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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4관왕 … 감독상 멕시코 출신 델 토로 “나는 이민자”

‘셰이프 오브 워터’로 감독상·작품상을 받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AP=연합뉴스]

‘셰이프 오브 워터’로 감독상·작품상을 받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AP=연합뉴스]

“백인들만의 잔치(#OscarsSoWhite)”라는 비난은 과거에 묻었다. 제9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여성뿐 아니라 인종·문화적 다양성을 지지하는 화합과 공존의 장이었다.
 
올해 최다인 4관왕(작품상·감독상·미술상·음악상)의 영예는 멕시코 출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타지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이 안았다. 최근 5년간 멕시코 출신이 감독상을 가져간 건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버드맨’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에 이어 그가 네 번째다.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받아든 델 토로 감독은 수상 소감으로 “나는 이민자”란 말부터 했다. 그는 “영화를 사랑하며 자란 멕시코 아이가 이처럼 영광스런 자리에 섰다는 게 꿈만 같다”면서 “젊은 영화학도들에게 이 상을 헌정한다. 젊은 세대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 우리(기성세대)에게 보여주는 사람”이라 했다.
 
SF 판타지 장르로는 처음 작품상을 거머쥔 ‘셰이프 오브 워터’는 냉전시대 미국 비밀 연구소에 잡혀 온 물고기 인간(더그 존스 분)과 언어장애가 있는 청소부(샐리 호킨스 분)의 종을 뛰어넘은 사랑을 그린다. 델 토로 감독은 “영화 매체가 멋진 건, 모래 위의 ‘경계선’을 지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우리에게 그 선을 더 깊게 그으라고 강요할 때 말이다”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남우조연상을 받은 샘 록웰, 여우주연상 프랜시스 맥도먼드, 여우조연상 앨리슨 제니, 남우주연상 게리 올드만. [AP=연합뉴스]

남우조연상을 받은 샘 록웰, 여우주연상 프랜시스 맥도먼드, 여우조연상 앨리슨 제니, 남우주연상 게리 올드만. [AP=연합뉴스]

현대판 노예제도를 풍자한 저예산 호러 코미디 ‘겟 아웃’으로 조던 필레 감독은 각본상을 받았다. 배우 겸 작가로 활동하다 이 영화로 연출에 데뷔한 그는 “제작되기 어려울 거란 생각에 시나리오를 쓰다 멈추길 20번 반복했다”면서 “이 상은 내게 큰 의미”라고 했다. 그는 오스카상 90년 만의 첫 흑인 감독상 수상자로 점쳐지기도 했지만, 이는 불발됐다.
 
“비바(Viva) 멕시코”란 환호는 애니메이션 부문에서도 나왔다. 서구 문화권을 벗어나 멕시코 전통 명절 ‘죽은자들의 날’을 전면에 내세운 저승세계 모험담 ‘코코’는 장편애니메이션·주제가 등 2관왕을 차지했다. ‘토이 스토리3’에 이어 두 번째 아카데미상을 받은 리 언크리치 감독은 “멕시코 사람들이 전통과 예술을 아름답게 가꿔오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영화”라고 말했다. 4년 전 ‘겨울왕국’의 ‘렛 잇 고’에 이어 ‘코코’의 ‘리멤버 미’로 또 다시 남편 로버트 로페즈와 함께 주제가상을 받은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는 이 부문 후보군이 “문화적으로 다양할뿐 아니라, 성비도 50대 50”이라며 “다른 부문도 더 다양해져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미술상 시상자로 나선 파키스탄 출신 배우 겸 시나리오 작가 쿠마일 난지아니는 관객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강조하며 “이젠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영화가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시상식에선 최초, 최고 기록도 나왔다. 2012년 첩보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로 후보에 오른 것 외에 오스카상과 인연이 없었던 영국 배우 게리 올드만은 나치에 맞선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를 연기한 ‘다키스트 아워’로 첫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또 사춘기 소년의 첫사랑을 그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각색상을 탄 제임스 아이보리는 올해 90세로, 역대 오스카상 최고령 수상 기록을 세웠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 등으로 후보만 14번 올랐던 69세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도 ‘블레이드 러너 2049’로 첫 수상의 기쁨을 맛봤다. 전쟁 영화 ‘덩케르크’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감독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음향편집상·음향믹싱상·편집상 등 기술 부문 3관왕에 그쳤다.
 
제90회 아카데미 주요 수상 명단
● 작품상 : ‘셰이프 오브 워터’
● 여우주연상 : ‘쓰리 빌보드’ 프란시스 맥도먼드
● 남우주연상 : ‘다키스트 아워’ 게리 올드만
● 여우조연상 : ‘아이, 토냐’ 앨리슨 제니
● 남우조연상 : ‘쓰리 빌보드’ 샘 록웰
● 감독상 : ‘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르모 델 토로
● 각본상 : ‘겟 아웃’ 조던 필레
● 각색상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제임스 아이보리
● 촬영상 : ‘블레이드 러너 2049’ 로저 디킨스
● 장편애니메이션상 : ‘코코’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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