트로 디자인이 각광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치'란 키워드로 설명한다. 공간 디자이너 김치호 대표(치호&파트너스)는 "레트로는 이미 시대의 검증을 거친 것들"이라며 "최근 선보이고 있는 레트로 소형가전들은 진보한 기술력을 통해 가성비 측면의 가치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아날로그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현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코리아 연구원(홈&테크)은 “레트로 트렌드의 기본적인 개념은 ‘변하지 않는 가치’ 를 의미한다"며 "기존에는 ‘레트로=과거에 대한 그리움’이었지만, 최근 보이는 레트로 트렌드의 정의는 ‘변하지 않는 지속적인 가치’ ”라고 분석했다. 요즘 소비자는 종전 기능만으로 만족했던 소형가전에서도 가치를 찾고 있고, 역사 속에서 이미 가치를 인정받은 레트로 스타일이 이 성향을 만족시킨다는 의미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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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