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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도 눈 감은 것 후회, 미투 반짝하고 끝나선 안 돼”

미투, 이제 시작이다 <중> 
지난달 22일 구성된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 대표자들. 왼쪽 윗줄부터 시계 방향으로 설유진·방혜영·정안나·오성화·이도원·홍예원·김보은씨. [임현동 기자]

지난달 22일 구성된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 대표자들. 왼쪽 윗줄부터 시계 방향으로 설유진·방혜영·정안나·오성화·이도원·홍예원·김보은씨. [임현동 기자]

연극계의 성폭력은 악질적이고 또 광범위했다. 사회 전방위적으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고발이 이어지지만 연극계만큼 심각한 곳도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2일 연극인 150여 명이 모여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을 결성했다. 지난 2일 ‘연극인 행동’을 이끌고 있는 7명을 만나 ‘미투’ 현상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물었다.
 
미투로 밝혀진 충격적인 사실들에 대해 이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가 설유진(35)씨는 “그동안 익숙하게 들어온 이야기가 대부분”이라며 “이번에 불거진 문제들은 과거에 연극계뿐 아니라 한국 사회 자체가 자연스럽게 넘어갔던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지금 함께 분노하지만 이 여론이 금세 사그라들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연출가 정안나(48)씨는 “권력을 내세운 폭력과 수위 높은 성희롱은 한국 사회에서 거의 모든 여성이 경험해온 것”이라며 “그런데도 여성들은 ‘튀는 사람이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참아왔다. 이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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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미투의 시작은 지난달 초 드러난 배우 이명행의 성추행 사건이었다. 한 스태프는 SNS를 통해 이명행의 성추행 사건을 고발했고 이명행은 이를 인정했다. 이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이윤택, 배우 오달수, 밀양연극촌 촌장 하용부, 번작이 대표 조증윤 등 끊임없는 성폭력 고발이 이어졌다. 배우 홍예원(35)씨는 “미투 이전에도 소문으로 알던 게 많았다. 2017년 초 연극계 동료에게 이윤택의 추행에 대한 소문을 꽤 들었다”며 “속으로 ‘제발 밝혀졌으면’ 했는데 이를 밝혀준 김수희 연출이 고마웠다. 한편으로는 과거에 그냥 넘어갔던 게 매우 미안했다”고 말했다.
 
홍씨는 연극계가 특히 성폭력에 취약한 이유로 “연극계는 1인 중심 체제의 극단, 공과 사가 구분되지 않는 환경, 계속 같은 사람들과 같은 무리에 있으며 장기간 성폭력에 노출돼온 점” 등을 꼽았다.
 
이들은 미투가 ‘폭로전’으로 그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획자 이도원(35)씨는 “미투가 폭로전으로 치닫는 양상이 있다. 실명을 드러내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일부에서 남녀 성 대결로 몰고 가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출·기획자 방혜영(37)씨는 “미투는 현상이다. 미투는 미투로서 존중하고 성폭력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운동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배우 김보은(33)씨는 “피해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말하며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기사와 댓글이 떠돌고 있다”며 “피해자가 여전히 털어놓기 힘든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얘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기획자 오성화(45)씨는 “인권의 문제이며 여러 명의 삶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블랙리스트’ 사건보다 더욱 근본적인 싸움”이라며 “잘못된 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는 변곡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이씨는 “지금 가해자들이 어떻게 처벌받는지 명확한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 정부 지원금 받는 기관에서는 성범죄 경력자들의 재유입을 막고 확실히 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극인 행동은 향후 피해자와 함께 대응해 나가면서 토론이나 포럼, 온라인 캠페인을 통해 목소리를 낼 예정”이라며 “성폭력 예방을 위한 가이드북과 함께 연극계 사례가 포함된 사례집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씨는 “그동안 피해 사실이 있어도 신고하지 못한 것은 사회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미투 현상이 연극계의 문제를 넘어서 전 사회적인 운동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이지영·최민우·노진호·최규진·홍지유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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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