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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못하고 죽은 그녀들을 위해'…단역배우 자매 사건 재수사 청원 봇물

[사진 JTBC 캡처]

[사진 JTBC 캡처]

 
2009년 8월 28일 오후 8시 18분. 18층 건물 옥상에서 한 여자가 뛰어내렸다. 그리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9월 3일, 그녀의 여동생도 13층에서 뛰어내렸다. 동생은 유서에 "엄마가 남아서 복수해 달라"고 남겼다.
 
지상파 방송국에 출연하던 단역배우 자매의 마지막은 그렇게 끝났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도중 12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다가 3년 만에 목숨을 끊은 그녀들을 대신해 '미투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단역배우 자매 사건을 재수사해달라"는 청원이 11건 게시돼있다. 3월 3일 게시된 청원에는 2만 4600명이 동의를 한 상태다. 청원인들은 "성폭행에는 공소시효가 적용되면 안된다"며 "이 사건을 재수사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단역배우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보조출연 기획사 반장 등 12명이 한 여성 단역배우를 집단으로 성폭행 한 사건이다. 피해자 A씨는 백댄서로 근무하던 동생 B씨의 권유로 한 지상파 방송국에서 단역배우로 일했다.  
 
방송국에서 3개월 가량 일하고 돌아온 A씨는 이유 없이 벽을 할퀴고, 집안 살림을 부수기도 했고, 이를 말리던 엄마와 동생에겐 평소 입에 담지 않던 욕설까지 늘어놓는 등의 이상 행동을 보였다.
 
가족의 도움으로 정신과 병원에 입원한 A씨는 어머니에게 "보조출연자를 관리하는 기획사 반장과 임원들 12명에게 집단으로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사진 JTBC 캡처]

[사진 JTBC 캡처]

 
어머니 장씨는 딸을 대신해 성폭행과 강제추행 혐의로 기획사 관계자 12명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소했다. 그러나 피의자들은 한결같이 "합의하에 이루어진 성관계였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장씨는 "처음에는 진실을 밝히는 당연하고 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딸이 조사받는 과정에서 진실을 밝히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장씨에 따르면 담당 형사는 메모뭉치로 책상을 치면서 "이게 사건이 됩니까? 이거 사건 안 된다"고 수차례 말했다.
 
[사진 JTBC 캡처]

[사진 JTBC 캡처]

 
심지어 피해자 맞은 편에서 가해자들도 함께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진술이 반 정도 남았는데 피의자들 얼굴을 보니 힘들다. 가해자 목소리가 생각나고 차에 가두고 협박한 것이 떠올라 불안하고 악몽을 꾼다"고 했다.  
 
결국 A씨는 2006년 7월 고소를 취하했다. 그 후 공인중개사 학원과 수공예 공방에 다니며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되돌아오려 애썼지만, 결국 2009년 8월 34세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엿새 뒤에는 동생 B씨마저 건물에서 투신해 숨졌다. B씨는 자신 때문에 언니가 괴로워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달 후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자매의 아버지마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 JTBC 캡처]

[사진 JTBC 캡처]

 
어머니 장씨는 홀로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2015년 9월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72단독 재판부는 "소송 제기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 판결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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