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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이라 욕먹은 인공숲···샤넬 패션쇼에서 생긴 일

환경보호단체로부터 비난받은 샤넬 등…패션쇼에서 생긴 일 
지난 2월 8일(현지시각) 시작된 뉴욕부터 3월 6일(현지시각) 막을 내린 파리까지 2018년 가을·겨울 4대 도시 패션 위크의 대장정이 끝났다. 화려한 패션 월드에서는 이번에도 주목할 만한 여러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 미네소타주 메이오 병원의 수술실을 재현한 구찌의 2018 가을겨울 쇼 무대. 잘린 머리 등의 섬뜩한 소품을 든 모델들이 런웨이를 활보했다. [사진 퍼스트뷰 코리아]

미국 미네소타주 메이오 병원의 수술실을 재현한 구찌의 2018 가을겨울 쇼 무대. 잘린 머리 등의 섬뜩한 소품을 든 모델들이 런웨이를 활보했다. [사진 퍼스트뷰 코리아]

 
디자이너들의 창의성은 비단 옷에만 투영되는 것이 아니다. 옷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그야말로 ‘쇼’를 기획하는데도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들이 디자인한 가을·겨울 옷은 지금부터 6개월 뒤에나 입어 볼 수 있지만, 그들이 기획한 쇼는 바로 지금 즐길 수 있는 콘텐트기도 하다. 2018 가을·겨울 패션위크 쇼에서 화제가 됐던 몇 가지 쇼를 꼽아봤다.  
 
거대한 수술방, 가방 대신 머리 들고 나와
섬뜩하다. 거대한 수술방을 배경으로 모델들이 절단된 머리를 들고 나온다. 바로 지난 2월 21일(현지시각) 열린 구찌의 2018 가을·겨울 컬렉션을 발표하는 쇼에서다.  
복제된 사이보그의 머리를 들고 다니는 파격적인 모델의 모습. [사진 구찌]

복제된 사이보그의 머리를 들고 다니는 파격적인 모델의 모습. [사진 구찌]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이번 쇼를 두고 “미국 사상가 도나 해러웨이(D. J. Haraway)의 에세이 ‘사이보그 선언(Cyborg Manifesto)’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남성과 여성, 정신과 물질, 자연과 문화 등의 경계가 모호해진 시대에 타고난 정체성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되고 싶은 것을 결정해야 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수술방을 배경으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켈레는 “우리는 우리 삶을 재조합하는 프랑켄슈타인 박사”라며 “창조적 행동을 하는 공간을 재현했다”고도 했다. 마치 의사가 수술을 집도하듯 다양한 문화 코드를 재조합하여 새로운 정체성을 만든다는 의미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우리는 우리 삶을 재조합하는 프랑켄슈타인 박사'라고 설명했다. [사진 구찌]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우리는 우리 삶을 재조합하는 프랑켄슈타인 박사'라고 설명했다. [사진 구찌]

특히 모델들이 자신을 똑닮은 잘린 머리를 들고 런웨이를 활보하는 장면은 파격적이었다. 새끼 용과 뱀을 애완견처럼 품고 나오기도 한다. 어떤 모델은 이마에 제3의 눈을 붙이고 등장했다. 이 모든 게 쇼의 콘셉트를 극대화하는 액세서리인 셈이다.  
새끼 용을 안고 등장한 모델의 모습은 르네상스 시대의 성녀 마르가리타의 초상화를 연상시킨다. [사진 구찌]

새끼 용을 안고 등장한 모델의 모습은 르네상스 시대의 성녀 마르가리타의 초상화를 연상시킨다. [사진 구찌]

의상은 미켈레의 의도대로 온통 섞여 있다. 고전부터 현대, 동양과 서양, 남성과 여성을 아우르는 형태다. 러시아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바부슈카(babushka)부터 미국 메이저 리그 야구팀(MLB)의 이니셜, 파라마운트 영화사 로고까지 다채롭게 펼쳐졌다.  
 
모델 대신 드론이 활약
쇼의 시작을 알리는 교회 종소리가 울리자 모델 대신 드론이 하나둘 등장한다. 드론에는 이번 시즌 신제품 가방이 하나씩 매달려있다. 지난 2월 25일(현지시각) 밀라노에서 열린 돌체앤가바나의 쇼다.  
쇼 오프닝에서 드론이 가방을 들고 등장한 돌체앤가바나의 무대. [사진 연합뉴스]

쇼 오프닝에서 드론이 가방을 들고 등장한 돌체앤가바나의 무대. [사진 연합뉴스]

본격적으로 모델이 신제품 옷을 입고 등장하기 전, 오프닝 쇼로 기획된 드론 쇼에는 총 8대의 드론이 등장해 신제품 가방을 소개했다. 이를 위해 주최 측은600여명의 청중에게 쇼 직전 와이파이(WIFI)와 핫스팟을 끄기를 요청했다고 한다.  
총 8대의 드론이 가방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총 8대의 드론이 가방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시칠리아 팔레르모에 위치한 바로크 오라토리오 디 산타 시타 교회를 재현한 이 쇼장의 고전적인 배경과는 사뭇 다른 현대 기술의 집약체가 가방을 들고 행진하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쇼가 끝나자마자 이 진기한 드론 행렬은 인스타그램 등 SNS를 뜨겁게 달궜다.  
 
