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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 ‘경심’ 3주뒤 판가름 … 문재인 vs 홍준표 대전 불붙는다

강찬호의 정치 속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긴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경수 의원(오른쪽).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긴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경수 의원(오른쪽). [연합뉴스]

“김경수! 김경수!”
 
지난달 22일 경남 고성의 한 도서관 강당. 더불어민주당 안민석(4선·오산)·박주민(초선·은평갑) 의원이 연 ‘뭉쳐야 뜬다’ 토크 콘서트에 같은 당 김경수 (초선·김해을) 의원이 등장하자 환호가 터져 나왔다. 김 의원은 “PK가 당의 승리를 뒷받침해야 문재인 정부가 2기에서 수많은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고 외쳤다. 청중들은 “출마! 출마!” 연호로 화답했다. 안민석 의원은 “자신의 고향인 경남 고성에서 공개행사에 나서면 출마설이 더욱 굳어질 걸 잘 아는 김 의원이 나의 콘서트 출연 제의에 선뜻 응한 걸 보면 출마할 생각이 상당한 것 같다. 당에서도 쿠킹(작업)이 무르익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중간평가 격인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주장하려면 경남을 반드시 가져와야 한다. 경남은 문 대통령의 고향이자, 지난 대선(36.73%)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37.24%)를 0.5%P까지 따라잡은 곳이다. 이곳을 가져오면 부산과 울산에서도 승리를 기대할 여지가 생긴다. 한국당을 ‘TK자민련’으로 전락시켜 2년 뒤 총선에서 압승할 가능성도 꿈꿀 수 있다.
 
문제는 36% 벽이다. 지난해 대선은 물론 2012년 대선·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문재인(36.7%)·김경수(36.05%) 후보의 득표율은 전부 36% 선에 그쳤다. 영남 지역 정서와 보수 심리가 뿌리 깊은 탓이다. 95년 지방선거가 처음 실시된 이래 민주당 간판을 달고 나온 후보가 경남지사에 당선된 적이 없다. 민주당 의원인 김두관도 경남지사는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홍준표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었던 것도 보수 표가 안철수·유승민으로 분산된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경남의 ‘동서분단’도 민주당이 넘어야 할 벽이다. 동부 경남은 공업화 진전으로 노동자와 젊은층 주민이 늘면서 민주당 호감도가 높아진 편이다. 경남에서 민주당으로 당선된 의원들의 지역구는 전부 이 지역에 몰려있다. 반면 공업화가 뒤떨어지고 장·노년층이 많은 서부 경남은 민주당에 반감이 크다. 창원에서 마산을 잇는 다리를 넘어가면 분단현상이 뚜렷하다. 아파트와 공장이 사라지고 농가형 단독주택만 보인다. 자유한국당의 아성이 시작되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인지도 높고 득표력 확실한 거물 후보가 필요하다. 서부 경남 출신이면 더 좋다. 두 조건이 다 되는 후보가 김경수 의원이다. 노무현의 충신이요 문재인의 복심으로, 경남에서 민주당 정치인으로는 지지율 1위다. 여론조사를 돌려봐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10~20%P 높게 나온다. 한국당 가상 후보를 오차범위를 뛰어넘어 앞서는 조사 결과도 많다. 그가 경남지사에 당선되면 ‘민주당 최초의 경남도백’으로 각광받으며 4년 뒤 대선에 직행할 가능성도 생긴다. 김 의원이 떠난 김해을 지역구엔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나, 김 의원 지사 출마로 밀려난 민주당 예비후보를 공천해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질 재보선에 내보낸다는 구상도 나돈다.
 
지난달 6일 경남도청에서 도지사 후보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40년 지기 공민배 전 창원시장(오른쪽). [연합뉴스]

지난달 6일 경남도청에서 도지사 후보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40년 지기 공민배 전 창원시장(오른쪽). [연합뉴스]

이런 이유로 여권 내에선 김 의원을 경남지사 후보에 전략공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강하다. 문제는 두 가지다. 본인이 출마 결심을 굳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경남지사 자리를 노리고 오랫동안 준비해온 현지 민주당 예비후보들의 반발이다. 우선 김 의원은 당선 가능성을 선뜻 낙관할 수 없다. 원래 보수의 텃밭인 지역이라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은 ‘샤이 보수’ 유권자들이 야당 후보에 몰표를 던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후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특히 문 대통령 당선을 위해 경남지사 후보자리까지 반납했던 공민배 전 창원시장의 반발이 거세다.
 
