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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굼뜨고 덩치 클수록 오래 산다고?

기자
이태호 사진 이태호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2)

시중에는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모든 식품이 약으로 변했다. 허위와 과대광고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함량 부족의 전문가가 TV에 붙박이로 출연하면서 온갖 왜곡정보를 양산하고 소비자를 기만한다. 음식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병이 없고 그들의 말대로라면 질병에서 해방될 것 같은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들을 쇼닥터로 지칭하고 규제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이제 그 도를 넘겼다. 노후에 가장 관심사인 건강관리를 위해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시중의 잘못된 식품에 대한 왜곡된 상식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고 싶다. <편집자 주>

 
 
세포의 염색체 끝의 형광색 부분이 텔로미어다. 텔로미어 길이가 길수록 노화 속도가 늦다. [중앙포토]

세포의 염색체 끝의 형광색 부분이 텔로미어다. 텔로미어 길이가 길수록 노화 속도가 늦다. [중앙포토]

 
인간의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아직 그 원인이 모두 밝혀져 있진 않지만, 과학자들은 다음의 3가지로 추측한다.
 
첫째, 텔로미어 단축 이론이다. 우리 몸의 세포는 끊임없이 재생하고 분열한다. 분열할 때마다 염색체 끝부분에 있는 텔로미어란 부분이 짧아져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프로그램 이론이다. 타고난 유전자가 수명을 결정한다는 주장으로 가족력이나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고 한다. 
 
셋째는 활성산소 이론으로 우리의 식생활(환경)과 관계 깊은 활성산소가 질병과 노화를 유발한다는 내용이다. 소식은 비만이나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을 예방한다고 알려졌지만, 과학자들은 이를 포괄한 노화 억제 효과에 주목한다. 소식, 즉 칼로리를 제한한 동물에서 노화가 늦춰지고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가 많아서다.
 
세 번째 이론이 이번 주제의 핵심 키워드다. 바보 같은 질문 하나 하자. 우리가 숨을 쉬는 건 왜일까? 정답은 산소를 공급하기 위함이다. 그럼 어디에 산소를 공급할까? ‘허파’라고 말하면 틀렸다. 정답은 에너지 대사가 일어나는 세포 속 전자전달계라 해야 옳다.


 
우리는 왜 숨을 쉴까? 
전자전달계는 영양성분으로부터 나오는 전자를 모아 에너지(ATP)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라는 소기관이 이를 담당한다. 이 공장에서 에너지를 내면서 쓰고 남은 전자는 그냥 버릴 수가 없어 산소와 결합해 물로 만들어 배설한다. 이때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우리가 숨을 쉰다는 거다. 오줌이나 땀으로 배출하는 물의 상당 부분이 여기에서 나온다. 물론 마신 물도 있지만 말이다.
 
 
미토콘드리아. 미토콘드리아는 고세균(古細菌)에 포획된 박테리아(세균)다. 자기 생명 유지에 필요한 많은 부분을 고세균에 떠넘긴 대신 생활 에너지(ATP)를 제공한다. 고세균과 박테리아의 공생은 진핵생물의 출현을 가져왔다. [중앙포토]

미토콘드리아. 미토콘드리아는 고세균(古細菌)에 포획된 박테리아(세균)다. 자기 생명 유지에 필요한 많은 부분을 고세균에 떠넘긴 대신 생활 에너지(ATP)를 제공한다. 고세균과 박테리아의 공생은 진핵생물의 출현을 가져왔다. [중앙포토]

 
그런데 이 전자전달계에서 만병의 근원으로 취급하는 활성산소의 대부분이 생긴다. 산소의 소비가 많으면, 즉 에너지 대사가 활발하면 더 많이 생성된다. 우리가 들이마신 산소의 2% 정도가 활성산소로 변한다는 가설이다.
 
메커니즘은 이렇다. 영양성분의 대사에는 많은 전자가 나오는데 이 중 전자 두 개씩을 산소 하나가 받아 물이 된다. 그런데 잘못되어 전자 한 개만 받으면 산소는 불안정해 미쳐 버린다. 이유는 모르지만 이런 에러는 자주 발생한다. 미쳐버린 산소는 주위 물질에 작용해 무차별 살상(?)을 일삼는다. 즉, 다른 물질로부터 전자를 강탈하여 망가뜨리고 자기는 멀쩡하게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것이 활성산소의 위해다.
 
활성산소 중 가장 악질이라고 하는 것이 슈퍼옥사이드다. 대부분 미토콘드리아의 전자전달계에서 생성되지만, 소량은 다른 데서도 생겨 인간에게 이롭게도 작용한다. 대표적인 게 백혈구의 경우다. 몸속에서 미생물 등의 나쁜 균이 발견되면 백혈구가 그냥 덥석 잡아먹는 게 아니라 우선 활성산소라는 총을 쏴 기절시키고 세포 속으로 집어넣어 요리해 버리는 과정을 밟는다. 그럼 나쁘게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물을지 모르겠다. 맞다. 이외에도 이로운 부분이 여럿 있다.
 
당연히 전자전달계의 에러로 활성산소가 많이 발생하면 인체에 대한 피해도 커진다. 암, 백내장, 류머티즘 등의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활성산소로 의심되고 있다. 그래서 체내에는 이를 신속하게 없애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장치로 효소(SOD, 카탈라아제, 글루치온 옥시다아제)가 있고, 물질로는 비타민 E, C, A 등이 있다. 그런데 과잉으로 활성산소가 생겨 이들이 다 감당할 수 없을 때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 유해론의 핵심이다.
 
