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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돈과 욕망

[일러스트 김회룡]

[일러스트 김회룡]

 
2017년. 새해가 왔다.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한 후 지난날을 회고해 본다. 지급결제 수단인 암호화 가상화폐가 수도 없이 생겼다. 자고 나면 생겨 그 수를 알기도 어려웠고 가상화폐 투자 광풍이 불었다. 화폐라고 우기면 그것이 화폐가 될까? 아니다. 거래가 이루어져야 화폐이다. 교환의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그 교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그 역할에 대해서 인정을 해 주어야 비로소 화폐라고 할 수 있다.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여전히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혼재해 있었다. 2008년 만들어진 비트코인은 한동안 화폐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일부 관련자 이외에는 아무도 비트코인이 만들어진 사실조차도 알지 못했다. 비트코인은 그렇게 묻혀 가는 듯했다. 파자 사건이 있고 난 뒤 비트코인은 급등했다. 최초의 거래소가 2010년 생긴 후 비트코인의 가격은 급등과 급락을 거듭해 갔다. 그 사이 화폐로서 가치가 있다 없다는 논란이 계속되었다.

 
2017년 5월 22일 오늘은 피자데이다.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산 사람은 'jercos'라는 닉네임을 가진 인물이었다. 함께 올린 인증샷에서는 파파존스 라지 사이즈 피자 두 판이 식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주문한 라즐로의 딸로 추정되는 여자아이가 피자를 잡으려 손을 뻗는 사랑스러운 장면도 담겨있었다. 비트코인 포럼 유저들은 사상최초의 비트코인과 오프라인 제품 간의 거래가 이루어졌다며 환호하였다. 이후, 포럼 유저들은 매년 5월 22일을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 날로 기념하기 위한 날로 정하며 'Bitcoin pizza day'를 만들었다. 
 
최초의 거래 이후 라즐로는 거래를 계속하고 싶다며 말하며 누구든지 관심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그 후에도 몇 번의 거래가 성사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다. 잠잠하던 비트코인의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라즐로가 피자를 거래한 3달 뒤인 8월이 되자 1만 비트코인의 가격은 600불에 육박했다. 그동안 15배가 올랐다. 라즐로는 올라버린 비트코인 가격에 결국 거래를 더는 할 수 없다 했다. 그동안 사준 모두에게 고맙다는 글을 남기며 역사적인 피자 거래 실험은 막을 내린다. 
 
1만 비트코인의 가격이 600불이 된 후에도 비트코인의 가격은 수직으로 상승했다. 11월이 되자 포럼 유저들은 "와우 2600불짜리 피자였네!" 같은 댓글들을 올렸다. 이듬해 4월이 되자 "맙소사 이젠 18000불이야!" 이런 식으로 5월에는 7만달러가 되더니 6월에는 15만 달러가 되었다. 해가 바뀌어 2013년 2월에는 무려 30만 달러 피자가 되어버렸다. 순금이나 다이아몬드 토핑이 된 것도 아닌 평범한 라지 사이즈의 파파존스 피자는 이제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되었다. 5월 피자데이 전후로 비트코인 가격은 200불과 500불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피자가 몇백 억짜리가 된 날 부모님과 함께 피자가게로 갔다. 그날 누구는 비트코인 가격이 6만 배 상승하였다면서 팡파레를 울렸다. 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잭슨빌 피자데이 7주년 행사에서 사람들은 비트코인 이야기로 열을 올렸다.

 
“요새 비트코인 채굴 경쟁은 19세기 미국 서부 ‘골드러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해. 중국에서는 큰돈을 들여 슈퍼컴퓨터 수십 대를 설치하고 어마어마한 전기요금을 지불하는 채굴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마이닝 풀’이라고 하더구먼. 각자의 컴퓨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공동으로 채굴하고 수익을 나누는 품앗이를 뜻한다고 해. 우리도 한참 이전에 눈을 떴어야 했는데. 이 피자를 황금 덩어리라 생각하며 먹자고.”

 
“요새. 정신 나간 젊은이들이 비트코인에 환장했다고 하더구먼. 팔자 한번 고쳐 보자고 주식처럼 데이트레이딩하는데 사회가 완전히 중독되어 병들어 있어. 경기 상승에 주가 상승에 비트코인 상승에 자산가격의 거품이 심각한 수준이 아닌지 몰라. 이러다 가격이 다 내려가면 어떡하나. 나야 그런 것 한 푼도 없지만.”

