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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현의 통계엿보기]한국은 대미 무역수지 180억 달러 흑자, 미국은 229억 달러 적자…왜 다를까?

‘180억 달러? 229억 달러?’
 
지난해 한국의 대(對) 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180억 달러다. 1년 전보다 23% 줄었다.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그렇다. 그런데 미국 측이 집계한 수치는 다르다. 미국 상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대(對)한 무역수지 적자는 229억 달러다. 전년 대비 줄임 폭도 한국 정부의 발표보다 작은 17% 수준이다. 
부산 남구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를 선적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부산 남구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를 선적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쪽이 100억 달러 흑자라면 상대방은 10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양측간 공식 수치의 차이가 나타나는 건 왜 그럴까? 혹시 한 국가가 혹은 양쪽 모두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통계를 조작하는 건 아닐까?
 
결론적으로 두 정부의 집계가 모두 맞다. 한 나라의 수출과 수입 집계 방식을 알면 이해가 된다.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더 많이 잡히는 구조 때문이다.
 
양국 모두 수출은 본선 인도 가격(FOBㆍFree on board), 수입은 운임 및 보험료 포함 가격(CIFㆍCost insurance and freight)을 기준으로 집계한다.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게 한다. 
 
FOB는 매도자(수출업체)가 무역상품을 적출항에서 매수자(수입업체)에게 인도할 때의 가격을 말한다. 여기에 운임 및 보험료를 포함한 게 CIF다. 수출 집계액에 운임 및 보험료가 얹어져 수입액이 되는 것이다. 간단하게 공식화하면 ‘CIF=FOB+운임+보험료’ 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수입액=수출액+운임+보험료’가 된다.
 
예컨대 FOB가 100억 달러이고 운임과 보험료의 합계가 5억 달러라고 가정하자. 그러면 수출국은 100억 달러어치를 수출한 것으로 기록되지만, 수입국 입장에선 105억 달러 만큼 수입 규모가 늘어난 셈이 된다.
 
이에 따라 대체로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에서 집계하는 흑자액과 수입을 많이 한 국가의 적자액을 비교하면 적자액이 많게 된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미 상무부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미 상무부

 
이런 차이도 있다. 수출국은 물품의 1차 목적지를 수출국으로 본다. 반면 수입국은 원산지 국가를 수출국으로 여긴다. 예컨대 한국산 수출품이 홍콩을 경유한 뒤, 여기서 옮겨 실어 미국으로 수출하면 한국은 홍콩을 물품의 목적지로 간주하고, 홍콩에 수출한 거로 집계한다. 
 
하지만 미국은 원산지인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거로 본다. 한국은 홍콩에 수출해 미국 수출 실적에 잡히지 않는데,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수입 실적이 생기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경우 거리가 먼 데 따른 수치의 차이도 생길 수 있다. 수출은 선적 기준, 수입은 도착 기준이다. 중국이나 일본과 같이 가까운 거리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배편으로 한 달 이상 걸리게 되면 선적일과 도착일 간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 연말에 수출했는데, 미국 입장에서는 그 다음해 수입액으로 잡히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출액은 FOB를 기준으로, 수입액은 CIF를 기준으로 하는 데 따른 차이가 가장 크고, 나머지 요인에 따른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라며 “한ㆍ미 뿐 아니라 교역 상대국간 수출입액이 불일치하는 건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흔한 일’이지만 2017년 양국 간 무역수지 통계의 차이가 한국 측 입장에선 특히 아쉬운 이유가 있다. ‘200억 달러’의 상징성 때문이다.
 
미국은 2016년 2월 발효된 교역촉진법에 따라 매년 4월과 10월 주요국의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여기에서 ①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이고 ②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이며 ③외환시장 개입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인 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한국은 세 가지 조건 중 앞의 두 가지를 충족했다. 그래서 한국은 지난해 10월 환율조작국 아래 단계엔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한국의 통계 기준으로는 ①번 조건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미국이 발표한 기준으로는 그렇지 않다. 
 
미국은 당연히 자국 부처가 생산한 통계를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관찰대상국에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 환율조작국이 되면 미국 정부 조달시장 진출 제한과 같은 통상 제재를 당한다. 수출 호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가뜩이나 미국의 통상 압박이 심화하며 한국 주요 산업의 피해가 가시화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으로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이 직격탄을 맞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철강사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만약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전문가들은 수치 자체보다 한국의 대미 흑자 축소 흐름을 강조하는 편이 낫다고 제안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은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해왔다. 트럼프 정부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들고나온 주된 이유 역시 무역수지 불균형이다. 
 
이에 한국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셰일가스를 연간 25억 달러어치 수입하기로 하는 등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선을 늘렸다.
 
이 결과 한국 정부 발표 기준으로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액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200만 달러를 밑돌았다. 이런 기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 2월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3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7% 급감했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대미 무역 수지 흑자 폭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점을 지속해서 강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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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