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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총선, 극우+포퓰리즘정당 과반 득표…"EU 악몽 현실화"

 “모든 것이 변할 것이다.”
4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 대한 이탈리아 신문 일 파토 쿼티디아노의 1면 헤드라인이다. 출구 조사 결과 단독으로 의회 의석의 과반을 넘긴 정당이 나오지 않은 ‘헝 의회'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전 정치 지형과 전혀 다른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총선의 개표 장면.[로마 AP=연합뉴스]

이탈리아 총선의 개표 장면.[로마 AP=연합뉴스]

 
난민 문제와 열악한 경제 여건이 주 의제였던 총선에서 포퓰리즘ㆍ극우 정당에 유권자의 50% 이상이 표를 던진 것으로 예측됐다. 
현지 언론은 “유럽 다른 나라에선 모두 패했지만, 이탈리아에선 포퓰리즘이 이겼다. 그들은 통치하든지 아니면 정치시스템을 막고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에 이어 유럽에서 네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이탈리아에 극우ㆍ포퓰리즘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열리자 BBC는 “EU의 악몽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탈리아 나폴리의 개표 장면.[AP=연합뉴스]

이탈리아 나폴리의 개표 장면.[AP=연합뉴스]

국영방송 RAI 등의 출구 조사에 따르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연합은 하원에서 248~268석을 얻어 다수당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과반인 316석에 미치지 못한다.
 
 반체제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이 216~236석으로 뒤를 이을 것으로 나왔다. 단일 정당으로는 가장 높은 득표율로, 창당 9년 만에 이탈리아 최대 정당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남부지역 청년 실업률이 50%에 달할 정도인 데다 2003년 이후 난민 62만명가량이 유입된 데 대한 비판 여론으로 집권 민주당은 107~127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상원에서도 우파연합이 118~150석, 오성운동이 102~122석, 민주당이 42~54석을 얻는 구도여서 역시 단독 과반 정당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총선을 앞두고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당(FI) 소속의 82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반이민을 내세우는 동맹당(Lega), 극우 민족주의 이탈리아 형제당과 우파연합을 꾸렸다. 네 차례 총리를 역임한 그가 탈세 유죄 판결로 내년까지 ‘킹'이 될 수 없자 ‘킹 메이커'를 맡기 위해 극우와 손을 잡았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EPA=연합뉴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EPA=연합뉴스]

 
출구 조사에선 동맹당이 16%의 득표율로, FI(14.5%)를 앞설 것으로 나왔다. 2013년 총선 때 4%를 득표한 동맹당이 5년 만에 지지율을 몇배나 끌어올린 것이다. 
인종차별적 언급을 일삼으며 대량 추방 등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내건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는 실제 개표에서 우파연합이 과반을 차지할 경우 자신이 총리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럴 경우 이탈리아에서 극우 총리가 등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헝 의회가 현실화할 경우 성사 가능한 집권 연정은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 동맹당의 결합이라고 AFP 통신은 전했다. 
출구 조사에서 두 정당은 하원 630석 중 355석을 차지했다. 이탈리아 정치지형이 포퓰리즘과 극우 정당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총선 전 두 정당은 집권하면 유로존 탈퇴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했다가, 안정감을 주려고 거둬들인 상태다. 특히 살비니 동맹당 대표는 대놓고 인종적 갈등을 드러내기 때문에 이 연정이 성사되면 유럽 전역에 충격파가 몰아닥칠 전망이다.
 
이탈리아 정치 지각변동의 중심에는 수십 년 역사의 기성 정당을 제치고 오성운동이 자리 잡고 있다. 신랄한 풍자로 유명한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69)와 컴퓨터 공학자였던 고(故) 잔로베르토 카살레조가 발족했는데 초기에는 항의 단체와 비슷했다. 부패 스캔들이 제기된 중앙은행장의 사임을 촉구하거나 전과가 있는 국회의원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신문 광고를 내는 등 정치권의 부패 척결에 앞장섰다. 
2007년 탈세 등 부패 정치인의 명단을 공개하고 전국적으로 ‘엿먹이는 날' 행사를 조직했는데, 200만 명가량이 거리로 나와 동참했다. 참여 열기를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디지털 정당으로 연결했다. ‘루소'라는 온라인 투표시스템으로 당 정책을 결정하고 선거 후보자도 뽑는다.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를 비롯한 오성운동 관계자들이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기뻐하고 있다.[AP=연합뉴스]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를 비롯한 오성운동 관계자들이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기뻐하고 있다.[AP=연합뉴스]

 
오성운동은 빈곤층에 매달 780유로(약 100만원)의 기본소득 지급과 연금수령 연령 재조정, 환경 중시 등 좌파 색을 드러내는 공약과 함께 폐쇄적인 이민정책과 이탈리아 우선주의를 표방한다. 재정적자 비중을 국내 총생산(GDP)의 3%로 제한한 EU의 재정협약 재협상도 공약했다. 좌ㆍ우파의 범주를 넘나드는 ‘짬뽕 공약'을 내놓았지만 구체성이 떨어져 포퓰리스트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집권을 위해 과격한 색깔을 지우려고 그릴로가 2선 후퇴한 뒤 31살 루이지 디 마이오 하원 부의장을 간판으로 세웠다.
 
 이탈리아 언론인 피에르루이지 바리스타는 “오성운동의 약진이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복귀보다 더 놀라운 것은 집권 민주당이 경제난에 신음하는 자영업자와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은 바뀌어도 유권자의 기반은 남아있어 민심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며 “이탈리아 중도좌파는 미국 민주당이 미시간주가 왜 트럼프를 찍었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탄핵 가능성에 신경 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난해 프랑스 대선과 독일 총선에서 간신히 안심했던 유럽은 이탈리아발 충격의 파고에 주목하고 있다. 4월 헝가리 총선이 이어진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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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