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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상담 연 10만명 … 유명인 아니면 묻힌다

미투, 이제 시작이다 <중>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에도 사각지대가 있다. 이주여성과 장애여성, 비정규직·파견직 근로자 등이 미투의 세계에서 소외되고 있다. 성범죄 관련 법 자체의 허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퍼져나가기는 여전히 힘들다”며 “‘미투’도 가해자나 피해자 중에 유명한 사람이 있어야 이슈가 된다. ‘무명씨’에 대한 미투는 주목받지 못할 뿐 아니라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당할 위험도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도 “그동안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온갖 형태로 자신의 피해를 말해왔다”고 강조한다. 이 소장은 “한 해 성폭력 상담 건수가 10만 건이 넘는다. 2003년부터 매년 열리는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통해 그동안 100여 명의 피해자가 대중 앞에 직접 서서 성범죄 피해 사실을 폭로했지만 모두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국 167개 상담소에서 2016년 한 해 동안 이뤄진 성폭력 상담 건수는 10만1028건에 달한다. 2009년 3만3695건의 세 배였다.
 
40대 보험설계사인 A씨는 대리점 대표에게 “매력적이다” “먹고 싶다” 등의 성희롱을 당한 뒤 본사에 알렸지만 회사에서는 “증거가 없어 무고죄로 역고소당할 수 있다”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A씨를 상담한 김태임 인천여성노동자회 상담실장은 “보험설계사는 특수고용직이어서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다. 근로자 지위가 인정 안 되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낼 수가 없다. 결국 경찰 아니면 국가인권위원회로 가야 하는데 인권위는 절차 진행에 몇 년씩 걸리고 경찰은 사실상 강제추행과 강간만 다뤄 성희롱 피해를 호소할 데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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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직 근로자 역시 미투가 어렵다. 성희롱이 발생한 현장은 ‘사용사업장’인데, 고용책임은 ‘파견사업장’에 있기 때문이다. 황현숙 서울여성노동자회 부회장은 “파견회사 입장에서는 ‘고객’인 사용사업장에 ‘성희롱 가해자를 징계해 달라’고 하기 어렵다. 결국 피해 여직원에게 ‘네가 그냥 관둬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 근로자는 고용 관계 단절이 두려워 미투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대구의 한 은행에서는 부부장과 차장·과장 등이 파견직 직원들을 상대로 강제로 입맞춤하는 등 지속적으로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자 상담을 맡았던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에 따르면, 피해 직원들은 2년만 조용히 있으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는 생각으로 사건 초기에 문제 제기를 못했다.
 
성범죄 처벌 사각지대 … 직장서 징계 받았는데 법원서 무죄 나오기도 
 
2015년 농업분야 취업 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한 20대 캄보디아 여성 B씨는 농장 사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하고 있지만 아직 신고하지 못했다. “한국에 오기까지 돈을 많이 투자했기 때문에 사업장 이탈이 큰 부담”이라는 것이다.
 
남성이 피해자인 성폭력 사건에서도 미투는 쉽지 않다. 20대 연극배우 박성원씨는 지난달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자 선배로부터 성희롱당한 사실을 알렸지만,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그는 "2015년 파트너인 중년 여배우가 스킨십을 심하게 하면서 ‘내가 있는 술자리에 오지 않으면 연극계에 발 못 들일 줄 알라’며 협박했다”고 했다.
 
“남자가 당한 게 창피하다”고 여기는 문화 탓도 크다. 전직 무용수 C씨는 1999년 동성애자인 대학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성폭행 직전 교수의 집 문고리를 부수고 도망쳐 나온 뒤 무용계를 떠난 그는 “미투 할 엄두는 못낸다”고 말했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미투 운동이 질적 변화를 가져오려면 소외됐던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성범죄 관련 법 자체에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성희롱 예방교육’만 해도 민간 사업장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에서, 공공 영역은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여성가족부에서 진행한다. 성폭력 문제가 크게 불거진 극단의 경우 예방교육을 받을 의무에서 모두 빠져 있다.
 
또 남녀고용평등기본법, 양성평등기본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에 산재해 있는 성희롱 관련 법 체계도 혼란을 가중시킨다. 예를 들어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가 내부 징계에 만족하지 못해 형사고소를 했을 경우 범죄 구성 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무죄가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가해자는 “법원에서 무죄를 받았으니 나는 결백하다”고 직장 내부에서까지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희롱 관련 규정이 분산돼 있어 피해자의 구제 및 법 집행의 통일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단일 법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이지영·최민우·노진호·최규진·홍지유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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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