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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생각’ 전달하고 ‘김정은 대답’ 받고 … 북·미 중매 외교

11년 만에 이뤄지는 ‘1박2일’의 특사 방북을 통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핵 개발과 대미 관계에 대한 속내가 드러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4일 발표한 특사단의 방북 목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여건 조성”이다. 그런 만큼 2011년 김정일 사망 후 북한 최고지도자에 등극한 김정은이 그간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으로 극한의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다가 갑자기 꺼내 든 남북 대화 카드의 의도가 무엇인지가 드러날 전망이다. 김정은의 육성이 처음으로 한국 정부 당국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동시에 미국의 생각을 직접 김정은에게 전달하고 김정은의 대답을 다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해 북·미 정상 간 간접 대화를 주선하는 중매 외교가 특사단 방북의 목적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내려왔던 북한 대표단은 비핵화 문제를 놓고 주로 예상됐던 답변을 내놨다고 한다. 사실상 김정은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속내’는 듣지 못했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일행은 한 차례 연기된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4월 재개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미 관계에 대해서도 “미국의 대조선 정책 때문에 대화가 어렵다”는 취지를 반복했다고 한다. 남북 접촉 내용을 전해 들은 한 소식통은 “북측 인사들은 그간 주장했던 북한의 ‘모범 답변’을 주로 내놨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엔 김정은의 직접 답변을 확인하는 자리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특사단 일정으로 1박2일을 잡은 자체가 길게 체류할 필요 없이 (김정은을) 만난다는 사인이 왔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도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김영철이 배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확인하려는 제1메시지는 북·미 대화에 대한 김정은의 생각이다. 이를 미국에 곧바로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각각 백악관 및 중앙정보국(CIA)과 직접 대화 라인을 갖고 있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함께 방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 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일주일에도 수차례 통화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인 데다 서 원장은 북한의 대남 특사였던 김여정 방한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을 만나 북·미 접촉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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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화 메시지는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특사로 내려온 김여정을 만났을 때 직접 당부했다. 당시 배석했던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 적었다고 한다. 이번 방북에선 그에 대한 김정은의 답변을 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나올 얘기가 북핵·미사일의 모라토리엄(시험 유예) 여부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를 김정은이 직접 밝힐지 여부가 비핵화로 가는 출발점”이라며 “우리의 이 같은 요구는 김영철 방한 때 이미 전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꺼낼 얘기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다. 남북 접촉 상황을 들었던 한 소식통은 “김영철 방한 때 정부가 한·미 군사훈련을 기정사실로 해서 통보했다면 이번엔 북한이 군사훈련 재연기를 북·미 대화와 모라토리엄에 나서는 카드로 꺼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은의 북·미 대화 의향은 특사단이 북한의 대미 외교 라인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만날지 여부로도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특사단의 숨은 목적은 김정은 스타일을 확인하는 데 있다. 그간 대북 특사의 역할은 남북 정상회담이나 남북 관계 개선 등에 대한 북한 최고지도자의 의향을 확인하는 데 있었지만 동시에 개인적 성향을 파악하는 데도 있었다. 김정일의 거침없는 스타일은 2002년 4월 임동원 대북 특사의 방북 때 재확인됐다. 당시 백화원 초대소에서 임 특사를 만난 김정일은 5시간의 만찬 도중 “밤에 인터넷으로 남쪽 TV 뉴스를 본다”며 한국 드라마 ‘여인천하’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까지 거론했다. 그래서 특사단엔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를 준비하는 성격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다목적 특사단에게 김정은이 미국도 수용할 수 있는 전향적 카드를 내놓지 않을 경우 북·미 중매 외교는 난관에 처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카드를 내놓더라도 기존에 개발해 놓은 핵은 그대로 인정을 받고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등은 하지 않는다는 식의 ‘부분 인정, 부분 동결’의 방식일 것”이라며 “미국이 이를 비핵화의 단초로 여길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채병건·전수진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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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