 
“비트코인이 화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거래 속도를 높이고 변동성을 줄여야 해. 문제는 하루에도 변동 폭이 너무 심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니. 에고, 그런 요물을 누가 만들었나. 그런 걸 돈이라고 한다면 참 완전 사기꾼 양아치. 그놈의 사토시 나카모토만 좋은 일 생긴 거지. 그는 어디 숨어서 쾌재를 부르고 있을 걸, 나는 비트코인이 검은 세력들과 결탁하여 있다고 봐.”

 
듣고 있던 나는 불편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피자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누군가 염장을 지르는 발언을 하는데 나는 죄책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나는 비트코인 채굴 열풍을 골드러시가 아니라 ‘튤립버블’로 봐. 문제는 튤립버블보다 버블이 더 심각하고 그 파장이 더 크다는 것이지. 네덜란드 튤립버블은 자금이 있는 귀족·지주들의 투기고. 문헌에 의하면 50배까지 가격이 치솟았는데. 이건 정말 ‘0’을 몇 개나 붙여야 할지. 튤립 가격이 수천분의 1까지 폭락했잖아. 아니 결국 폭탄 돌리기 하다 사달이 날 거야. 그래도 1000달러까지 다시 가지 않겠어. 돈 놓고 돈 먹는 건데 지금 사도 두 배는 되겠다. 젊은 아이들까지 온 국민이 광풍에 휩싸여 큰일이야. 유럽의 한 가족은 전 재산을 비트코인에 걸었다고 하더라. 큰일이야.”

 
나는 먹던 피자를 그만두고 부모님에게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아버지는 내 기분을 아시는 것 같았고 어머니는 영문을 몰라 했다. 아버지는 집에 가서 할 일이 있다면서 피자 가게를 급히 나섰다. 집으로 돌아온 후 세상이 돌아가는 움직임에 크게 실망했다. 잊고 살았던 악몽이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비트코인 사기에서 거래소 파산까지, 돈이면 뭐든 하려는 사람들로 세상은 가득했다. 가상화폐의 가격이 상승하고 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자 종래 다단계 금융사기에 가짜 가상화폐 판매를 접목한 수법의 범행까지 횡행했다. 비트코인을 그렇게 비난을 하던 월가도 비트코인 거래를 받아들여야 했다. 중국의 암호화 가상화폐 거래소는 폐쇄되었다. 그런데도 전 세계적인 비트코인 열기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처럼 폭풍질주를 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각국 중앙은행장은 경고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내고 있었다. 각국 중앙은행은 암호화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강화에 팔을 걷었다. 탄생한 지 9년이나 되는 암호화폐에 대해 그동안 수수방관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규제 정책에 돌입한 것이다.

 
“비트코인은 법정 화폐가 아닌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며,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니다."

 
"암호화폐는 돈이 아니다. 유럽인들은 민간 암호화폐에 매달리지 말고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소액결제 시장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암호화폐를 사는 것은 투자라기보다는 도박에 가깝다."

 
"암호화폐는 신뢰할만한 가치 저장 기능을 갖추고 있지 않아 화폐로 볼 수 없다. 닷컴 버블을 연상시킨다.”

 
비트코인 가격상승을 하늘로 솟는 로켓으로 여기저기서 비유했다. 사람들은 2009년에 얼마만 사서 묻어 놓았으면 부자가 되었을 것인데 하고 후회했다. 나는 거리로 나가 내 신분을 숨기고 잡지사 기자를 사칭하며 한 20대 젊은이와 인터뷰를 하였다.

 
“글쎄. 사람들은 블록체인이니 기술 그런 것 몰라요. 거래소 시세를 보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죠. 1분 사이에 시세판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면 이게 정말 돈놀이 아닌가 생각돼요. 이거 하다 보면 주식 거래는 시시해서 못해요. 화끈함 그 자체에요.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니죠. 급등 폭을 보면 벼락부자가 이렇게 생기는구나 생각할 수 있죠. 오죽하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비트코인 사는 것이라 하겠어요.”

 
나는 그 연유에 대해서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해 보았다.

 
“사람들이 스토리를 좋아하잖아요, 누가 얼마 투자했는데 얼마 벌었더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상은 절대적이지 않나요. 검색어 순위를 보세요. 비트코인이 올해 화제의 검색어잖아요. 매스컴이 일조하였죠. 뭔지도 모르는 비트코인 신기루에 참여했으니까요. 초여름부터 '고점 찍었다. 거품 터진다. 끝물이다' 소리가 계속 나왔어요. 그런데 비웃듯이 더욱 폭주를 시작하는데. 매스컴을 본격적으로 타면서 더 폭주했잖아요.”

 
“지금 투자하고 있나요?”

