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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I Respect You

이영희 국제부 기자

이영희 국제부 기자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패럴림픽으로 이어지는 짧은 휴식 기간, 아직 올림픽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이상화·고다이라 나오(小平奈緒) 선수의 사진을 노트북 바탕 화면에 깔아 놓고, 틈만 나면 두 선수에 대한 뉴스가 없나 외신을 뒤적인다. 올림픽을 마치고 돌아간 고다이라 선수가 3일 중국 창춘에서 개막한 스프린트 세계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 참가를 위해 출국했다는 내용 이후로 새 소식이 없어, 혼자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이야기, 누군가 만화로 그려주면 참 좋겠는데.
 
고다이라 선수(왼쪽)와 이상화 선수 [평창겨울올림픽 인스타그램]

고다이라 선수(왼쪽)와 이상화 선수 [평창겨울올림픽 인스타그램]

두 선수야말로 스포츠 만화의 주인공으로 딱이다. 스케이팅에서는 경쟁자이지만, 평상시에는 둘도 없는 친구. A 선수가 먼저 정상에 올랐고, B는 다소 부진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은 B가 경기장 구석에서 울고 있을 때, 우승을 한 A가 다가와 함께 울어 준다. 오랜 고민 끝에 혈혈단신 외국으로 떠나는 B 선수, 조랑말을 친구 삼아 외로움을 견디며 맹훈련을 한다. 그리고 돌아와 라이벌이자 절친인 A와 세계 최고의 대회에서 맞붙어 이긴다. 그리고는 감싸 안는 두 사람…. 아, 그런데 큰일이군. 스토리에 너무 갈등이 없잖아.
 
올림픽을 마친 두 사람의 인터뷰를 읽으며, 자신과의 결연한 싸움을 거쳐 어떤 경지에 이른 이들의 관대함과 여유를 봤다. 둘의 캐릭터는 다르다. 이상화 선수는 “금메달은 못 땄지만 나는 여전히 100점”이라고 말하는, 단단한 자존감과 쾌활함으로 무장한 태양 같은 선수. 고다이라 선수는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이라는 질문에 “구도자, 열정, 진지”라고 했다. 진지한 구도자에게 금메달은 어떤 의미일까. “금메달은 내 자신이 어떻게 싸워왔는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에 물론 영광스럽다. 하지만 어떤 인생을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요즘 한국 사회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는 용기 있는 여성들을 보면서도 같은 감동에 휩싸인다. 오랜 시간 두려움과 싸웠던, 하지만 이제 침묵하지 않음으로써 한 걸음 도약하기로 결심한 이들을 응원한다.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 우리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고다이라 선수가 경기를 마친 이상화 선수에게 했던 그 말을 전하고 싶다. “아이 리스펙트 유(나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이영희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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