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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의 퍼스펙티브] 평창을 행복의 피톤치드 기지로 만들자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봄이 왔다. 겨우내 움츠렸던 나뭇가지에서 돋는 싹들이 피톤치드를 내뿜고 있을 터이다. 휴양림에 가득 찬 그 생명의 묘약은 자연산 항균제. 강원도에 그득하다. 강원도는 아예 산이다. 설악산·점봉산·오대산·가리왕산·태백산. 강원도민은 준령을 넘어 친인척과 만난다. 산촌이자 산민이다. 고작 11% 농지에 쌀을 재배하고, 84% 산비탈에 감자와 고랭지 작물을 심는다. 숲과 구릉에 기대 살아왔다. 그래도 피톤치드를 실컷 마신다. 남은 것은 남한 전체에 무상 공급한다. 맑은 샘물도 실컷 마신다. 남은 물은 남한 전체로 흘려보낸다. 모든 강줄기가 강원도 산에서 발원한다. 북한강·남한강·홍천강·금강. 남한 인구 3%(150만 명)가 남한 면적 17%에 거주하며 숲과 더불어 사는 삶을 어렵게 가꿔왔다. 천빈낙도다. 웰니스(wellness, 웰빙과 행복)의 요건 중 가장 중요한 천연환경을 갖췄다. 
평창을 미래 행복 전진기지로
동계올림픽은 사실상 적자 장사다. 잘 해봐야 본전이다. 캐나다 몬트리올, 일본 나가노가 엄청난 빚에 시달렸고, 4년 전 소치올림픽은 그야말로 악몽이다. ‘올림픽의 저주’가 일반화되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레거시 활용 방안을 준비하도록 명문화했다. 평창올림픽에 들어간 돈은 2조8000억원.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거뒀다는 평을 듣는다. 3000억원 흑자를 기록한 배경에는 대기업들의 기여가 큰 몫을 차지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대기업이 연간 100억원에 달하는 관리비용까지 대주지는 않는다. 천연자원은 최고지만 재정자립도가 가장 취약한 강원도가 그걸 감당할 능력은 없다.
 레거시 활용 방안이 애초에 없었다는 게 평창올림픽의 최대 약점이었다. 사회 각계에서 제기한 이런 우려를 박근혜 정권이 묵살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데에만 주력했다. 개막식장이 덮개 천장 없이 지어진 이유다. 올림픽이 끝나면 뜯어낸다는 어이없는 계획에 따라 개·폐막식이 기획됐다. 평창 체류 3년 동안 “개막식과 폐막식 날씨가 가장 좋았다”는 송승환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의 고백은 가슴을 찔렀다.  
 늦었더라도 한국의 미래 삶과 연결하는 거국적 구상이 필요하다. 뒤늦은 방안이 우후죽순처럼 돋아나지만, 대체로 동계스포츠와 연계된 것이 대부분이다. 약간 색다른 것이 있다면 강릉스피드경기장을 ‘냉동 창고’로 변경하거나 대형 컨벤션센터로 쓰자는 견해다.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전진기지로 쓰자는 것도 대동소이하다. 관광·레저와 연계하거나 체험 상품을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와는 조금 색다른 장기적 대안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관광·레저·스포츠를 기본 바탕으로 하고, 거기에 미래 삶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획인 웰니스 케어(wellness care)가 그것이다. 행복과 웰빙을 위한 맞춤형 복합의료서비스가 웰니스 케어다. 동계올림픽 개최를 며칠 앞둔 지난 2월 6일 서울대가 ‘웰니스 케어 심포지엄’을 열었다. 평창을 미래 행복의 전진기지로 만들자는 과감한 발상으로 농생대·의대·약대 교수와 육동한 강원연구원장이 머리를 맞댔다. 훌륭한 그림이 그려졌다. 이름하여 ‘웰니스 케어 클러스터’. 이 멋진 구상을 소개한다.    
맞춤 의료 힐링 프로그램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다. 고령화가 불러오는 질병 리스트는 끝이 없다. 뇌졸중·치매·파킨슨·암·심혈관질환 등. 암 경험자 150만 명, 65세 이상 연령군에서 14명당 1명이 암 환자다. 중병 질환자는 당사자도 문제지만 간병 가족 역시 케어 대상자가 돼야 한다고 박상민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말한다. 맞춤형 케어와 간병 케어가 그것이다. 곳곳에 설립된 힐링센터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힐링 프로그램이 성업 중이지만, 때로는 잘못된 정보와 이벤트성 서비스로 지속가능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게 문제다. 비용도 많이 든다.  
 암 환자의 경우, 수술 단계, 항암 치료 단계, 일상생활로의 복귀 단계라는 길고 고통스러운 기간을 거쳐야 한다. 여기서 가족 간 갈등이 발생한다. 비용과 품을 나눠 맡는 일은 ‘가족 간 협상’에 달려 있다. 간병 부담이 1주에 9시간 이상 늘어나면 간병인의 심혈관질환은 1.82배 증가한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환자 맞춤형 케어와 간병 가족의 스트레스를 동시에 해소하는 종합 힐링센터가 필요한 이유다. 암 환자와 함께 하는 건강캠프는 건강 관리, 숲 체험, 정신건강 프로그램으로 이뤄진다.  
 박 교수는 맞춤형 힐링프로그램의 가장 적합한 후보지로 평창을 꼽았다. 천혜 자연, KTX 교통망, 그리고 서울대 평창캠퍼스라는 3요소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아니라도 대학병원 콤플렉스를 만든다거나, 전문 중형병원 컨소시엄을 운영하면 가능하다. 동계올림픽 건물과 시설을 이런 목적에 맞춰 리모델링하거나 재활용하면 된다. 요양원과는 차원이 다른 서비스다. 국고 보조로 운영된다면 비용도 줄일 수 있는 상생·해피 프로그램이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정밀의료 전진기지, 평창
