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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시간짜리 120억원 공연, 한국에서 가능할까?

한국에서 바그너 '반지' 시리즈 전체를 공연하기로 한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가 7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월드아트오페라]

한국에서 바그너 '반지' 시리즈 전체를 공연하기로 한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가 7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월드아트오페라]

 공연 시간 17시간, 제작비 120억원.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 전체의 한국 공연은 가능할까. 독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84)와 월드아트오페라는 7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올 11월부터 2020년까지 공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연출, 성악가, 오케스트라, 지휘자뿐 아니라 무대 장치, 연기까지 모두 포함하는 완전한 오페라 무대로 계획한다.
 
 아힘 프라이어는 베르톨트 브레히트로부터 극 연출을 배운 오페라 연출가로 유명하다. 독일의 오페라 극장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으며 시각적으로 압도적인 무대를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2007년 뮌헨에서 진은숙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초연 연출을 담당했고 2011년엔 국립창극단의 ‘수궁가’를 연출했다. 바그너 ‘반지’ 연출은 비교적 최근에 했다. 200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2013년 독일 만하임에서 ‘반지’ 4부작 연출을 맡았다.
 
프라이어는 “분단 상황, 핵 위협 등의 한반도 상황을 한국에서의 ‘반지’ 연출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분단 그 자체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분단이 어떻게 생기게 됐는지를 보려 한다. 내가 보기에는 전세계 인간들이 모두 분리돼 살고 있다.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바그너가 게르만 전통 설화의 영향으로 만든 ‘반지’ 이야기에 대해 프라이어는 “권력에 대한 욕심, 폭력, 전쟁이 난무하고 사랑은 메말라가는 인간의 전형적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작품의 규모다. ‘반지’ 시리즈는 라인강에 가라앉아있던 황금을 난쟁이가 훔쳐가면서 시작된 이야기다. 황금에 대한 저주, 욕망과 본능 때문에 파멸을 맞는 인간, 운명적 저주를 깨뜨리는 여성의 이야기가 장대한 서사시로 펼쳐진다. 1~4부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은 각각 3~4시간씩 되는 오페라로, 공연시간을 모두 합하면 17시간쯤 된다.
 
바그너 '반지' 시리즈의 한국 공연 주최사인 월드아트오페라의 에스더 리 단장. [사진 월드아트오페라]

바그너 '반지' 시리즈의 한국 공연 주최사인 월드아트오페라의 에스더 리 단장. [사진 월드아트오페라]

 
이번 오페라를 주최하는 월드아트오페라의 에스더 리 단장은 “4부작 총 제작비는 120억원으로 예상하며 후원을 확정한 BMW코리아를 비롯해 독일 기업들의 제작비 협찬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단원은 80명 정도 필요한데, 독일 연주자 30명, 한국에서 50명이 함께하기로 했다. 에스더 리 단장은 “11월 첫 공연을 위해 8월부터 연습을 시작하고 11월에 예술의전당에서 무대 연습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연 몇 년 전부터 캐스팅을 확정하고 무대를 준비하는 외국의 경우에 비해서는 준비 기간이 짧은 편이다. 내년 4월 공연하는 ‘발퀴레’ 이후부터는 어떤 성악가들이 출연할지 완전히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공연의 예술제작감독인 마티아스 플레츠베르거는 “한국에는 ‘반지’를 다 연주해본 오케스트라가 없어서 연습이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훌륭한 연주자들이 많기 때문에 잘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첫 무대인 ‘라인의 황금’은 11월 14ㆍ15ㆍ16일 오후 7시 30분, 17일 오후 6시, 18일 오후 3시 총 다섯 번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보탄 역에 베이스바리톤 김동섭, 파졸트 역에 베이스바리톤 전승현, 로게 역에 테너 아놀드 베츠옌 등이 캐스팅 됐다.
 
에스더 리 단장은 “이달 5일 성악 없이 무대만 체크하는 리허설을 마쳤다”며 “한국에서 많은 분이 ‘반지’ 시리즈 전체 공연을 시도하다가 무대에 올리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는 7년을 준비했다. 결국 대한민국이 해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월드아트오페라는 “내년 4월 ‘발퀴레’, 내년 12월 ‘지그프리트’, 2020년 5월 ‘신들의 황혼’을 모두 각각 5회씩 공연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연 전체를 촬영해 영상화하는 계획도 있다. ‘라인의 황금’의 티켓 판매는 여름에 시작할 예정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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