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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4억 vs 4679억 달러 … 외환보유액 얼마면 될까?

1997년 12월 18일. 대통령 선거날, 김대중 후보가 당선됐다. 이날 한국의 가용 외환보유액은 39억4000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국가 부도사태였다. 단기 외채를 끌어썼다가 원화가치가 급락하자 섣불리 방어에 나섰다가 외환보유액을 거의 소진했다. 한국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린 상태였다.
 
정부와 한은이 모아 둔 외환보유액은 유사시를 대비한 비상금이다. 공식적으로는 국제수지 불균형을 보완하거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보유한 최종 대외지급 준비자산이다. 외환보유액이 바닥났다는 건 비상금까지 탈탈 털어 썼다는 말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불신이 커졌던 이유다.
 
외환 비상금을 쟁여 두는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서다. 달러가치가 오르고 원화값이 하락할 때는 정부가 달러(외환)를 내다 팔아 원화값의 급격한 하락세를 진정시킨다. 다른 나라에서 빌린 돈을 갚을 때도 쓴다.
 
대외 신인도도 개선된다. 외환이 부족하면 외국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렵다.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재촉하는 채권자도 늘어난다. 97년 외환위기 당시가 그랬다.
 

외환위기 때보다 100배 늘어
 
외환보유액

외환보유액

비상금이 없어 쩔쩔매던 한국이 달라졌다. 나라 곳간이 그득해졌다.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에 육박한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3948억 달러다. 외환위기 당시보다 100배가량 늘었다. 지난 1월에는 사상 최대치인 3958억 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9위 수준이다.
 
외환위기의 트라우마 탓에 외환보유액은 많으면 좋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다다익선(多多益善)’이 능사는 아니다. 너무 많으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외환보유액은 일반적으로 정부와 중앙은행이 채권(통안증권 등)을 발행해 확보한 원화로 시중에서 달러나 외화로 표시된 자산을 사들여 쌓는다.
 
채권 발행은 빚을 내는 것과 같다. 빚을 내면 이자를 줘야 한다.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과정에서 나랏빚이 늘어나는 셈이다.
 
유사시에 사용할 비상금인 외환보유액은 언제든 꺼내 쓸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 미국 국채 등 안전 자산을 사는 데 쓰인다. 유동성과 안정성 확보가 필수라서다.
 
최근에는 비슷한 수준을 보이지만 일반적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통안증권 등의 금리보다 낮다. 미국 국채 보유 수익보다 채권 발행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의미다. 외환보유액이 쌓일수록 그만큼 비용도 더 들어가는 구조다.
 

너무 많아도 관리비용 증가
 
IMF는 2014년 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환보유액 유지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0.6%인 연간 7조8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관리 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는 만큼 외환보유액은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좋다. 문제는 대외 신인도를 높이고, 위기 대응 능력을 갖추는 동시에 부담을 최소화하는 최적 지점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적정 외환보유액 기준도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건 3가지 정도다.
 
IMF가 53년 내놓은 기준에 따르면 적정 외환보유액은 3개월 치 수입액 혹은 연간 경상 지급액의 25% 정도다. 정상적으로 무역 거래를 하면서 경제가 굴러갈 수 있는 수준이란 판단에서 나온 수치다. 지난해 말 수입액(4575억 달러)으로 따지면 1144억 달러 정도다.
 
자본거래가 증가하며 이 기준의 의미는 약화했다. 금융부문의 자본 유출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가 대표적인 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한 것이 99년에 나온 ‘그린스펀-기도티 룰’이다. ‘3개월 치 수입액’에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외채인 유동외채를 합한 정도면 적정 수준으로 여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적정 외환보유액은 2984억 달러 정도다. 단기 외채는 만기 연장이 어려운 만큼 외화 차입이 막혀 만기 도래 시 이를 갚을 수 있을 만큼의 외화를 쟁여둔다면 버틸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IMF나 ‘그린스펀-기도티 룰’에 따르면 한국의 현 외환보유액이 적다고 할 수는 없다.
 
국제결제은행(BIS)이 2004년 내놓은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는 한 발 더 나갔다. ‘3개월 치 수입액’과 유동외채,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자금 3분의 1이다. 금융위기가 닥치면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며 금융 시장을 뒤흔들 수 있어서다.
 
BIS 기준을 고려해 오정근 건국대 IT금융학과 특임교수는 지난해 9월 금융위기 시 필요한 외환보유액이 4679억 달러라고 발표했다. 당시 보유액보다 831억 달러가량이 부족했다. 지난해 2분기 기준으로 추산한 유동외채 규모는 1840억 달러였다. 당시 외국인주식투자의 3분의 1은 1800억 달러로 산정했다.
 
오 교수는 “경제 위기 시 해외에서 원유 등을 사와야 하고 해외에 진출한 국내기업이 현지에서 차입한 돈 등을 고려하면 외환보유액은 7000억 달러 정도가 적당하다”며 “이게 어렵다면 현재 수준에서 1500억 달러 정도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7000억 달러 필요” 주장도
 
4000억 달러에 육박한 외환보유액이 적지는 않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은 대외 의존도가 높고 자본의 유출입이 손쉬운 한국의 경제 상황 때문이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외환위기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외환위기는 물이 끓는 것과 같다. 어떤 계기로 기화점을 지나면 갑자기 수증기로 변해 사라지는 몰락 과정을 겪는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국 경제의 체질(펀더멘털)이 충분히 개선된 만큼 현재의 외환 방파제만으로도 버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캐나다와 올해에는 스위스와 연이어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한국은 2014년 하반기부터 순대외채권국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순대외채권은 4567억 달러에 이른다. 외국에서 진 빚보다 받을 수 있는 자산이 더 많다는 의미다. 경상수지 역시 2012년 3월 이후 71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외환보유액에 포함하지 않는 민간 보유 외화 자금도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남종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IMF가 제시하는 신흥국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을 이미 충족하고 있다”며 “자산 구성을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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