서울대 약학대 오정미 교수는 ‘정밀 의료’(precision medicine)의 최적합지로 평창을 주목했다. 질병의 조기 발견, 병력의 데이터화, 유전체의 정보화와 개인별 건강 관리 플랫폼 구축, 첨단 신약 개발과 투여를 일체화하는 진료시스템이 정밀의료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ICT를 케어 서비스와 결합한 형태를 말한다. 
세계 정밀의료시장은 2015년에 45조원, 2025년에는 14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주요국들은 이미 정밀의료체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은 ‘정밀의학 이니셔티브’를 기획해 향후 8년간 1조7000억원을 책정했다. 유럽은 ‘호라이즌(Horizon) 2020 프로그램’에 800억 유로, 중국은 ‘정준의료계획’(精準醫療計劃)에 92억 달러, 일본은 ‘의료혁신전략’에 720억원을 투입한다. 한국의 정밀의료 기획은 아직 초보 단계라는 게 오 교수의 지적이다.
 오 교수는 한국이 추진할 정밀의료를 3단계로 제시한다. 1단계는 인공지능 기반 의료생태계 조성, 정밀의학 프로그램, 환자 맞춤형 진료체계 구축이다. 그다음이 스마트 제약·신약 개발로 나아가고(2단계), 임상 시험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첨단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3단계).
 평창에서 활동 중인 의료·생화학 고급 인력을 전국 거점 병원에 포진한 신약 개발 및 정밀의료 전문가들과 네트워크화하면 미래정밀의료센터를 구상할 수 있다는 게 오 교수의 제안이다. 강원도의 정체성에 가장 어울리는 자연친화적·생명친화적 미래산업이다.
바이오 웰니스 클러스터
4차 산업혁명시대에 농업은 ‘농생명산업’이자 치유농업, 정밀농업이다. 농산물 ‘재배’에서 특수 수요와 매칭한 ‘생산’ 개념으로 바뀐다. 21세기에 재래식 농장은 건강·휴양·치유·교육이 연계된 생명산업의 기지가 된다. 최인규 서울대 농생대 산림과학부 교수에 따르면 앞에서 얘기한 맞춤형 힐링 의료, 정밀의료, 농생명산업이 총체적으로 결합한 진료 요양 웰빙센터가 바로 ‘바이오 웰니스 클러스터’다. 
헬스케어에 쓰는 돈은 선진국으로 이동할수록 커지는데 경기 불황에 그리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국은 일 인당 약 400달러 정도로 추산되는데 고령화 속도와 더불어 의료지출비는 급증세다. 기존의 헬스케어에 농생명산업의 다기적 기능을 결합한 것이 바이오 웰니스 클러스터 구상안이다. 평창의 천혜 자원을 토대로 세 가지 축을 구축한다는 아이디어다. 건강·휴양 스포츠 체험, 노인성 질환과 중증질환 치료, 맞춤형 항노화 시스템이 그것이다.  
 최 교수는 ‘바이오웰니스 클러스터’의 모습을 요약 제시(그래픽 2)하면서 건강 100세 시대를 위해 평창올림픽 레거시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강원비전 2040, 웰니스 시티
강원도청이 설계하는 올림픽 레거시 활용 방안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이름하여 ‘강원비전 2040’. 그것은 ‘건강관광클러스터’와 ‘웰니스 시티’로 구성된다. 육동한 강원연구원장은 웰니스 시티가 건강·치유·행복을 동시에 구현하는 문화적 건강휴양마을 개념임을 강조한다. 숲과 산맥으로 뒤덮인 강원도에는 우수한 연구기관과 인력이 입주해 있다.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평창), KIST 천연물연구소(강릉), 메디칼허브연구소(홍천), 시스템면역의학연구소(평창), 바이오산업단지(춘천), 의료기기테크노밸리(원주)가 그것이다. 
자연 항균 기능을 높이는 생명 식품, 의약품과 유기농 화장품, 낙농제품을 생산하는 바이오마을이 곳곳에 조성되어 있다. 여기에 건강휴양 및 요양시설, 진단 및 치료시설을 접목하면 ‘녹색 웰니스 시티’가 가능하다는 설계안이다. 육 원장은 강원도의 건강관광 클러스터 종합 설계도(그래픽 1)와 같이 제시했다. 강원도의 원대한 포부를 감지할 수 있다.      
생명 산업의 메카, 강원도
 평창과 강릉의 올림픽 시설들은 패럴림픽이 끝나면 긴 휴지기에 접어든다. 생명의 피톤치드를 내뿜는 강원도의 쇠락은 한국의 미래 생명 산업의 침체를 뜻한다. 뜻이 있어야 재정과 인력이 모인다. 웰니스 케어를 집약한 평창모델은 먼 꿈이 아니다. 당장 뛰어들어야 할 필연적 이유가 있다. 서울대 성낙인 총장은 이렇게 말한다. “스위스의 다보스도 인구 1만3000명의 작은 휴양도시였다. 무공해 청정지역인 강원도의 산림, 해양, 맑은 공기를 활용한 힐링 자원을 바이오 웰니스 산업과 융합한다면 새로운 미래 성장산업을 일으킬 수 있다.” 생명 산업의 소중한 자산을 품에 안고 있는 강원도는 이제 우리의 호출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대 석좌교수(사회학)·본사 칼럼니스트
 
'웰니스 케어 심포지엄' 발제자
 
왼쪽부터 박상민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오정미 서울대 약학과 교수, 최인규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육동한 강원연구원장

왼쪽부터 박상민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오정미 서울대 약학과 교수, 최인규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육동한 강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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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