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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슬라이딩센터 폐쇄, 한국 썰매 다시 길을 잃다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여자부 경기에 출전한 김유란-김민성 조가 트랙을 달리는모습. [연합뉴스]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여자부 경기에 출전한 김유란-김민성 조가 트랙을 달리는모습. [연합뉴스]

평창 겨울올림픽을 치르면서 가장 눈부시게 발전한 종목을 따진다면 봅슬레이·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을 꼽을 만 하다. 한국은 그동안 썰매 종목의 불모지였다. 봅슬레이나 스켈레톤은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남의 썰매를 빌려 힘겹게 명맥을 유지하던 비인기 종목이었다. 그런데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썰매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여기에 선수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더해지면서 스켈레톤 윤성빈은 금메달, 남자 봅슬레이 4인승은 은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은 “평창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면서 훗날을 기약했다.
 
이용 대표팀 감독(왼쪽)이 7일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가 폐쇄된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 대표팀 감독(왼쪽)이 7일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가 폐쇄된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평창올림픽이 끝난지 꼭 열흘 만에 이들에게 날벼락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유일의 썰매 전용 경기장인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용(40)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감독은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결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정부 예산 부족으로 더이상 경기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000억 원을 넘게 들여 경기장을 지어놓고도 선수들이 자유롭게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총 1141억원을 들여 지은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아시아 유일의 썰매 전용 경기장이다. [연합뉴스]

총 1141억원을 들여 지은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아시아 유일의 썰매 전용 경기장이다. [연합뉴스]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총 공사비 1141억원을 들여 지난 2016년 10월 완공됐다. 지난해 2월과 3월 루지·봅슬레이·스켈레톤 월드컵이 잇따라 열렸고, 올해는 평창올림픽까지 훌륭히 치러냈다. 특히 최신식 시설과 깔끔한 빙질은 외국 선수 및 관계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1998년 겨울올림픽을 치렀던 일본 나가노 슬라이딩센터가 최근 문을 닫으면서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아시아 유일의 썰매 전용 경기장이 됐다. 전 세계 16번째 썰매 전용 경기장인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은 또 실내 스타트 훈련장과 실내 워밍업장 등 각종 최신 시설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2015년 강원도와 한국체육대학교가 사후 활용 업무협약(MOU)을 맺은 것 외엔 사후 활용 방안을 정하지 못했다.
 
일단 정부는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를 보존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상태다. 문제는 존치할 경우 유지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또 비용을 누가 감당할지 정하지 못한 것이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현재 기획재정부가 시설 활용 용도와 재원 규모를 파악 중이다. 그 결과를 보고 다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 [연합뉴스]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 [연합뉴스]

지난 2015년 강원도개발공사의 조사 결과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의 운영비는 연간 약 21억3000만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이 중 일반 이용객들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금 7억원을 빼면 약 14억원 가량의 손실을 매년 감당해야 한다. 이 금액을 놓고 아직 정부와 강원도가 마땅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올해 슬라이딩센터 관련 운영 예산이 책정되지 않았고, 운영 주체가 정해질 때까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게 됐다.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에서 은메달을 딴 김동현-서영우-전정린-원윤종(왼쪽부터). [중앙포토]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에서 은메달을 딴 김동현-서영우-전정린-원윤종(왼쪽부터). [중앙포토]

이 상황은 고스란히 썰매 종목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다음 시즌 대비를 위해 당장 이달 중순부터 훈련을 시작하려 했지만 실전 훈련을 할 수 없게 됐다. 운영 주체가 정해지지 않아 9~10월 진행하려던 트랙 훈련도 쉽지 않게 됐다. 더구나 대한체육회의 동계종목 선수 육성 예산 지원이 종료되면서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상비군은 해체됐다. 이용 감독은 “등록 선수가 적어서 상비군을 운영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스태프와 선수를 합쳐 상비군 19명을 위한 운영비는 연간 8억원 정도다. 동고동락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예산 편성이 안됐다는 이유로 해산돼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봅슬레이에서 은메달을 딴 대표팀 파일럿(조종수) 원윤종(33·강원도청)은 “올림픽이 끝난 뒤 시설을 사용할 수 없다면 경기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겨우 썰매의 싹을 틔우기 시작했는데 그 싹이 자라지도 못하고 사라질까봐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한국 겨울올림픽 사상 첫 스켈레톤 금메달을 딴 윤성빈. [중앙포토]

한국 겨울올림픽 사상 첫 스켈레톤 금메달을 딴 윤성빈. [중앙포토]

외국에서도 썰매 전용트랙 관리·운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뜨거운 감자’ 에 가깝다. 지금까지 전세계에 건설된 썰매 트랙은 30개였는데, 그 중 14개가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만 3개 경기장이 문을 닫았고, 1972년 겨울올림픽을 개최했던 일본의 삿포로, 98년 올림픽이 열렸던 나가노 트랙도 폐쇄됐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때 사용했던 이탈리아의 체사나 파리올 트랙도 매년 200만달러(약 22억원) 가량 드는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반면 캐나다 휘슬러와 미국 파크시티는 월드컵, 북아메리카컵 같은 국제 대회를 꾸준하게 유치하는 동시에 연계 관광 상품을 개발한 덕분에 연중 사람이 끊이지 않는 ‘테마 파크’로 자리매김했다. 김태동 강원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올림픽을 치르마자 슬라이딩센터를 폐쇄하는 건 말도 안된다. 단순하게 경기용으로만 보지 않고, 체험형 프로그램 같은 마케팅 상품을 개발하고, 크로스컨트리센터, 스키점프센터 등 주변 시설과 연계해서 발전시키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며 “아시아 유일의 썰매 전용 경기장이라는 가치를 잘 활용해야 한다. 썰매 경기장을 보존하면서 수익도 낼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
공사기간: 2013년 12월~2016년 10월
총 공사비용: 1141억원
총 길이: 2018m (경기 주행 연장= 1376m)
커브 수: 16개
표고차: 117m (봅슬레이·스켈레톤 기준)
최고 속도: 시속 134㎞
주요 시설: 경기 트랙, 실내 스타트 훈련장, 실내 워밍업장
주요 대회: 2017년 3월 월드컵 8차 대회,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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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