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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원전 수출, 평창 이후의 먹거리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황일순(64)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다. 세계원전수명학회 회장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원전수명 분과위원장이기도 하다. 지구상 450개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 문제가 그의 연구 대상이다. 원전 수명은 인간의 생명처럼 40년에서 60년으로 늘어났다. 기술 진보의 결과다. 한국의 원자로만 정부 정책에 따라 목숨이 40년으로 묶였다. 황일순은 요즘 원전의 단명보다 한국 경제의 수명이 걱정스럽다.
 
한국인의 삶의 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렸던 7대 수출 산업, 즉 해운·조선·철강·화학·건설·자동차·반도체가 한결같이 망하거나 쪼그라들거나 불투명한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해운은 박근혜 정부에서 없어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조선은 좀비산업으로 변질했고 철강은 트럼프 무역 전쟁의 타깃이 됐다. 자동차는 군산에서 GM의 철수가 예정돼 있다. 오직 반도체 하나로 버티는데 중국의 맹렬한 추격으로 시장이 뒤집히면 한국 경제는 위기를 맞을 것이다. 황일순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눈으로 보고 느낀 게 있다. “한 나라의 외환이 무너지고 재정이 고갈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한국인의 삶의 질은 단번에 그리스나 베네수엘라 수준으로 추락할 수 있다.”
 
10년 전 미국의 경제 위기를 셰일가스 혁명으로 반전시킨 한 과학자를 보면서 황일순은 학자에서 행동가로 변신했다. 나라 경제의 어려움을 원자력 수출로 돌파해 보자는 결의를 다졌다. 자원 빈국, 시장 소국인 한국은 지경학(地經學)적으로 수출과 개방 외엔 먹고살 방법이 없다. 황 교수는 “원자력은 두뇌에서 캐내는 에너지” “에너지 수출은 세계 최대 시장을 겨냥한 부국 정책” “한국은 양질의 원전 부품 공급망을 갖추고 있어 고급 일자리 챙기는 데 최고”라는 믿음이 있다.
 
이런 결의와 믿음으로 학계·산업계·종교계·노동·청년·환경·여성 단체 리더들과 함께 ‘원전수출 국민행동’이라는 시민연합군을 조직했다. 황 교수는 “처음엔 이 정부의 국내 탈원전 정책이 야속했지만 해외 원전 수출만은 유지했으니 그것이라도 고맙지 않은가” 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국민행동은 4월 21일 토요일 오후 광화문 세종대왕 앞에서 ‘원전 수출 국민통합대회’라는 문화 행사를 연다. 산업을 일으키자는 경제 한마음 운동이다. 평창올림픽 이후 먹거리로 원전 수출에 국력을 모으자는 취지다.
 
황일순의 발상법은 길거리에서 정치 구호, 대중 선동, 이익 투쟁만 보아왔던 기자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광장 집회는 으레 정부의 어두움(탈원전 정책)만 부각해 공격하는 습성이 있다. 반면 국민행동은 정책의 밝은 면(원전 수출)을 끌어내 격려한다. 국민행동은 중동 수출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를 다녀 온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우군이 될 것이다. 백 장관은 “UAE 정부가 2009년에 이어 원전 4기를 더 지을 것을 검토하고 있는데 수주를 위해 앞장서겠다”고 했다. 백 장관은 과거 동지였던 탈원전 단체로부터 공격을 당할 수 있으나 이젠 국민행동의 보호를 받게 될 것이다.
 
국민행동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운명을 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대담한 제안을 준비했다. 김정은이 비핵화를 실행에 옮기면 그 보상으로 안전성·경제성·환경성에서 최고 수준인 한국형 원자로를 북한에 공급하자는 구상이다. 1990년대 한국 표준형 원전을 개발한 이병령 박사의 아이디어다. 그는 대북 경수로 지원 사업에 참여해 미국과 러시아형을 물리치고 한국형을 관철했던 주인공이다. 김정은의 핵무기를 한국 원전으로 상쇄하고 트럼프가 승인하는 수순은 세계인에게 평창올림픽 이상의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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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