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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7년만에 최대 규모인데…지방에선 텅 빈 아파트 쏟아져

4000가구 넘는 미분양 아파트가 있는 충남 천안시 일대.

4000가구 넘는 미분양 아파트가 있는 충남 천안시 일대.

오는 5월 입주를 시작하는 경남 거제시 A아파트. 대형 건설사가 짓는 1000가구 넘는 대단지라 2015년 5월 분양 당시 4.8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현재 이 아파트의 계약률은 70%대에 그친다. 
 
가격도 약세다. 전용면적 84㎡ 분양권이 지난달 2억3000만원대에 팔렸다. 인근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분양가보다 5000만원 낮은 가격에 매물이 나온다"며 "입주가 시작되면 빈집이 많이 생길 텐데 거래가 제대로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미분양 주택이 쌓이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주택 구매 심리가 더 꽁꽁 얼어붙고 있어서다. 
 
특히 광역시보다는 입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도시에서 두드러진다. 그런데도 신규 분양물량은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4만9256가구로 1년 전보다 22% 늘었다. 2011년 3월 5만483가구를 기록한 이후 7년여 만의 최대다. 지난해 1월 1만8938가구에서 올해 1월 9848가구로 미분양이 절반가량 줄어든 수도권과 대조적이다. 
 
경남(1만3227가구)과 충남(1만1352가구), 경북(7806가구) 순으로 많았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9546가구로, 1년 전보다 94% 늘었다.  
 
실상은 공식 통계보다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원한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신고되지 않은 미분양을 합치면 공식 수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관리지역'도 느는 추세다. 미분양 관리지역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미분양 위험에 따른 주택 공급량을 관리하고자 매달 선정한다. 총 28곳 중 82%(23곳)가 지방이다. 
 
지난달 28일엔 대전 동구와 울산 남구, 경북 안동, 경남 진주, 전남 무안군 등 5곳이 추가 지정됐다.  
미분양 주택 현황

미분양 주택 현황

 
지방에 미분양이 쌓이는 건 지역 경제 침체와 공급 과잉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시·군·구별 미분양 상위 5위 지역만 봐도 알 수 있다. 
 
창원(5663가구)과 거제(1745가구)는 조선업 불황, 포항(2146가구)은 지진 여파로 지역 경제 침체를 겪고 있다. 천안(4282가구)과 청주(2013가구)는 '공급 과잉'에 신음 중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지방은 지역 경제가 위축돼 구매력이 감소한 상태에서 공급이 쏟아져 미분양이 느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말했다.  
 
실제 청약 현장 곳곳에서 수요 이탈이 진행됐다. 지난달 강원도 동해시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동해'는 637가구 모집에 249명만 청약했고, 대전 '서대전역 코아루 써밋'도 153가구 모집에 85명이 접수하는 데 그쳤다.  
 
HUG가 집계한 지난해 4분기 민간 아파트 초기(분양 후 3~6개월) 계약률을 보면, 5대 광역시와 세종시는 87.9%로 전 분기보다 6%포인트 내렸고, 그 외 지방 중소도시는 74.7%에서 55.8%로 20%포인트 가까이 빠졌다. 지난해 3분기 94%에 달했던 충남이 33%대로 뚝 떨어졌다. 
 
김세원 내외주건 이사는 "웃돈을 기대하기 힘들어지자 아파트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광역시보다 중소도시에서 빈번하다"고 말했다.  
기타 지방 초기 계약률

기타 지방 초기 계약률

 
상황이 이런데도 주택 공급은 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지방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모두 20만여 가구로, 지난해보다 28.3% 많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해 나오는 아파트는 분양 경기가 좋았던 지난 2~3년 전 건설사들이 시작한 사업"이라며 "건설사 입장에선 토지 매입 등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아 분양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요 위축과 공급 과잉이 겹치면 매매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내다본다. 더구나 총체적 상환능력비율(DSR) 시행 등 대출 규제 강화를 앞두고 있고, 금리도 오르는 추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수요는 없는데 공급이 계속 쏟아지면 미분양 적체가 심각해져 전셋값과 집값 하락 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지방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3% 떨어져 20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한편으론 올해 분양물량이 계획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미분양 물량 증가가 건설사에 공급 축소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건설사는 아파트 분양 시기와 분양가를 조절하는 식으로 미분양을 관리하고, 정부도 연착륙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국토부는 최근 지방 주택시장 침체 해소를 위해 청약 자격을 완화하는 내용의 '청약위축지역' 지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김영국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위축지역으로 지정하면 집값 하락을 입증하는 '낙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시장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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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