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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최대 정당 된 오성운동…배후엔 ‘빅 브라더’?

지난 4일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에선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이 단일 정당 중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일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에선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이 단일 정당 중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에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단일 정당 득표율 32.22%를 기록하며 이탈리아 최대 정당으로 도약했다. 2위를 차지한 민주당(득표율 18.9%)도 멀찌감치 따돌렸다. 변방의 시민운동이나 다름없던 오성운동은 창당 9년 만에 정치 무대 중앙을 차지하게 됐다.   
 
오성운동, 이탈리아 최대 정당 돌풍
오성운동은 2009년 코미디언 출신인 베페 그릴로와 인터넷 기업가였던 잔로베르토 카살레조가 공동으로 창설했다. 이들은 정치 기득권의 부패 척결, 인터넷을 통한 직접 민주주의 구현을 기치로 내걸었다.  
 
2013년 총선 첫 등장부터 오성운동은 돌풍을 일으켰다. 기성 정치권 심판을 원하는 대중이 표를 몰아주면서 예상보다 10%p 높은 득표율 25%를 차지했다. 집권 민주당에 이은 2위, 제1야당으로 우뚝 선 성공적인 선거 데뷔였다.
2016년 지방선거에선 수도 로마와 이탈리아 제4의 도시 토리노에서 시장을 당선시켰다. 
이번 총선에서 오성운동은 집권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연대 배제라는 기존 방침을 철회하고 정책 중심의 연대 가능성을 열었고, 이례적으로 총선 전에 예비 각료 인선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4일 치러진 총선에서 이탈리아 최대 정당이 된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왼쪽)과 2009년 당을 설립한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 [AP연합뉴스]

지난 4일 치러진 총선에서 이탈리아 최대 정당이 된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왼쪽)과 2009년 당을 설립한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 [AP연합뉴스]

총선 결과 어느 진영도 단독정부를 꾸리는 데 필요한 득표율 40%를 획득하지 못했다.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현실화되면서 당분간 이탈리아는 정정 불안에 휩싸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최대 정당 오성운동이 정부 구성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오성운동 내 인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세 당 대표에 주목…그러나 실세는 따로? 
현재 오성운동의 대표는 31세의 루이지 디 마이오. 만 26세에 역대 최연소 하원 부의장으로 선출돼 정치적 갈등을 무난하게 조율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지난해 9월 오성운동의 대표가 됐다. 오성운동을 설립한 그릴로가 일찌감치 그를 차기로 낙점했다고 한다. 
대표직에 오른 디 마이오는 유로존 탈퇴 국민투표를 보류하는 등 오성운동의 과격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주력하며 지지층을 확대해 왔다. 총선 선전에 따라 디 마이오는 이탈리아 역대 최연소 총리 후보로 거론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성운동 대표인 루이지 디 마이오(오른쪽)과 당을 배후에서 운영하는 실세로 여겨지는 다비데 카살레조. [로이터=연합뉴스]

오성운동 대표인 루이지 디 마이오(오른쪽)과 당을 배후에서 운영하는 실세로 여겨지는 다비데 카살레조.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지난달 28일 뉴욕타임스(NYT)는 디 마이오는 사실상 오성운동의 허수아비이고, 실세는 배후에 따로 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실세로 거론되는 인물은 IT기업을 운영하는 다비데 카살레조(42)다. 그릴로와 함께 오성운동을 결성한 잔로베르토 카살레조의 아들이다.  
아버지와 달리 현재 그는 당에서 공식 직함이 없다. 인터뷰 등 언론에 등장하는 일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NYT는 그에 대해 “실제 권력에 다가가고 있는 오성운동 장막 뒤, 오즈의 마법사 같은 인물”이라며 “이탈리아에서 잠재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외국 대사들이 그에 대해 알아내려 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당을 조종하는 미스터리 IT 기업가 
의혹은 오성운동의 독특한 시스템에서 비롯됐다. 
오성운동은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루소’라는 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한다. ‘루소’는 18세기 프랑스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에서 이름을 따왔다. 
선거 땐 ‘루소’를 통해 출마 신청을 받고 당원의 인터넷 투표로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당의 주요 정책 결정도 이를 통해 이뤄진다.  
정당 운영에 절대적인 이 시스템을 관리하는 곳이 카살레조의 회사 ‘카살레조 어소시에이트’다. 탈당자와 비평가들은 플랫폼을 관리하는 그가 당의 ‘빅 브라더’가 되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이탈리아 언론에도 카살레조가 ‘루소’를 완전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루소’를 통해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NYT는 “카살레조가 순응하지 않는 당원을 쫓아내고, 당의 방침도 결정한다”는 탈당자들의 말을 전했다. 이들은 또 그가 2016년 아버지가 사망한 뒤 당에 대한 권한을 물려받아 견고한 장악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1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한 시민이 총선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왼쪽은 오성운동, 오른쪽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의 포스터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한 시민이 총선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왼쪽은 오성운동, 오른쪽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의 포스터다. [로이터=연합뉴스]

가짜뉴스 홈페이지로 여론도 조장
오성운동에 대한 탐사비평서 『실험(L'Esperimento)』의 저자 자포코 이아코보니는“그( 모든 열쇠를 쥐고 있다”며 “누가 출마하고 하지 않을지도 그가 정한다”고 말했다. 카살레조가 오성운동의 “보스”라는 것이다.  
 
카살레조 본인은 “당에 IT 기술을 제공하고 있을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당원들도 “그는 정치와 아무 관련 없는 기술자”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카살레조 어소시에이트’의 매출 원천이 음모론과 가짜뉴스로 가득한 웹사이트라는 점에서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카살레조가 가짜뉴스로 여론까지 조장하면서 정치 권력의 숨은 실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이 웹사이트를 통해 유포된 가짜뉴스로 공격받기도 했다. 이후 렌치 전 총리 역시 “디 마이오 대표는 소프트웨어 뒤에 숨어 있는 리모컨으로 조정당하고 있다”며 카살레조가 오성운동을 이끌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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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인터뷰를 거듭 요청했지만, 카살레조는 미디어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오성운동은 가장 불투명한 정당이고, 카살레조 역시 가장 수수께끼 같은 리더”라며 “(오성운동이) 유로존의 3대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를 이끌어갈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유럽의 정치인과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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