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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컵 떡볶이, 햄버거 … 서울 버스에 테이크아웃 음식 안된다

버스 안 음식 반입 … 서울시, 자제 픽토그램 붙인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으로 향하던 한 버스 안. 직장인 여명희(34)씨가 음식 냄새를 맡고 뒤를 돌아보니 한 젊은 남성이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속이 울렁거린 여씨는 창문을 열어 찬바람을 맞았다. 그는 “버스 안 음식 냄새는 어디 피할 데도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테이크아웃 컵에 담긴 분식. [중앙포토]

테이크아웃 컵에 담긴 분식. [중앙포토]

버스기사 이근배(57)씨는 버스 안에서 음식을 먹는 승객을 봐도 못 본 척한다. 지난달 겪은 일이 떠올라서다. 남대문 버스정류장에서 올라 탄 한 중년 여성은 속이 잡채 등으로 채워진 호떡을 먹기 시작했다. 승객들의 일그러지는 표정을 눈치 챈 이씨는 이 여성에게 “내려서 드시라”고 말했다. 먹고 있던 호떡을 비닐봉지 안으로 밀어넣은 이 여성은 기사에게 항의했다. “왜 그런 걸로 사람 면박을 줘요?”   
 
버스 안 음식 떡볶이·김밥·라면 등 다양 

 

버스 안 테이크아웃 음식을 둘러싼 갈등이 적잖다. 버스업계는 버스에서 음식을 먹는 승객의 수를 하루 약 3만8000명으로 추산한다. 6900여 대의 서울 시내버스 한 대에 평균 5~6명의 승객이 음식을 먹는다고 한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관계자는 “기사가 눈치 채지 못하는 경우를 감안하면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테이크아웃 음식인 햄버거. [중앙포토]

대표적인 테이크아웃 음식인 햄버거. [중앙포토]

중앙일보가 서울 시내버스 기사 80명에게 설문조사 한 결과 승객이 버스 안에서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은 ‘컵떡볶이’(19건)로 나타났다. 과자(15건)·땅콩(12건)·빵(8건)·햄버거(7명)·김밥(6건)·호떡(4건) 순이었다(중복건수 포함). 컵라면·도시락 등도 있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오는 8일부터 단계적으로 모든 서울 시내버스와 정류장에 버스 안 음식 반입 금지 픽토그램(그림문자·사진)을 붙인다. 버스 안에서 음식을 먹는 일이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판단에서다.    
 
이달 8일부터 서울 시내버스에 붙는 음식물 반입 금지 픽토그램. [사진 서울시]

이달 8일부터 서울 시내버스에 붙는 음식물 반입 금지 픽토그램. [사진 서울시]



개정 조례 근거해 기사가 탑승 제지 가능
 
올 1월 4일부터 버스 운전자는 음료 등 음식물이 담긴 테이크아웃 컵의 운송을 거부할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시내버스 재정지원 및 안전운행 기준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시행 두 달이 지났지만, 반입 금지 대상이 테이크아웃 커피에 한정돼왔다. 버스 안 안내방송도 나온다. 버스업계는 조례 시행 이후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타는 승객이 이전보다 20~30%정도 줄었다고 추산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번 픽토그램 부착으로 ‘탑승 금지’ 대상이 음식까지 포함된 사실을 알린다. 서울시 관계자는 “컵에 든 떡볶이나 치킨, 아이스크림 등의 음식은 물론이고, 햄버거·호떡과 같은 버스에서 먹기 쉬운 테이크아웃 음식도 들고 타지 못하게 기사가 제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음식 먹은 후 쓰레기도 골칫거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버스 안 음식 섭취’에 대한 불만 글들이 적지 않게 올라와있다. ‘히터 켜진 버스 안 음식 냄새는 멀미 유발’ ‘꼬치류 음식은 위험하기도 하다’ ‘오늘 버스에서 오코노미야끼 먹는 사람 봤다’는 글들이다.
 
버스기사들은 “음식물 쓰레기 뒤처리가 더 문제”라고 말한다. 버스 청소를 담당하는 이모(59)씨는 “음식 쓰레기를 의자 사이나 창틀에 두고 내리거나 남은 음식을 바닥에 짓이기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기사 정근영 (67)씨는 “음식 쓰레기를 승객이 아무데나 버리고 가면 이걸 본 다른 승객이 ‘버스 청결 상태가 나쁘다’면서 민원을 넣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서울의 한 버스 차고지에 쌓인 음식물 쓰레기. 임선영 기자

지난 6일 서울의 한 버스 차고지에 쌓인 음식물 쓰레기. 임선영 기자

지난 6일 출근시간대 버스 안 쓰레기통에 쌓인 음식물 쓰레기. 임선영 기자

지난 6일 출근시간대 버스 안 쓰레기통에 쌓인 음식물 쓰레기. 임선영 기자



금지 음식 기준 모호하고 강제성 떨어져  

 
하지만 버스 안 ‘음식 탑승 금지’는 혼란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금지 음식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 직장인 문진호(39)씨는 “집에서 먹을 포장음식을 들고도 마음 편히 버스를 못 타게 되는 것이냐”면서 “버스 안에서 먹을 음식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정확히 나눌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기사 황병구(59)씨는 “기사들도 어떤 음식은 허용하고, 어떤 음식은 금지할지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을 것 같다. 차라리 ‘버스 안 음식 섭취 금지’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기사의 ‘탑승 금지’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과태료는 부과되지 않는다. 강제 규정이 아니다보니 승객이 기사의 제지를 거부할 수도 있다. 한 버스회사의 민원 담당 직원은 “기사의 제지로 커피를 바닥에 버리고 버스에 탔으니 ‘커피값을 물어내라’는 민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민원을 우려한 기사들이 승객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해외에선 음식물을 들고 대중교통에 타지 못하도록 강하게 제지하기도 한다. 대만은 음식을 들고 지하철을 타면 벌금(최대 약 28만원)를 부과한다. 싱가포르 역시 대중교통 내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면 벌금을 내야한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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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