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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철강 관세가 폭탄이라면 ‘트럼프 핵폭탄’ 올 수도

원용걸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원용걸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관세폭탄’을 터뜨렸다. 무역확대법 제232조에 근거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세계 경제에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한다는 무역확대법 제232조의 주요 적용대상이 이번엔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이다. 이 때문에 미국 국가안보의 동맹기반을 훼손할 수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11월 중간선거 승리라는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밀어붙인다지만 그 후유증이 상상 이상이 될 수 있다.
 
1962년 제정된 무역확대법 제232조는 사실상 용도가 거의 폐기된 무역조항이다. 지금까지 모두 26차례 조사에 인용됐지만,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에는 2001년 철광석과 철강 반제품 조사를 포함해 불과 2건만이 이 조항에 근거해 조사됐다. 그마저도 모두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WTO 규범에서도 국가안보를 훼손하는 무역을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이 있지만 제232조와 같은 국내산업 보호 목적은 아니다.
 
미국의 일방적인 무역 조치는 그 연원이 깊다.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수입관세를 일거에 평균 52%로 대폭 인상해 교역상대국들로부터 보복관세를 초래했다. 대외무역을 극도로 위축시켜 오히려 대공황을 심화시킨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역사상 악법 중 하나로 평가된다. 결국 미 의회는 1934년 상호무역협정법을 제정해 관세협상권을 행정부에 부여함으로써 상호적인 관세인하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논란이 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은 거의 모든 제조업의 기초소재로 사용되기에 만일 고율 관세 부과로 가격이 인상되면 관련 기업에는 생산비 상승의 부정적인 영향이 매우 크다. 따라서 철강과 알루미늄을 중간재로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관세 인상에 대응해 비용 절감 노력을 다각도로 하겠지만 결국 행정부에 관세 인상을 통한 국내 산업 보호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국 경제사에서 나타나는 ‘보호의 수직적 연계’라는 현상이다.
 
시론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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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철강과 알루미늄의 고율 관세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향후 자동차·가전·항공기, 건축용 자재, 산업용 부품 등 철강과 알루미늄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미국 기업들의 대응이다. 비용 상승으로 이윤이 줄어드는 이들 미국 기업은 강력한 로비를 통해 수입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에 반덤핑관세든 상계관세든 자의적인 보호무역 조치를 끌어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미국 시장에 자동차와 가전 등 완제품을 수출하는 한국기업에 더 큰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은 기업이나 협회가 의회·행정부에 로비해 무역정책을 사실상 민영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무역확대법 제232조라는 낡은 칼까지 꺼내 드는 마당에 반덤핑관세나 상계관세같이 합법적인 정책수단들은 언제든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한국 정부로서는 대책 마련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젠 미국 유권자들에게 직접 다가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관세인상 결정 과정에서 소외돼 생산비용 상승을 감내해야 하는 미국 기업들과 관련 협회, 그뿐만 아니라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소비자들에게 호소해야 한다. 이들이 미국 지역정치인들을 설득하고, 다시 정치인들은 백악관을 설득하도록 해야 한다.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다.
 
이와 별도로 한국 정부는 조심스럽지만, 미국 정부의 관세 인상에 대비해 상응하는 보복의 범위에 대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잠재적인 보복 대상 제품 생산기업들과 그 기업들이 소재하는 지역의 상·하원 의원들을 압박해 이들이 관세인상 저지에 나서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WTO 체제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나라들, 특히 EU·캐나다·일본과 긴밀한 공조 모색이 필요하다. 합종책(合縱策)인 셈이다. 한국 혼자서는 효과적으로 미국을 상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전적인 미국 내 여론설득 작업에서부터 사후적인 WTO 분쟁 및 보복에서도 공동보조가 필요하다.
 
세계는 이미 1930년대 경험을 통해 일방적 관세인상과 보복이 반복되는 무역전쟁은 승자가 없는, 모두가 지는 게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는 그래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미 행정부가 과거의 교훈을 외면한다면 불행한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국 국민을 포함한 전 세계인들에게 돌아간다. 부디 미 행정부가 역사의 교훈을 직시하고, 미국 국민은 현명한 시민의식으로 행정부를 감시하길 바란다.
 
원용걸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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