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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자유무역주의자 게리 콘의 백악관 퇴장, 보호무역론자들의 승리

미국 백악관내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파벌의 리더인 게리 콘(57)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곁을 떠나기로 했다.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을 외치는 파벌간 암투에서 보호무역론자들이 승리를 거둔 것이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콘 위원장이 트럼프 행정부에 입성한지 14개월 만에 사의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콘에게는 매우 드문 자질이 있다. 나는 그가 미국인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콘의 사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게리 콘. [UPI=연합뉴스]

게리 콘. [UPI=연합뉴스]

 
그의 사의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가장 규모가 큰 상장지수펀드인 SPDR S&P 500 ETF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를 포함한 뉴욕 주요 지수는 장을 마감한 상태여서 즉각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미국 언론은 자유무역을 주장해온 그가 보호무역론자들과 마찰을 빚으며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것으로 보고있다. NYT는 “콘 위원장의 사임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계획을 놓고 벌어진 내부 투쟁에서 패배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콘 위원장은 관세 조치가 미국의 경제성장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결사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부과계획을 발표하기 전날인 지난달 28일 회의에서는 대통령 면전에서 “만약 관세조치를 고수한다면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콘 위원장은 이날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물러날 시간이 온 것 같다”고 말했지만 지인들이 “당신마저 백악관에서 빠지면 미국경제는 정말 어려워진다”며 극구 말렸다는 후문이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부과 계획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콘 위원장은 서명 전까지 남은 1주일여 동안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사의 표명 사실이 알려진 날에도 콘 위원장은 관세 부과로 피해를 보는 제조업체 대표들을 불러모아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주선하려 했지만 결국 무위에 그쳤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백악관내 분위기는 팽팽했다. 콘 위원장은 롭 포터(41) 전 선임 비서관과 힘을 합쳐 대통령에게 “철강ㆍ알루미늄 관세가 미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무역 전쟁을 촉발할 위험이 크다”고 직언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콘을 ‘글로벌리스트’라고 지칭하며 포터에게도 “글로벌리스트인줄 몰랐다”고 핀잔을 줬다고 인터넷매체 액시오스가 전했다. 결국 이후에 포터의 전처 폭행 사실이 불거지면서 백악관을 떠나자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론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자유무역을 주장한 게리 콘(왼쪽)과 보호무역을 앞세워 관세부과를 주장해온 피터 나바로. [중앙포토]

자유무역을 주장한 게리 콘(왼쪽)과 보호무역을 앞세워 관세부과를 주장해온 피터 나바로. [중앙포토]

 
최근 보좌관으로 승진한 피터 나바로 통상산업국장이 주축이 돼 보호무역을 밀어붙이고 있다. 주무장관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관세 부과에 적극적이다. 나바로는 여전히 “미국시장이 워낙 크고 마진이 많이 남기 때문에 유럽이나 중국이 쉽게 보복관세를 부과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 1일 트럼프가 관세부과를 사실상 결정한 과정에 대해 백악관 내에서는 “국수주의자들이 (관세부과) 결정과정을 납치했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콘 위원장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깜짝쇼였고, 내용도 파격이었다.
 
클리블랜드의 폴란드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콘은 워싱턴DC 소재 아메리칸대 경영학과를 나와 첫 직장에서 창문틀과 알루미늄 섀시를 팔았다. 곧이어 월스트리트에서 은을 거래하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인연을 맺었다.  
 
26년간 골드만삭스에 몸담은 까닭에 지금도 골드만삭스 주식 2억5000만 달러어치를 갖고 있다. 콘은 원래 민주당원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영입제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백악관 입성 초기에는 월가의 규제완화 등에 힘쓰며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의 후임으로 밀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버지니아주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샬러츠빌 폭력 사태’에 대한 트럼프의 양비론적 반응에 상심해 백악관을 떠나려고 했다. 당시 그는 “애국심 있는 미국인으로서는 이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지만 지난 수주간의 일들에 대한 나의 고통을 얘기해야만 한다고 느낀다”고 말했었다. 결국 Fed 의장직은 물거품이 됐다.
 
콘 위원장의 최대 업적은 지난해말 의회를 통과시킨 세제개혁안. 법인세를 대폭 인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 세제개혁안은 1986년 이후로 가장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 협약에서 탈퇴를 결심할 당시 막지못했고, 1조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계획을 진전시키지 못했다.
 
콘 위원장이 떠나기로 결심한 직후부터 월가는 술렁이고 있다. 그의 존재 자체가 주는 예측가능한 안정감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캐피탈알파파트너스의 재정정책 애널리스트인 이안 카츠는 “백악관내 누구보다 콘은 시장에 신뢰를 안겼다”면서 “후임 인선없이 몇 일을 그냥 흘러보낸다면 투자자들은 불안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8월 콘 위원장이 물러날 것이라는 소문이 돈 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가 급락하기도 했다.
 
미 언론을 통해 거론되는 후임으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레스토랑 체인업계의 최고경영자로 노동장관으로 임명됐다가 불미스러운 일로 자진사퇴한 앤디 퍼즈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면 미 상원의 청문회 과정이 필요없는 직책이라 임명이 가능하다. 이밖에 CNBC 해설가이자 전 트럼프 캠페인 보좌관이던 로렌스 커드로우, 대통령 경제 자문 위원회(CEA) 위원장인 케빈 하셋, 그리고 나바로 보좌관의 이름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NYT는 브루킹스연구소 집계를 인용해 이번 콘 위원장 사임까지 합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보좌진의 43%가 떠났다고 전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믿었던 측근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분노와 고립감 속에 동맹국들과 무역 전쟁 같은 독단적인 정책 결정을 한다며 이를 ‘트럼프의 혼돈’ 또는 ‘왕의 혼돈(King Chaos)’이라고 부르고 있다.
 
 
백악관에 보호무역 매파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악수를 둘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날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하원에 출석해 “우리는 무역전쟁에 들어가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곧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이 그렇게 나쁜 게 아니다”라고 말해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뉴욕ㆍ워싱턴=심재우ㆍ정효식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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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