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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하는 죽음 아닌 맞이하는 죽음, 한달 새 1003명 존엄사 택했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등 역사 현장의 진실을 캐온 법의학자 이윤성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연명의료중단 관리의 책임을 맡았다. 이 교수가 국가 생명윤리정책원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챙기고 있다. 김상선 기자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등 역사 현장의 진실을 캐온 법의학자 이윤성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연명의료중단 관리의 책임을 맡았다. 이 교수가 국가 생명윤리정책원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챙기고 있다. 김상선 기자

연명의료 중단 실무 총괄하는 법의학자 이윤성 원장 
 
생의 마지막 그리고 시신.
 
서울대 의대 이윤성(65) 명예교수는 의사이지만 치료나 회생과는 거리가 멀다. 평생 소생 불가능한, 죽음 과정에 접어든 임종 환자, 목숨이 끊긴 시신에 천착해 왔다.  
 
전공은 법의학이다. 검시(檢屍)·부검(剖檢)이 법의학 의사의 주업이다. 그는 지난 달 말 35년의 법의학 교수에서 은퇴했다. 대신 웰다잉을 돕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원장(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 겸직)을 맡았다. 처음으로 공공기관장에 앉았다.  
 
연명의료관리기관은 지난달 4일 시행한 존엄사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한다. 이 교수에게 이 자리는 숙명에 가깝다.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부터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법 시행까지 이윤성을 빼면 얘기가 안 된다. 보라매병원 사건 때 말기환자의 퇴원을 허락한 의사가 살인방조죄 처벌을 받았다.  
 
이 교수는 2001년 의사협회 주관 '소생 불가능한 환자 진료중단 지침' 제정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 때부터 연명의료 중단(일명 존엄사) 전도사로 나섰고 2009년 의료계 '연명의료 중단 지침 마련 특위' 위원장, 정부 사회적 협의체 위원을 맡았다. 2013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 제도화 특위' 위원장을 맡아 의료계·종교계·윤리계를 중재해 합의를 도출했다. 그걸 옮긴 게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이다.  
 
이 교수는 법 시행을 앞두고는 전국 13개 권역을 돌며 법률 세부 사항을 설명했다. 의사들의 불만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이고 설득했다. 7일 이 교수에게 연명의료 중단의 의미와 과제를 물었다.
 
-시행한 지 한 달 지났다.
 
"지난달 4일~이달 6일 2200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750명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다. 1003명이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했다."
 
현행 법률은 가족 2명이 환자의 뜻을 모를 때 가족 전원이 합의하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돼 있다.  
 
-예상한 정도인가.
 
"월 1000여명이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한 것은 적다고 볼 수 없다. 한 해로 치면 1만2000여명으로 예상된다. 제도가 좀 더 정착하면 연 2만~3만명이 품위있는 마무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이 규정이 너무 까다롭다고 아우성이다.
 
"법률 제정 과정에서 종교계·윤리계에서 연명의료 중단의 남용을 우려했고, 이를 법률에 담다 보니 매우 엄격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해도 의사들이 너무 방어적으로 나온다(목소리가 높아짐). 법률의 취지가 뭔가. 환자가 자신의 마무리를 결정하게 돕자는 것이다. 환자가 의식이 있을 때 의사나 사회사업가가 좀 더 적극적으로 환자에게 연명의료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선택권을 줘야 한다."  
 
-환자 설득이 말처럼 쉽지 않다.
 
"의사가 환자당 30분씩 서너 차례 만나야 한다. 의사는 환자의 질병만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다. 환자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 보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삶을 마무리하도록 도와야 한다. 의사가 '다치면 안 된다(법률 위반을 의미)'고 걱정하면서 환자의 말기 삶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어놨다. 우리만큼 의사가 자기 방어적인 나라가 없다."  
 
-의사가 '임종 대화'에 서툴다.
 
"의사가 환자에게 '나쁜 소식 전하기'에 서툴다. 배운 적도, 교육 받은 적도 없다. 지금이라도 교육이 절실하다. 모든 의사가 임종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 중환자실·말기암·요양병원 담당 의사 교육이 필요하다."
 
-규정은 뭘 고쳐야 하나.
 