 
“네. 그런데 좋지 않은 점이 많아요. 젊은이들이 왜 열광하는가 하면 기득권층에 대한 반항심도 있어요. 젊은이들이 살기에 집값이 너무 비싸요. 한방에 부자가 될 수 있는 게 드물지요. 제가 어느 정도 돈을 버니 이게 소액이 아닌 게 되고 신경이 더 가는 거예요. 그때부터는 진짜 일상생활하기 힘들어졌어요. 신경이 여기에 집중됩니다.”

 
“주식도 그런 것은 같잖아요.”

 
“근데 이게 주식이랑 비교해보면 참고할 자료도 턱없이 부족하죠. 투자하는 기법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도 아직 전혀 정립된 분야도 없지요. 전문가란 사람들이 목소리 내면서 떵떵거리고 선동하기 정말 쉽습니다. 주식보다도 여기 입문한 사람들은 더욱 사행성이 크고 일확천금에 눈이 멀어있어 물불을 안 가려요. 이거 솔직히 스포츠 도박이나 주식보다도 맹목적이고 중독성이 훨씬 심하다고 생각해요.”

 
나는 가슴이 멍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폐인이 되겠어요. 일상생활을 못 해요. 수익률 그래프 자체가 수준이 다르죠. 거기에 변동 폭도 초 단위로 미친 듯 춤추잖아요. 괜히 돈 많이 번 것 같은 기분에 씀씀이도 커져서 쓸데없는 물건도 막 사버려요. 그래서 얼마 전 정리를 했는데 더 올라가니 속상하더군요.”

 
“더 올라간 후에는 후회는 안 되던가요.”

 
“제가 정리할 때 이게 마약 같다고 생각했어요. 향후 지금 가격의 열배가 가더라도 절대 부질없는 후회 같은 건 하지 말자고 다짐했죠. 지금도 분위기는 호조거든요. 진짜 팔고 나서도 지금도 신경이 계속 쓰이고 지금도 잘 때마다 들여다봐요. 그래서 돈을 다시 넣었어요. 저 부자가 되고 싶거든요.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다면 사토시 나카모토씨에게 백번 인사를 하겠어요.”

 
나는 가슴 속에 아픔이 느껴짐을 알 수 있었다. 학생은 내 아픈 마음의 정곡을 찔렀다.

 
“가족이고 직장이고 친구고 업무고 취미생활이고 휴식이고 아무것도 신경 쓰기 힘든 게 정말 싫어요. 초 단위로 휴대폰만 쥐고 있고 집에서도 노트북만 켜고 있어요.”

 
“사토시 나카모토씨를 만난다면 해줄 말이 없나요.”

 
“순진한 사람 같아요. 아니면 악마일 수도요.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은 양면이 있어요. 본인은 순수한 기술을 이용했다고 하겠죠. 그럼 그 사람 이면에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의 바다를 항해하고자 하는 욕구는 없을까요. 성인(聖人)이 아니잖아요. 비트코인 하면서 사람 마음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욕망에 휩싸이기 시작하면 컨트롤하기 힘든 게 사람 마음이에요.”

 
“그게 교훈이었나요.”

 
“네. 비트코인은 인간들의 일확천금 욕망이 뭉쳐 만들어진 거대한 탑 같아요. 지금이야 기세가 하늘 끝까지 갈 거 같지만 언젠가는 와르르 무너지죠. 사토시 나카모토씨는 부자가 되었을지 몰라도 사람들은 부자가 된 소수와 고통받은 다수로 나누어지는 것 아닐까요.”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떨어질 고통도 크다는 말인가요.”

 
“누군가는 받게 될 이 고통을 지금은 감히 말하기 힘들어요. 신성하게 땀 흘리며 돈 벌 나이에 내가 왜 이런 짓을 하는가 하는 양심의 가책도 들어요. 누군가 이게 미래 화폐에 대해 투자라고 하는데 그냥 도박이에요. 정부에 골칫거리를 주는 불량아라 할까요. 이렇게 돈 버는 것 그만둘래요. 깊이 빠져서 도박판에서 밤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후회해요. 인터뷰 마치고 판 후에 그 돈 가지고 여자 친구랑 여행 갈 거예요.”

 
그는 단호한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추억을 만들고 소소한 행복을 느낄 거예요. 이제 사람들이 가상화폐 그만 만들었으면 해요. 아니 만들어도 이런 미친 욕망을 부추기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 환상의 세계는 오래가지 않아요. 현실의 세계에서 지속가능한 행복을 꿈꾸어야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사회가 되면 사회가 유지되겠어요? 아무리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려운 사회라 해도 그건 아니라고 봐요.”
 
※ 3월 16일 금요일 1시에 21화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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