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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일자리’ 줄인 최저임금 인상

“고용도 안정 추세를 유지하고 있고, 저소득 노동자 100만 명이 정부 지원으로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받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일자리 대책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불과 한 달여 전 “일자리 해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부처 장관들을 질타하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과연 고용 사정은 나아진 걸까. 일자리 안정자금의 지원을 받은 100만 명은 전체 최저임금 근로자 중 어느 정도나 되는 숫자일까.
 
고용 관련 자료 중 최신 버전은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이다. 이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수는 2621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1.3%(33만4000명) 늘었다. 취업자 증가폭이 30만 명대를 회복한 것은 4개월 만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취업에 ‘봄’이 온 것처럼 보인다. 15~64세 고용률도 66.2%로 전년 같은 달 대비 0.7%포인트 상승했다. 대통령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청년층(15~29세) 고용률도 42.2%로 전년 동월 대비 0.8%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수치로 전체 고용 추세가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라고 분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등 일부 호황 업종과 공공 부문 고용 증가의 영향이 커지면서 1월 고용률이 높게 나타났을 뿐 기업 투자 동향 등을 두루 고려하면 경기 호황에 따른 고용 상승 기조와는 거리가 멀다”고 분석했다.
 
1년 이하로 계약한 임시 근로자의 수가 2%(9만4000명) 줄어든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계층이 많이 포함된 직군이다. 업종별로는 농·어업(10.5%), 제조업(2.4%), 건설업(5.2%), 공공행정(6.6%)에서 취업자가 늘었지만 최저임금소득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숙박 및 음식점업(-1.3%), 도·소매업(-0.8%)에서는 고용이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무인화·자동화하는 점포가 늘어나고 편의점 등에서 고용을 줄이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농림어업 취업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귀향 인구가 늘어난 데다, 조사기간(15일 포함 1주간) 중 예년에 비해 평균 온도가 높아 농림·어업 활동이 늘었기 때문이다.
 
또 고용률이 늘었다지만 같은 통계에서 실업률이 3.7%로 전년 동월과 같았다. 고용률은 취업자 수를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로 나눠 산출하고 실업률은 실업자 수를 ‘취업자+실업자 수’로 나눈 값이다. 고용이 늘어난 만큼 실업자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지만 고용률과 실업률을 산출하는 방식이 달라 고용이 늘어도 실업률은 줄어들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일자리 안정자금 혜택자 수를 보고 최저임금 인상 혜택이 확산 중이라고 보는 것도 무리가 있다. 최저임금을 올리기로 하면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추진단에서 추정한 대상자 수는 236만4000명이었다.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의 수가 그만큼인 것으로 본 것이다.
 
6일 현재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자 수는 95만 명을 넘어섰다. 당초 예상했던 대상자 수의 40%가량이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대통령이 신청 숫자가 늘어난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보고 칭찬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2월에 신청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지원 대상 조건에 ‘1개월 이상 계속 고용이 확인돼야’ 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인상된 최저임금을 1월에 처음 지급했으므로 이를 근거로 신청해야 하니 2월에 몰렸다는 얘기다.
 
안정자금이 제대로 역할을 해도 문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 공약을 지키려면 내년과 내후년에도 최저임금이 올라야 한다. 결국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부족분의 일부를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한다는 얘기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정책 효과를 분석하려면 정책 대상이 되는 계층의 고용 변화를 현미경으로 분석해야지 고용시장 전체를 망원경으로 조망하면 정밀한 측정이 어렵고 후속 대책을 내놓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박태희·김도년·심새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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