 
"가족 전원의 합의를 할 때 가족 범위가 너무 넓다. 90세 할머니가 연명의료를 할지말지 결정할 때 증손자까지 줄줄이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배우자와 1촌 이내로 한정해야 한다."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연명의료 중단은 불필요한 연명행위를 안 한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마지막 삶을 정리하는 임종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미리 작성하면 좋다. 이별 과정이 중요하다. 얼마를 살았건간에 화해하거나 용서를 구할 사람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환자 본인 정리도 중요하지만 남은 가족이 감정을 정리할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들이 충분히 슬퍼할 시간이 필요하다. 혹시라도 감춰놓은 돈이라도 있으면 제대로 처리해야 분란이 생기지 않는다.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이 돼야 한다."  
 
이 교수는 법의학자 1.5세대에 가깝다. 80~90년대 이한열·김귀정·강경대 열사 사망 등의 시국 사건, 서울대 법대 최종길 교수와 5공화국의 강제징집(녹화사업) 사망자 성균관대생 이윤성씨 등의 의문사 사건, 언론인 겸 정치가 장준하 타살의혹 사건, 이태원 햄버거 살인 사건, 세모그룹 유병언 회장 자살, 백남기 농민 외인사 등 굵직한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  
 
이윤성 서울대 의대 명예 교수                                             김상선 기자

이윤성 서울대 의대 명예 교수 김상선 기자

-시신을 몇 구나 경험했나.
 
"세지 않아서 정확히 모르겠다. 이한열 열사 부검할 때 이정빈 교수(이 교수의 5년 선배) 옆에 있었는데, 이런 것까지 포함하면 약 1000구를 부검했을 거다."
 
-시체가 무섭지 않나.
 
"한창 부검할 때는 사나흘 시체를 못 보면 냄새가 그립기도 했다."
 
-왜 법의학자가 됐나. 돈 버는 의사가 아닌데.
 
"철이 없었다. 사실 돈 좋아하는데(웃음). 돈은 못 벌지만 사회에 꼭 필요한 분야라서 택했다. 사회 정의를 밝힌다는 게 맘에 와닿았다."
 
-법의학자가 많이 쓰이는 사회가 바람직한가.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경찰이 초동수사 한 게 대개는 맞다. 백에 하나, 틀릴 수 있다. 단순 화재 사망으로 처리했는데, 부검해보니 화재 전에 사망한 흔적이 나온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부검 안 하면 묻힌다. 억울한 죽음이 한 건이라도 없어야 한다. "
 
이 교수는 "수사와 무관한 죽음 중 중요한 게 있다. 보험과 관련한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두 가지 예를 들었다. 첫째, 사고사냐 병사냐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진다. 40대 후반 부사관이 바다에서 수영하다 숨졌다. 검안서에는 익사였다. 재해 사망 보험금을 받았다. 나중에 부검하니 심근경색증이었다. 일반 사망이 되면 보험금이 크게 줄어든다.  
 
둘째, 운전자와 조수석 탑승자가 교통사고로 숨졌을 경우 누가 운전했느냐에 따라 보험 처리가 달라진다. 시신의 어느 쪽 어깨에 안전벨트의 찰과상이 있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 영화배우 김주혁씨처럼 유명인은 부검을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진실이 묻힐 수 있다.  
 
-현행 수사 체계에 문제가 있나.
 
"부검여부는 검사가 결정한다. 검사가 현장에 안 갈 때도 있다. 선진국은 수사 담당자에서 독립된 검시관이 있다. 영국은 12세 이하 입양아, 24시간 이내 응급실 사망자, 2세 이하 어린이, 수술 중 사망자, 재소자 등의 시신은 반드시 수사와 무관하게 검시를 한다."
 
-사회적 약자는 부검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2020년 임기를 마치면 부검감정서를 해독하는 연구소를 만들어 사회적 약자를 도울 생각이다."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 보도문>
중앙일보는 지난 2018년 3월 10일 <당하는 죽음 아닌 맞이하는 죽음, 한달 새 1003명 존엄사 택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모그룹 유병언 회장 자살”이라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고 유병언 전 회장의 사인은 자살로 밝혀진 바 없으며, 2014년 7월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 발표에 따르면 ‘시신의 부패 상태가 심하여 사망 원인 판명이 어렵다’고 밝혀졌습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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