공 전 시장은 문 대통령의 경남고·경희대 1년 후배로 문 대통령과 호형호제하는 40년 지기다. 문 대통령이 군 입대를 위해 창원을 찾았을 때 창원 집이 있던 공민배 방에서 하루 잤다. 동행한 애인 김정숙 여사도 함께 잤다고 한다. 그만큼 가까운 사이다. 2012년 대선과 함께 치러진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문 대통령은 공민배에게 빚을 졌다.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공민배가 야권 연대를 통해 대선 승리를 노리던 문재인 후보를 위해 자진사퇴하고 무소속 권영길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공민배는 사퇴 직전 문 후보에게 전화했는데 평소 “민배야”하며 반말을 하던 문 후보는 이날 만큼은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존대말을 썼다고 한다. 문 후보는 대선에서 떨어진 뒤 공민배를 만나 식사하며 “나 때문에 네가 맥(정치적 거취)이 끊어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창원 시내에 캠프를 차린 공 전 시장을 만나 물어봤다.
 
김경수 의원 출마 가능성은.
“경수는 내 친한 후배다. 지난해 대선 때 경수는 서울에서, 나는 경남에서 문재인 후보를 도우며 교류했다. 그런데 대선 직후부터 ‘홍준표가 대선 출마로 사퇴한 경남지사직에 김경수가 출마한다’는 설이 돌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김경수를 만나 캐물었다. 경수는 ‘그럴 일 없다’며 부인했다. 그럼에도 여름이 되면서 ‘김경수 경남지사 출마설’은 오히려 증폭됐다. 8월 중순 경수를 다시 만나 ‘나는 경남지사로만 만족할 사람이다. 경수 너는 나이도 젊으니 정 경남지사를 원하면 내가 지사직을 딱 한 번만 하고 넘겨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자 김경수는 ‘정치가 그리 말하는 것처럼 됩니꺼?’라고 하더라. ‘지사직 출마 의사가 상당하구나’라고 느껴 이후 경수와의 접촉을 끊어왔다(김경수 의원 본인은 '정치는 계산대로 되지 않더라. 그리고 지사직 출마에 대해서는 의원직 중도 사퇴는 바람직하지 않다 라는 뜻으로 공 전 시장에게 말한 것'이라고 본지에 밝혔다).”
 
김 의원 출마를 요구하는 이들은 누군가.
“세 갈래다. 우선 백원우·송인배 등 경수와 친한 청와대의 586 비서관들이 있다. 이호철 등 부산에 포진한 친노·친문들과 경남 현지의 민주당원들이 뒤를 따른다. 정권 재창출부터 경남 지역 정책까지 내다보고 경수를 밀고 있다.”
 
김 의원이 출마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 지지율도 높다. 나와 경수가 한국당 후보와 각각 양자대결을 하는 구도로 여론조사를 돌려보면 차이가 1~2%P밖에 나지 않는다. 중도 확장성도 내가 높다. 이런 걸 무시하고 특정인을 꼽는 건 안 된다.”
 
지난 달 27일 윤한홍 의원(왼쪽)을 대동하고 김해 신공항 구상을 발표하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지난 달 27일 윤한홍 의원(왼쪽)을 대동하고 김해 신공항 구상을 발표하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한국당의 대응도 변수다. 홍준표는 지난달 21일 “경남지사 선거에 내 대표직 재신임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자신의 경남지사 시절 부지사를 지낸 최측근 윤한홍 한국당 의원(초선·마산회원구)을 지사 후보로 전략공천할 뜻을 굳혔다는 설이 흘러나온다. 자신의 텃밭을 공략하려는 민주당에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김경수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면 경남지사 선거는 문재인(최측근) 대 홍준표(최측근)의 대결이 된다. 문 대통령은 ‘정권 심판’, 홍준표는 ‘당권 심판’의 빅매치가 되는 것이다. ‘PK목장의 전쟁’으로 경남지사 선거판이 커지는 셈이다. 한국당은 이런 구도를 내심 반긴다. ‘문재인 심판 선거’가 되야 전통적인 보수심리를 자극해 한국당이 유리한 선거판이 형성되리란 기대다. 윤한홍 의원에게 물어봤다.
 
