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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민간 DB사에서 구축한 우리 콘텐츠, 세계 2200여 기관서 이용"

나이가 들면 불면의 시간이 길어진다. 그 소중한 불면의 시간에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태어나서부터 어제까지 고마웠던 일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생각해보기로 하자. 잠길에서 벗어나자 곧바로 떠오르는 것이 있다. 조용히 컴퓨터를 열었다. 평생토록 연구한 조선종교문학집성, 조선외교문학집성, 한국역대가사문학집성, 연행록총간 등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이 콘텐츠의 구축과 솔루션 개발과정에서 한 민간 데이터베이스사의 전력투구와 실무참여 구성원들의 헌신적 노고에 크게 감동을 받아 늘 고마운 빚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전 DB 구축사업에 도전한 한 민간기업의 전력투구, 연구자를 위한 사명감에서 비롯  
 
전체의 활용 틀을 몇 번씩 바꾸면서 후속작업을 계속 요청하고, 수없이 반복되는 교정 작업을 무리하게 요청했다. 누구 하나 불평불만 없이 능동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응해줬고 그 중 리더 한 분은 건강을 해치는 상황에서도 마무리 작업을 수행했다. 이 고전콘텐츠를 온라인으로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많은 사용자를 위한 봉사라는 사명감 같은 것을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이것이 초창기 한국 지식콘텐츠 구축 현장의 분위기다. 회사 사장이나 사원, 교수 모두 인건비, 생산비, 경영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고 제품의 활용도와 완성도에만 몰입되어 있었던 초창기에 이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하면서도 묵묵히 일에 몰두했던 사원들과 월급을 주기 위해서 아버지 집문서를 은행에 들고 갔던 사장들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온라인 DB 구축으로 전 세계 2200여 기관서 우리 고전콘텐츠를 활용
 
여러 사람들의 정성과 땀이 어린 지식콘텐츠가 어떻게 활용 되었는가가 우선 궁금했다. 지식콘텐츠를 구축해줬던 DB사의 누리집을 열자마자 세계 2200여 기관에서 접속하여 활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한국,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호주, 중국,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홍콩 등 여러 나라의 기관이 눈에 들어온다. 활용 빈도수를 대충 살펴보니 한국 다음은 단연 미국이다. 미국은 의회도서관을 비롯하여 명문대들이 거의 다 접속하여 활용한 것 같았다.  
 
혈기 왕성하고 꿈이 많았던 대학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어느 학회에서 아주 활발하게 논문과 저서를 쏟아내고 있던 한 교수가 명문대 모교의 강당에서 학술토론을 하다가 당신의 모교를 향해서 ‘세계 학계에 기여할 학문적인 성과가 무엇이 있는가? 어떤 새로운 학문을 생산하여냈는가? 답해보시오’ 라고 일갈했다. 토론이 멈칫하면서 모두 숙연해졌다. 그 때 받은 충격의 여운은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지식콘텐츠 구축사업 모두를 정부가 관장할 수는 없어
 
우리 다 같이 생각해보자. 작은 결실이라도 성의를 다해 이뤄낸 최초의 창의적인 것이라면 그것을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며 잘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학문적인 결실이나 문화적인 독창성이 얼마나 될까? 이 작은 나라지만 정부가 한국의 지식콘텐츠 사업을 다 주도할 수 있을까?  
 
민간DB사의 노하우와 역할 키울 수 있는 지원책 마련해야
 
정부는 개인이나 민간 DB회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지식콘텐츠 구축이나 그 솔루션 개발 등에도 이제 좀 더 관심을 가져주어야 할 것 같다. 실적이나 능력을 평가하여 합리적인 지원 체계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내 고마움의 빚을 정부가 갚아야 한다는 취지가 결코 아니다. 정부만으로는 일시에 다 추진할 수 없는 본질적 한계가 있으며 다양한 아이디어와 창의성은 정부가 계속 유인하여 꺼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나의 평생과제였던 ‘가사와 연행록의 수집 정리와 그 활용’을 확인하면서 숙면보다 더 고마운 시간을 가졌다. 회사와 그 구성원 여러분 고맙습니다. 많은 자료를 보여주신 여러 소장자분들 고맙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지식콘텐츠 사용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내 황혼길 뒤에서 비온 뒤 솟아오르는 죽순 같은 고마움, 항상 내내 푸르리라.
 
임기중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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