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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디테일에…4월 남북회담 비핵화 세부 내용이 중요"


英 대북전문가 "트럼프와 미 관료들 준비 부족, 북미정상회담 신중히 다뤄야"
 
존 닐슨-라이트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 동아시아 선임연구원 겸 케임브리지대 다윈칼리지 펠로

존 닐슨-라이트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 동아시아 선임연구원 겸 케임브리지대 다윈칼리지 펠로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의 존 닐슨-라이트 동아시아 선임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회동하기로 한 데 대해 “김정은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은 상징적이고 중요한 ‘승리'인 반면 트럼프와 미 관료들의 준비와 논의는 부족했다"며 “북측에 의해 곤경에 빠지거나 빈손으로 돌아오는 위험을 막으려면 북·미 정상회담을 매우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내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로 케임브리지대 다윈칼리지 펠로를 겸하고 있는 닐슨-라이트는 지난 7, 10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포기 조건은 북한의 안전과 김정은 정권의 존속 보장일 것”이라며 “주한미군과 함께 주일미군의 철수까지 최대한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성격을 고려하면 모든 것이 가능해 동맹국들이 긴장할 수 있다”며 “주한미군의 규모나 배치 등이 다뤄질 수 있겠지만, 실제 철수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닐슨-라이트는 “4월 남북 정상회담이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이 얼마나 진지한지를 판단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라며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실제 열릴지는 4월 회담의 결과에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문답.
 
북·미 대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등 북핵 문제가 급물살을 타는데.
“의심할 여지 없이 놀랄만한 합의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만나기로 한 것은 물론이고 김정은이 만나자고 제안한 것 모두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트럼프는 북한으로부터 최대한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 북·미 간 인간적인 관계는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폄하돼선 안 되지만, 악마는 4월에 이뤄질 합의의 세부 내용에 있을 것이다. 북한의 진정성 여부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제안을 전격 수용한 배경은 뭘까.
“자신을 괴롭히는 국내 문제들의 돌파구로 좋은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대북 군사적 행동의 유용성도 크지 않아 트럼프로선 북한과의 대화라는 위험을 감수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특히 대북 대화와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전략적인 대처는 트럼프에게 정치적으로 승리했다고 주장할 기회를 제공했다. 트럼프가 ‘대북 강경 노선이 북한을 회담의 길로 나오게 했다’고 주장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트럼프로선 전임자들과 달리 북한과의 진전을 이루는 결정적인 거래 성사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김정은의 파격 제안은 어떻게 평가하나.
“동시에 여러 시도를 하는 것 같다. 우선 미국의 선제 군사적 행동을 늦추는 것이다. 최근 북한에 다녀온 러시아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지원이 있든 없든 대북 군사력을 사용할 것을 심각하게 숙고한다고 우려했다. 평창올림픽 때 남측에 특사를 보내는 등 국내외적으로 평화 정착에 관심 있는 건설적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보강하려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안전과 정권 존속을 위한 협상에 나선 것이다.”
 
이란 핵 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핵 합의가 불완전하다고 여긴다. 북한과의 핵 협상에도 까다로울 수밖에 없을 텐데.
“이란과의 핵 합의를 끝내는 것은 중동의 안정을 해칠뿐 아니라 북한에도 부정적 메시지를 주게 된다. 앞으로 미국과 체결하는 합의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게 만든다. 지금은 신뢰가 매우 중요한데, 트럼프의 결정은 산만하고 증거에 기반을 두지 않으며 그의 변덕에 따라 바뀐다는 인식을 주고 있어 문제다.”
 
북한의 비핵화는 어떤 로드맵에 따라 진행돼야 하나.
“로드맵이 복잡하겠지만, 다시 사용할 전례가 있다. 2005년 9ㆍ19 공동성명이다. 당시 북·미 합의를 6자회담 참가국인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가 지지했다. 먼저 북한이 모든 실험을 동결하고 검증 가능한 동결을 보장하기 위한 사찰을 수용하며, 그 대가로 미국과 다른 참가국이 단계별로 ‘행동 대 행동’에 기반을 둔 양보를 하는 것이다. 양보에 추가 제재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한국과의 연합훈련을 중지하는 방안이나 한국전쟁을 끝낼 평화협정의 초기 논의를 위한 회담 등도 담길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위원장이 합의한 것처럼 NLL(북방한계선) 등 민감한 지역의 갈등을 완화할 신뢰구축 조치와 이산가족 상봉 등도 포함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대화 추진에 대해 일부 야당에선 여전히 비판적인데.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주도하면서 동시에 한국군의 철저한 전투태세를 갖추는 것은 고무적이다. 외교적 판단이 기민해 보이는데, 개인적 기질에 더해 노무현 정부에서 비서실장 등으로 쌓은 정치적 경험이 상당한 것 같다. 이전 정부와 달리 남북 정상회담이 임기 초에 열려 후속 회담도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너무 북한을 만나려 한다’는 국내의 보수적 여론을 방어하고 북한과의 돌파구를 여는데 회의적인 젊은 층과 멀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북한에 엄격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북핵 해결까지 예상되는 걸림돌은.
“북측의 제안에 진정성이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장애물이다. 한ㆍ미간 경제 문제가 확대되면 불안정 요인이 될 수 있다. 트럼프의 철강ㆍ알루미늄 관세 정책은 잘못인데, 한국이 미국에 세 번째로 많은 철강을 수출하는 나라여서 한국 내 여론과 경제계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대한 한국 대중의 분노가 다른 문제까지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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