김경수 의원 출마설이 커지고 있다.
“우리로선 나쁘지 않다. 홍 대표가 왜 재신임까지 걸고 초선인 나를 밀었겠나. 경남지사 선거를 정권 심판 프레임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승산이 있나.
“그렇다. 현 정권은 너무 사회주의로 가고 있다. 경남 주민들은 이를 걱정하며 (여당에) 등을 돌렸다. 우리 당 지지기반이 거의 다 회복됐다.”
 
선거 유세 전략은.
“첫째도 둘째도 ‘문재인 정권 심판’이다. 정부의 실정을 최대한 부각하면서 지역 개발 공약을 병행할 것이다.”
 
김경수가 동서 경남 출신이라 이곳의 보수표도 민주당으로 갈 여지가 생긴 것 아닐까.
“아니다. 홍 대표와 내가 경남지사, 부지사를 하면서 동서를 적극 챙겼다. 진주에 제2경남도청을 세운 것도 우리 때다. 동서 주민들이 그걸 다 기억한다. 또 김경수가 나오면 홍 대표가 경남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총력전을 펼칠 것이다.”
 
게다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경남지사를 두 번 역임하고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 후보에 오른 새누리당 최고위원 출신의 김태호 전 의원이 한국당 후보로 경남지사 선거에 나올 것이란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필승을 위해 홍 대표가 지명도 높은 김 전 의원을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에게 직접 물어봤다.
 
홍 대표가 출마를 제안한 적 있나.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경남지사직에 3번째 출마할 의향은 있나.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난 두 번이나 지사를 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홍 대표나 당이 ‘당을 위해 출마해달라’고 하면”이란 질문엔 “그런 상황의 변화가 있다면 생각을 안 해볼 수는 없겠지”라며 여지를 남겼다.
 
경남지사 출신인 민주당 김두관(초선·김포갑) 의원은 “윤호중·황희 등 친문 의원들과 박재호(부산 남을) 같은 PK 지역 의원들이 ‘경남은 결국 김경수를 꽂아야만 이긴다. 다른 후보 갖고 되겠나’는 얘기를 지난주부터 부쩍 하고 있다”며 “김경수 출마가 점점 굳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김경수가 지지율에선 압도적이지만 선거가 보혁구도로 치러지면 중도 확장성이 좋은 공민배 등 다른 후보들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의원 본인의 말도 최근 들어선 출마를 강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고 주변에 말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을 5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나 물어봤다.
 
경남지사에 출마할 것인가.
“(국회의원과 지사 중) 어느 길이 더 대통령을 돕는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지사직에 출마하면 의원직을 버려야 하는데 나를 밀어준 지역 주민에 도리가 아니란 걱정도 크다. 내 득표율이 63.4%로 20대 총선 1위였다. 경남에서 민주당이 이런 기록을 낸 것은 처음이다. 그 의미를 가벼이 볼 수 없다.”
 
청와대가 출마를 권하고 있는 건 아닌가.
“청와대에선 그런 움직임 전혀 없다. 친한 동료들이 사적으로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내 출마를 원하는 이들은 주로 경남 지역에서 기초단체장 후보로 나오려는 분들이다.”
 
고성 콘서트에 나가는 등 출마 쪽으로 기운 듯한 행보도 했는데.
“고성은 내 고향이라 나갔을 뿐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경남을 가져오려면 김 의원이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 고민을 깊이 하고 있다. 60%를 넘긴 내 득표율은 김해 지역구에 한정된 것일 뿐 경남 전체로 보면 민주당이 녹록지 않다. 3월 말까지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 그 안에 여론조사에서 상대 당을 압도하는 후보가 나오면 (내 출마를 요구하는) 상황도 달라질 것 아닌가.”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경심’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란 얘기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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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