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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미투 이후 기업이 고민할 일

사회 곳곳에서 '#미투' 고발이 이어지는 요즘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직장인들의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블라인드’에서도 #미투 폭로와 권위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고발이 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기업인들과 이런 분위기를 얘기하던 와중에 A가 말했다. 
 
“그러니까 마누라 아닌 여자와는 따로 만나서 밥 먹고 술먹으려고 하면 안 돼.” 또 다른 남성인 B도 말했다. “요샌 여직원들에게 차 한잔 하자고 하기가 조심스럽더라고. 난 여직원이랑 다같이 하는 회식은 당분간 안 하기로 했어.”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의 관계에서 상사가 먼저 조심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은 다행이다. 그런데 뒷맛이 씁쓸했다. 직장 안팎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여성들을 업무 파트너보다는, ‘괜히’ 만났다가 ‘행여’ 곤란해질 수 있는 상대로 본다는 얘기로 들렸다. 그러니 여자는 여자들끼리, 남자는 남자들끼리 교류하면 되는 걸까. 그건 남성 상사가 절대적으로 많은 국내 기업에서 회식후 2ㆍ3차 술자리나 목욕탕 사우나에서 많은 업무가 결정되던 과거로 역행하는 길이 되기 쉽다. 국내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2.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5%)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얘기가 한국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었다. 글로벌 #미투 운동에 불을 붙인 미국에서도 최근 ‘펜스 룰(Pence Rule)’에 고개를 끄덕이는 남성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펜스 룰’이란 “부인을 제외한 여성들과는 저녁 식사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는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과거 발언에서 따왔다. 미국 내에선 성차별적 발언이라는 비난을 샀다.
 
이에 대해 최근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경험 많은 직장 내 리더들과 소통(접근)할 기회는 남녀에게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며 “‘펜스 룰’을 따르겠다면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과도 따로 저녁밥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사회참여와 리더십을 강조해온 그는 ‘펜스 룰’에 맞서 ‘#멘토허(MentorHer)라는 캠페인을 제안했다.  
 
성역과 우상을 깨뜨리고 있는 #미투 운동은 기업에도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그 변화가 여직원들의 고립, 혹은 사내 소통의 퇴행으로 이어지면 모두의 손해다. 기업들이 합리적이고 투명한 조직문화에 대해 더 고민할 때다.
 
 박수련 산업부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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