 
거대한 인공 숲 꾸민 샤넬이 뭇매 맞은 이유
공항, 우주정거장, 거대한 슈퍼마켓 등 매번 패션쇼에서 장대한 쇼를 선보였던 샤넬이 이번에는 단골 쇼 장소인 파리 그랑팔레(Grand Palais)를 온통 나뭇잎으로 물들였다.  
파리 중심부의 전시장 그랑 팔레를 완연한 겨울 숲으로 연출한 샤넬의 2018 가을겨울 쇼. [사진 연합뉴스]

파리 중심부의 전시장 그랑 팔레를 완연한 겨울 숲으로 연출한 샤넬의 2018 가을겨울 쇼. [사진 연합뉴스]

지난 3월 6일(현지시각) 파리에서 열린 샤넬의 쇼는 깊은 안개가 깔린 장엄한 숲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뻗어 올라간 키 큰 나무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바닥에는 푹신할 정도로 많은 나뭇잎이 깔렸다. 508개의 포뮬러 나무 벤치가 손님들을 위해 놓였고, 여기에 나뭇잎이 그려진 초대장까지 더해 완연한 ‘겨울 숲’의 환상적인 이미지를 재현했다.  
보기에는 아름다웠으나 쇼 직후 샤넬은 큰 비난에 직면했다. 프랑스 AFP 통신은 “지난 7일 샤넬이 패션쇼 무대를 꾸미려고 100년 된 나무들을 잘라 전시했다가 비난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환경단체 ‘프랑스 자연환경(FNE)’은 이 패션쇼를 두고 ‘이단(heresy)’이라고 규정하고 “샤넬이 자연보호를 외면했다”며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든 이번 패션쇼는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FNE는 트위터에 잘린 나무 밑둥의 사진을 게시하며 쇼가 ‘마법에 걸린 숲’을 남겼다고 코멘트했다.  
이에 대해 샤넬 측은 “패션쇼에 동원된 참나무와 포뮬러 나무는 서부 프랑스에서 가져온 것들로 모두 100년이 되지 않은 것들”이라며 “나무를 베어낸 곳에 100그루의 참나무를 새로 심기로 약속했다”고 해명했다.  
거대한 인공 숲 사이로 샤넬 모델들의 캣워크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거대한 인공 숲 사이로 샤넬 모델들의 캣워크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충격적인 ‘버자이너 모호크’  
디자이너들이 패션을 수단으로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제는 더는 어색하지 않다. 티셔츠에 문구를 새겨 걸어 다니는 피켓처럼 사용하기도 하고 캣워크에는 때론 정치 집회보다 날 선 구호가 담긴다.  
지난 2월 12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카이민의 패션쇼도 그랬다. 카이민은 폴햄 마케팅 팀장 출신인 민경아 디자이너가 만든 브랜드다. 미국 진출 후 지금까지 단 네 번의 시즌을 보냈지만, 특유의 파격적인 디자인과 비주얼 아트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인 켄달 제너, 레이디 가가 등이 카이민의 의상을 구매했고 유명 뮤지션인 비요크, 부룩 캔디, 케이티 페리, 비욘세 등이 카이민의 의상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편집숍인 이탈리아 루이자 비아 로마, 프랑스 레 스위트 등에 입점했다.  
비키니 라인에 가발을 붙이는 파격적인 시도로 주목을 받은 카이민 2018 FW쇼. [사진 카이민 인스타그램]

비키니 라인에 가발을 붙이는 파격적인 시도로 주목을 받은 카이민 2018 FW쇼. [사진 카이민 인스타그램]

이번 2018 가을·겨울 쇼에서도 특유의 센세이셔널한 패션이 화제가 됐다. 우주인이 입었을 법한 반짝이는 니하이 부츠와 가슴 밑까지 올라오는 크롭톱 상의 등 눈길을 끄는 의상들이 대거 등장했다. 특히 파격적이었던 것은 바로 언더위그(under wig·아래쪽 가발)였다. 모델들의 비키니 라인에 모히칸 스타일의 가발을 붙인 것. 2월 12일 쇼 직후 현지 다양한 매체들에서 이 ‘버자이너 모호크(vagina mohawk)’를 주요 헤드라인으로 삼아 주목했음은 물론이다.  
외설적으로 보이는 카이민 쇼의 테마는 ‘다양성과 관대함’이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카이민 디자이너는 “완전히 이해하거나 동의할 수 없는 것이라도 다름이라는 모든 것에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며 “모든 생물은 태양 아래 존재할 공간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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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