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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이에 손 내미는 사회로" 자살 예방 팔 걷은 의원들

한국에서 한 해 평균 1만3000명가량의 아까운 목숨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지난주 국회가 자살예방포럼을 출범시켜 본격 대응에 나섰다. 중앙일보ㆍ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ㆍ한국자살예방협회는 '생명, 그 소중함을 위하여' 기획의 일환으로 포럼 공동대표 3인의 향후 계획을 들었다.

 
국회의원 자살예방 모임인 ‘국회 자살예방포럼’ 출범식이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핸드프린팅을 한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권도엽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오강섭 한국자살예방협회장, 박영선 의원, 최도자 의원, 원혜영 의원(포럼 공동대표),ㆍ주승용 의원(포럼 공동대표), 전혜숙 의원, 강석진 의원,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 [중앙포토]

국회의원 자살예방 모임인 ‘국회 자살예방포럼’ 출범식이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핸드프린팅을 한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권도엽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오강섭 한국자살예방협회장, 박영선 의원, 최도자 의원, 원혜영 의원(포럼 공동대표),ㆍ주승용 의원(포럼 공동대표), 전혜숙 의원, 강석진 의원,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 [중앙포토]

"자살 예방 예산 162억뿐인 건 창피" 정치권도 나섰다
자살 예방에 앞장서는 원혜영 의원이 5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원 의원은 국회 자살예방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최승식 기자

자살 예방에 앞장서는 원혜영 의원이 5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원 의원은 국회 자살예방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최승식 기자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 이런 노래 가사가 있지 않나요. 누군가 손을 먼저 내밀어 주는 게 절망과 고립에 빠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수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불렀다. 자살 예방을 위한 첫걸음은 사회적 관심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원 의원은 지난달 27일 출범한 국회 자살예방포럼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국회의원 자살 예방 모임인 ‘국회 자살예방포럼’ 출범식이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오른쪽부터 오강석 자살예방협회장, 권도엽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원혜영 의원(포럼 공동대표), 주승용 의원(포럼 공동대표), 전혜숙 의원, 기동민 의원, 강석진 의원, 최도자 의원. [중앙포토]

국회의원 자살 예방 모임인 ‘국회 자살예방포럼’ 출범식이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오른쪽부터 오강석 자살예방협회장, 권도엽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원혜영 의원(포럼 공동대표), 주승용 의원(포럼 공동대표), 전혜숙 의원, 기동민 의원, 강석진 의원, 최도자 의원. [중앙포토]

국회는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한 후 눈에 띄는 활동이 없었다. 지난해 말 자살 예방 관련 예산을 60%가량 올리면서 관심이 되살아났고, 이번 포럼에 38명의 국회의원이 동참하고 나섰다. 원 의원은 "정치권의 늦은 반성이 포럼이라는 결과로 나왔다"면서 "특정 정당이나 개인의 힘으로 하긴 어려워서 38명의 의원이 초당적으로 모였다. 지금부터라도 힘 있게, 지속해서 국회에서 입법과 예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적은 예산을 두고 "부끄럽다"고 수차례 반복했다. 원 의원은 "자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6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예방 예산이 162억원인 건 창피한 일이다. 일본은 연간 예산이 7500억원을 넘는데 우리는 그 1%를 겨우 넘긴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16년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1만3092명이다. 교통사고 사망자(4292명)의 3배를 넘는다. 원 의원은 자살의 원인으로 사회적 양극화, 고립된 노후 생활 등을 들었다. "중·장년층은 압축 성장기에 열심히 일해왔지만 이젠 일할 기회와 능력을 잃고 아무런 준비 없이 노후에 혼자 내던져진다. 청년들도 경제적으로 품위 있는 생활과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는 낙제점을 줬다. 예방 정책의 양과 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원 의원은 "부처별로 흩어진 자살 정책을 하나로 잘 연계시키고, 공공 부문·민간단체·종교 기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며 "포럼에 참여하는 국회의원을 50명 이상으로 늘려 동력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국회 자살예방포럼 공동대표인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뉴스1]

국회 자살예방포럼 공동대표인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뉴스1]

핀란드와 일본. 원 의원은 벤치마킹하고 싶은 나라로 두 곳을 꼽았다. 핀란드는 북유럽이라 우리와 사회적 환경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현장 중심의 세밀한 정책 설계는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차원의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그 토대가 될 수 있는 자살 실태와 원인을 현장 조사로 정확히 분석해냈다. 자살로 숨진 사람 1000여명에 대해 심리 부검을 시행해 현장성을 가진 수치로 정책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고 말했다.  
 
이웃 일본은 지방자치단체와 중앙 정부의 협력 시스템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원 의원은 "지방 정부가 주도적으로 자살 예방 정책을 찾아낸 뒤 그걸 다른 지역에서 도입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느꼈다"면서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실제로 자살 예방 효과가 검증된 사례를 중앙 정부가 열심히 전파하고 적극 지원하는 게 해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대교에 세워진 자살 예방 동상. 지인이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중앙포토]

서울 마포대교에 세워진 자살 예방 동상. 지인이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중앙포토]

 
원 의원은 "주변을 먼저 돌아보고 정신적·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며 "'힘드시죠' '잘 극복할 수 있어요' '힘내세요'라고 대화하고 상담하는 것만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의원은 "올해를 자살 예방과 생명 존중 확산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며 "인구 10만명당 25.6명인 자살률을 2022년 17명까지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자살 예방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질 거라고 자신했다. "포럼 참여 의원들 모두 자살을 '내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 의원ㆍ정당ㆍ국회ㆍ정치권ㆍ사회가 보다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포럼 공동대표를 맡은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6일 "상임위(정무위)에서 손해보험ㆍ생명보험과 관련된 자살 이슈를 많이 다뤘고, 지역구에서 자살하려는 사람이나 유가족을 종종 만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자살자도 마지막 순간엔 주변에 손을 내밀기 마련인데 그 신호를 가족·친구들은 잘 알지 못한다. 편견 없이 우울증을 빨리 치료하도록 지원하고, 자살 고위험군을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프로그램을 체계화하는 데 예산을 투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자살예방포럼 공동대표인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은 "앞으로 법과 제도, 예산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국회 자살예방포럼 공동대표인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은 "앞으로 법과 제도, 예산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공동대표인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도 이날 "국회 교통안전포럼 대표를 맡으면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0년 전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데 보람을 느꼈다. 자살예방포럼을 만들어 자살자를 한 명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그것도 큰 보람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일본보다 한참 뒤떨어지는 우리 예산을 보면 국회가 직무 유기를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 법과 제도, 예산을 개선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면서 "가족이 자살로 풍비박산 나면 제2의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자살 유가족을 사회가 보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명, 그 소중함을 위하여
 
두 의원 모두 자살을 예방하려면 정치권뿐 아니라 전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자살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 문제이고, 가족 공동체와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남의 일이 아니고 '내 일이다', '내 가족의 일이다'라는 공동체 의식이 중요하다. 국회와 정부, NGO(비정부기구)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대국민 자살 예방 캠페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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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