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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왜 녹색 ‘어머니회’여야 할까

박형수 교육팀 기자

박형수 교육팀 기자

평일 아침 전국 초등학교 정문 앞 등굣길 풍경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학생들은 혹여 지각할세라 분주히 발걸음을 옮긴다. 교사들은 정문 앞에서 학생들을 맞는다. 정문 앞 횡단보도 양쪽엔 엄마들이 서 있다. 교통사고 예방 차원에서 자원봉사하는 학부모들이다. 그런데 아빠들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이 활동을 맡는 학부모 단체 이름부터가 ‘녹색어머니회’다.
 
익숙한 이 풍경에서 아이들은 ‘학부모의 학교 활동 참여는 엄마들 역할’이란 인식을 자연스레 익힌다. 실제로 초·중·고교에서 볼 수 있는 학부모 봉사자는 거의 엄마들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고, 급식 시간에 학생들에게 음식을 덜어주고, 1학년 교실 청소를 도와주는 이 역시 엄마들이다. 학부모 봉사를 포함해 양육·교육 전반이 ‘엄마 몫’으로 여겨져 왔다. 자녀의 고민을 들어주고, 진로에 관해 얘기를 나눠주는 것 역시 엄마들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아빠들의 몫은 ‘무관심’이다. “나는 하나도 몰라. 교육은 엄마가 알아서 하는 거지. 나야 열심히 벌어 돈만 갖다 주면 돼.” 아빠끼리는 이런 얘기를 ‘자조’처럼, ‘자랑’처럼 주고받는다.
 
그간 우리 사회는 아빠·엄마, 그리고 남성·여성의 역할에 높은 ‘벽’을 세워왔다. 아이들이 접하는 교과서에도 벽은 존재한다. 교과서 속 삽화에서 정장 차림의 직장인은 대체로 남성이고, 앞치마 차림으로 요리를 하는 것은 여성이다. 운동경기를 담은 삽화에서도 선수·심판은 남성, 관중은 여성이다. <중앙일보 3월 6일자 4·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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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Too)’ 운동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양성평등 교육을 연구하는 초등교사 모임인 ‘초등성평등연구회’에 따르면 학교와 사회에는 일상적이면서도 너무 만연해 우리가 문제의식조차 못 느끼는 성차별이 많다. 문제는 이런 관행들이 은연중에 성차별을 ‘학습’ 시킨다는 점이다. 가정·학교·직장뿐 아니라 일상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관행들이 양성평등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우리 스스로 치열하게 반문해야 한다.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모름지기 여자라면(남자라면)” 같은 것을 일일이 수면 위로 올려 하나하나 고쳐야 한다. 그래야 이번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첫발을 내딛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연구회 소속 이신애 교사는 “녹색어머니회를 ‘녹색학부모회’ 또는 ‘녹색봉사단’으로 바꿔 부르자”고 제안했다. 그렇다. ‘녹색어머니회’가 아니라 ‘녹색학부모회’여야 한다.
 
박형수 교육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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