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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사람들의 길잡이 꿈꿔요”

작업실에 모인 미싱 피플 식구들. 직원 김영란, 대표 이승우, 디자인 담당 정준기, 직원 성향숙씨(왼쪽부터). [최은경 기자

작업실에 모인 미싱 피플 식구들. 직원 김영란, 대표 이승우, 디자인 담당 정준기, 직원 성향숙씨(왼쪽부터). [최은경 기자

지난달 12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유니스트) 졸업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반려견 ‘토리’의 옷을 선물해 화제가 된 기업이 있다.
 
유니스트 학생들의 소셜 벤처 ‘미싱 피플’이다. 소셜 벤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한 초기 기업(스타트업)이다. 1학년을 마치고 휴학 중인 이승우(21·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대표가 대학 동기인 황희원(20·재무회계학과)·박채빈(20·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씨, 고교 동창 정준기(21)씨와 지난해 9월 설립했다.
 
미싱 피플은 반려동물용품 업체다. 창업 초기에는 헌 옷으로 주로 강아지 용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헌 옷으로 만들었다고 꺼리는 사람이 많았다. 헌 옷으론 대량 생산도 어려웠다. 그래서 일반 제품과 맞춤형 제품으로 나눠 생산에 들어갔다.
 
일반 제품은 친환경 고급 원단으로 만든 수제품이다. 맞춤형 제품은 고객이 헌 옷 등을 보내주면 원하는 디자인·사이즈로 제작한 것이다. 맞춤형 반려견 옷은 한 벌 5만원 선으로 외국 브랜드의 절반 수준이다. 일반 제품은 3만~4만원대다. 옷뿐만 아니라 이동용 가방, 침대, 목줄, 인식표도 생산한다. 생산시설은 울산 남구 울산벤처빌딩에 있다.
 
생산 제품들. [연합뉴스]

생산 제품들. [연합뉴스]

실제 제품은 직원 성향숙(57)·김영란(48)씨 등이 만든다. 경력이 끊기거나 장애가 있어 취업이 어려웠던 이들이다.
 
이 대표는 “한 해 국가 자활교육을 받는 1만4000명의 5% 정도만 취업한다. 취업이 어려운 근로자를 고용해 자립을 돕는 것은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채용 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표와 정씨는 1년 동안 직접 재봉사 교육을 받았다. 직원인 ‘이모님’에게 재봉기술도 전수했다.
 
이 대표가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둔 된 데는 사연이 있다. 그는 경기도 한 고교의 농구 특기생이었다. 팔 부상으로 농구를 그만두면서 좌절했지만 초등교 영재반 경험을 살려 발명대회에 나가 수상하면서 부산 대광발명과학고에 전학해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고교 때 발명 지도 선생님과 준기 같은 친구들이 넘어진 저를 일으켜줬어요. 저도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추운 겨울 강아지 옷이 너무 비싸 못 산다는 홀로 사는 할머니의 얘기를 듣고는 사업을 구상했습니다.” 길을 잃은 사람들(Missing People)과 재봉틀로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Mishin People)이란 뜻이 담긴 회사를 설립한 이유다.
 
사업 아이디어는 2016년 고용노동부 등이 개최한 ‘2016 소셜 벤처 아이디어 경연대회’에서 수도권 톱 10에 드는 등 여러 경연대회에서 수상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초기 자본금 5000만원도 받았다.
 
이 대표는 “아직 고객이 적지만 제품을 재주문하거나 후원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오는 8일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열고, 4월 서울·부산에서 열리는 ‘펫 박람회’에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하고 인건비를 지원받기 위해 오는 7월 사회적 기업 인증 신청도 할 계획이다.
 
그는 “대통령께서 무엇을 판매하는지, 직원은 몇 명인지 물어보셨다”며 “바이오·3D 프린팅 산업과 비교해 자치단체의 지원이 적은 점을 얘기하지 못한 게 아쉽다”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는 “행사가 끝난 뒤 토리 옷값 5만원을 주셨다”고 귀띔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고양이·원숭이·다람쥐·앵무새 등 모든 반려동물 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사회적 기업이자 반려동물용품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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