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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합의 발표, 북한이 행동으로 증명해야..중국 이례적 신중론

남북간 정상회담 등 합의 사항을 실은 7일자 신경보 국제면. [사진=신경보 캡처]

남북간 정상회담 등 합의 사항을 실은 7일자 신경보 국제면. [사진=신경보 캡처]

 3차 정상회담 등 남북 합의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6일 심야 담화를 발표하며 환영했다. 하지만 환구시보와 전문가들은 “미국의 반응과 북한의 행동이 중요하다”며 신중론을 표시해 기대감과 신중론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4월 한·미 훈련 진행을 이해한다”는 발언이 중국을 배제하려는 의도라며 ‘차이나 패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8일 전인대 기자회견에서 어떤 추가 입장을 발표할지 주목된다.
 
중국 신화사·중국중앙방송(CC-TV)·중국신문망 등 관영 매체는 6일 오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3·5 남북합의’ 5개 항을 발표하자마자 일제히 속보를 타전했다. 특히 중국 당 중앙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CC-TV는 정의용 실장 브리핑 30여분 만에 메인 뉴스 신원롄보(新聞聯播)의 앵커 브리핑을 통해 합의 사항을 전했다.  남북관계 진전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중국 외교부가 6일 심야에 발표한 남북 합의 환영 담화. [사진=중국 외교부 사이트 캡처]

중국 외교부가 6일 심야에 발표한 남북 합의 환영 담화. [사진=중국 외교부 사이트 캡처]

 
중국 외교부는 겅솽(耿爽) 대변인 명의의 환영 담화를 이례적으로 심야에 발표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이 아닌 대변인 담화문 형식을 택한 것도 주목된다. 
 
겅 대변인은 “한국 대통령 특사단이 방북에서 거둔 적극적 성과에 중국은 환영을 표시한다”며 “한반도 이웃 나라로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남북 쌍방의 관계개선을 지지했고, 관련 각국이 각자의 합리적인 우려를 포함하는 안보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고 한반도 비핵화 과정을 추동할 것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것이 한반도 전체 인민과 관련 각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며 본 지역의 평화 안정에 유리하다고 여긴다”며 “한반도 남북 쌍방이 관련 컨센서스를 성실히 실천하고 화해 협력 과정을 계속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관련 각국이 이번 기회를 잡아 마주 보며 함께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동하기 위해 노력하기를 희망한다”며 “중국은 이를 위해 마땅한 역할을 계속하기를 원한다”고 다짐했다. 외교부 담화는 당 기관지 인민일보 7일 자에 전문이 실렸다. 전날 특사단 방북 당일 외교부 브리핑 내용이 실리지 않았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신중론을 내놨다.
차오신(曹辛) 중국 외교부 산하의 중국·아시아발전교류협회 이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4월 한·미 군사훈련을 이해한다고 한 발언은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한·미와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냄으로써 유엔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차오 이사는 “중국 정부는 미국의 다음 행동을 기다린 뒤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했다. 북한이 ‘차이나 패싱’ 카드로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구도를 흔들려 하지만 쉽게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구시보는 7일 “북남의 새로운 진전을 환영하며 유엔이 지지해야”라는 사설을 통해 외교부와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사설은 “발표 내용은 한국이 일방적으로 대외 발표한 것으로 북한이 장차 이를 어느 정도 증명할 것인지 주목해야한다 ”며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환구시보는 1면 기사에 “6일 자 북한 관영 매체는 ‘남북 우의’ ‘조국통일’만 강조했을 뿐, 미국이나 ‘핵·미사일’ ‘군사연습’을 한 글자도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발표를 북한이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6일 밤 중국중앙방송(CC-TV) 메인뉴스에서 앵커가 30여분 전 발표된 청와대 브리핑 내용을 전하고 있다. [사진=CCTV 캡처]

6일 밤 중국중앙방송(CC-TV) 메인뉴스에서 앵커가 30여분 전 발표된 청와대 브리핑 내용을 전하고 있다. [사진=CCTV 캡처]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환구시보에 “이제 미국의 다음 조치를 관찰할 때”라며 “북한이 공을 미국에 넘겼지만, 미국의 대북 태도는 여전히 강경하고 대북 온건파 관리를 배제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변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홍콩 언론도 향후 정세를 낙관하지 못했다. 홍콩 명보는 이날 “미·북 ‘햄버거 담판’은 고난도”라는 분석기사를 통해 “북·미 갈등 해소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짐 호어 전 주북한 영국대사는 “북한이 비록 인정하지 않았지만, 미국을 겨냥한 도발이 지나쳤으며 위험해졌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담판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없으며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핵무기와 핵재료 생산 동결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 재개 가능성도 제기됐다. 리카이성(李開盛) 상하이 사회과학원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최대한의 압박이 주효했고 동계올림픽 해빙이 성공해 한반도 정세가 전환점을 맞았다”며 “이어 미국은 좋은 당근을, 중국은 좋은 탁자를 준비해 6자회담을 다시 열어 일괄타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미국을 다녀온 뒤 중국을 방문해 방북 성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이때 시진핑(習近平) 주석 면담이 성사될지, 시진핑 2기 정부의 새로운 외교안보팀과 회담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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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