자, 그러면 정답이 나왔다. 전자전달계의 지나친 혹사를 막는 방법이다. 즉 에너지 대사를 줄이면 된다. 밥을 적게 먹고, 지나친 운동을 삼가는 등 산소의 소비량을 줄이는 거다. 이른바 전자전달계의 불필요한 작동을 줄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는 뜻이다. 운동을 너무 심하게 하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고 산소의 소비량도 늘어난다. 고로 활성산소의 발생이 많아진다. 그래서 소식하고, 산소의 소비가 적은 자가 오래 산다는 것이다.


 
일본 스모 선수가 수명이 짧은 이유 
운동량이 많고 많이 먹으면 대사량이 증가하여 활성산소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몸에 피해를 주고 수명이 짧아진다. 그래서 산소 소비가 많은 프로선수가 수명이 짧다는 통계가 있다. [사진 pixabay]

운동량이 많고 많이 먹으면 대사량이 증가하여 활성산소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몸에 피해를 주고 수명이 짧아진다. 그래서 산소 소비가 많은 프로선수가 수명이 짧다는 통계가 있다. [사진 pixabay]

 
산소 소비가 많은 프로선수가 수명이 짧다는 통계도 있다. 살이 많이 찐 일본 스모선수 중에는 수명이 긴 사람이 거의 없다. 즉 운동량이 많으면 많이 먹게 되고, 많이 먹으면 대사량이 증가해 활성산소가 많이 나와 몸에 피해를 주고 수명이 짧아진다는 것이다. 학문적 용어에 산화 스트레스라는 게 있다. 활성산소에 의해 우리 몸이 받는 데미지(damage)를 뜻한다. 산화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으로 꼽힌다.
 
심장박동 총량의 법칙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모든 동물은 심장의 박동횟수가 5억 번에 도달하면 수명을 다한다는 설이다. 산소와 영양성분을 많이 공급하려면 심장박동이 빨라져야 한다. 동시에 활성산소의 발생량도 많아져 피해가 심해진다는 주장이다. 
 
소형동물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덩치가 작고 활동량(대사량)이 많아 심장박동이 빠를수록 수명이 짧아진다는 것이다. 소형동물은 세포당 대사량이 대형동물에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다. 박쥐는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반 정도를 먹어야 한단다. 이런 대사량은 활동량에도 비례하지만, 몸의 크기가 작을수록 세포 수보다 노출되는 표면적이 많아 체온유지에 필요한 에너지가 더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행동이 굼뜨고 덩치가 클수록 수명이 길다는 과학적 근거도 이를 뒷받침한다.


 
노화 억제 물질 ‘써투 단백질’
소식에 의해 써투(Sir2) 단백질이 활성화되어 노화 유전자의 발현 억제에 관여한다. [출처 seehint,com]

소식에 의해 써투(Sir2) 단백질이 활성화되어 노화 유전자의 발현 억제에 관여한다. [출처 seehint,com]

 
한편 소식이 노화 관련 유전자의 발현을 막아 노화를 억제한다는 설도 있다. 그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소식에 의해 써투(Sir2)라는 단백질이 활성화해 노화 유전자의 발현 억제에 관여한다는 가설이다.
 
써투 단백질은 다양한 실험동물의 수명을 증가시키며, 인간의 노화 억제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효모를 이용한 실험에서 영양분을 섭취를 줄이면 써투 단백질이 활성화하고, 활성화한 써투 단백질이 노화 관련 유전자 DNA의 ‘히스톤’을 단단히 감아 작동하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도 활성산소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러면 적게 먹고 가만히 누워 있으면 되겠네?' 너무 비약한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이 퇴화하고 세포의 기능이 저하한다. 적당히 움직여야 활동력도 생기고 의욕도 생기고 활성산소를 없애주는 효소의 생성도 촉진된다. 뭐든 적당한 게 좋다.
 
그럼 하루에 얼마를 먹으면 좋을까? 필자도 모른다. 성인이 하루 필요한 에너지가 2100Kcal라고도 하고 2300Kcal라고도 한다. 이 수치도 맞지 않다. 하루에 2000Kcal 이하를 먹고도 건강하게 잘 사는 사람도 많다.
 
 
음식에 들어있는 영양성분이 모두 소화 흡수되는 것이 아니며 개인별 소화율에도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음식 칼로리 계산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중앙포토]

음식에 들어있는 영양성분이 모두 소화 흡수되는 것이 아니며 개인별 소화율에도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음식 칼로리 계산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중앙포토]

 
물론 음식의 칼로리 계산도 엉터리다. 음식에 들어있는 영양성분이 모두 소화 흡수되는 것도 아니며 소화율에도 개인차가 심하기 때문에 일률적 적용은 의미가 없다. 소식주의자 중에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사람도 있다. 한 끼를 배터지게 먹어봤자 보통사람 세끼의 반 이하다. 과학적으로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한데도 건강을 유지한다. 인체의 신비한 대목이다.
 
인간의 욕구 중에 식욕이 가장 강하다고 한다. 먹는 즐거움을 빼면 살맛이 나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인간에게는 이성과 자제라는 게 있어 만물의 영장으로 친다. 동물처럼 본능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게 인간의 가장 큰 덕목이다. 오래 살려는 것보다 건강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 지나친 식욕은 건강을 해친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게 적당한 것이 최고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leeth@pusan.ac.kr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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