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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경제학으로 본 북한 전략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인간의 결정과 행동을 관통하는 법칙 중 하나는 균형이다. 얼마나 먹을지 정할 때도 한 숟갈 더 먹음으로써 얻는 효용(허기를 면함, 행복감, 영양 섭취)이 그 비용(과식·비만·가격 등)과 같아질 때까지 먹는 것이 정답이다. 자동차 생산업체도 차 한 대를 더 제조하는 비용이 이를 판매할 때 얻는 이익보다 크다면 생산하지 않을 터이고, 반대로 작다면 생산할 것이다. 경제학에선 이처럼 한 단위를 추가해 얻는 수익(한계수입)과 드는 비용(한계비용)이 똑같을 때 이윤이 극대화되며, 따라서 이 상태를 바꿀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균형이라고 부른다.
 
북한은 이미 핵·미사일 도발의 한계비용이 급상승하는 점을 지났다. 지난해 말 핵무력 완성을 서둘러 선언한 것도 추가적인 핵·미사일 실험으로 얻게 될 이익보다 지불해야 할 비용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한다면 제재가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의 원유 공급이 아예 중단될 수 있고 수출이 다 막히고 해외 파견 근로자 전부가 당장 철수해야 할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 태평양 상공에서의 핵실험, ICBM의 괌·하와이 인근으로의 발사나 대기권 진입 기술의 진전, 이 모든 도발은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는 행위로 간주될 것이다. 이제 북한이 안심하고 도발할 수 있는 선택지는 별로 없다.
 
북한이 대북특사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대화 의사를 피력한 것도 이상과 같은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앞으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기회는 충분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이를 북한의 국면 전환 시도로 보는 것이 안전하다. 즉 핵·미사일 완성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일단 제재와 군사적 압박의 판을 흔들고 싶은 것이다. 먼저 유엔 안보리 등의 대북제재로 말미암아 빈사 상태에 들어가고 있는 경제를 되살려 놓아야 할 절박성이 커졌다. 시간이 갈수록 제재는 북한 경제와 사회를 더 옥죌 것이다. 권력층과 주민들의 불만이 증가해 정권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다시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더라도 경제가 버틸 수 있게 하려면 제재를 일부라도 완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미국에 군사 개입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선 남북 유화모드를 조성해 한·미 동맹의 공동보조를 헝클어 놓아야 한다. 북한은 이런 전략적 계산하에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김병연칼럼

김병연칼럼

북한은 대북특사를 통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전제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북한 관영 통신이 ‘만족한 합의’를 봤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합리적 의심을 가지고 봐야 할 것이다. 북핵 문제의 해결은 제재가 완전한 효과를 발휘하고 북한의 모든 국면 전환 시도가 무력해져야 시작 단계에 들어설 것인데 아직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미 협상이 열리더라도 북한은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조건을 내걸며 협상을 무력화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대북제재의 균열을 의도할 가능성도 크다.
 
특사 방북 시 한·미 합동군사훈련도 중요한 관심사였을 것이다. 북한이 4월에 있을 이 훈련을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데 이해했다고 한다. 이는 전향적인 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우리가 원칙을 지킨 결과다. 우리는 앞으로도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요구에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북한 도발의 원인이 아니라 도발에 대한 억지(deterrence) 수단이다. 이마저 대화를 위해 희생하면 북한은 한·미 동맹 균열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 북한을 불신할 뿐 아니라 한국마저 미덥지 못하다고 미국이 판단한다면 북·미 대화가 열리기도 어렵고 열리더라도 성과를 내기가 어려워진다.
 
경제의 부침에도 구조적 요인과 경기 변동적 요인이 있듯이 남북 관계도 구조와 상황을 분리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구조적으로 이전처럼 쉽게 도발하지는 못한다. 도발의 일시 중지를 선심인 양 내주고 제재 및 압박 완화와 교환하려 시도할 수 있다. 대북특사가 어제 발표한 내용은 북핵 문제의 제2라운드, 즉 대화와 협상 라운드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이 라운드가 순조롭게만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직 북한의 비핵화 호가(呼價)를 떨어뜨릴 결정적인 그때는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재가 심각한 충격을 주기까지 적어도 6~9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화는 이어가되 제재를 풀어서는 안 된다. 압박을 지속하며 기다려야 한다. 거짓이 아닌 참된 평화를 위해서 그렇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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