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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 나가도 잡힌다 … 불법 선거 단속에 ‘국과수 수사 기법’

지난달 23일 경기도 수원시 선거연수원에서 전국의 투·개표 담당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대비해 투표지 분류기 운영 등 모의 개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중앙선관위]

지난달 23일 경기도 수원시 선거연수원에서 전국의 투·개표 담당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대비해 투표지 분류기 운영 등 모의 개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중앙선관위]

#. 고등학교 동문회 단체 채팅방에서 다른 고교 출신의 시장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목격한 A는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에게 채팅방 대화 내용을 보여줬다. 하지만 며칠 후 해당 글을 올린 동문회 선배와 술을 함께 마신 A는 채팅방을 나온 뒤 스마트폰을 바꿨다. 이튿날 선관위 직원은 A에게 연락해 관련 내용에 대해 물었지만 A는 “모르는 일”이라며 발을 뺐다.
 
#. 군수 선거에 나오려는 B는 여론조사업체 조사표에서 일부 수치를 유리하게 바꾼 뒤 자신이 가입한 블로그에 올렸다. 하지만 이를 본 선거 참모가 “여론조사 수치 조작은 큰 범죄”라며 삭제하라고 조언하자 서둘러 글을 지웠다. 찝찝한 마음에 블로그를 탈퇴한 뒤 글을 썼던 컴퓨터도 새 것으로 바꿨다.
 
사진촬영·캡처 후 전자지문 증거로 
 
아름다운 선거

아름다운 선거

이런 일이 생길 때 과거에는 공직선거법 위반을 입증하려면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핵심 증거물이 사라져 검찰이나 경찰을 통해 압수수색을 하더라도 허탕 치는 일이 잦았고, 법원에서 재판을 받더라도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6·13 지방선거부터는 달라진다. 선관위 단속요원이 초동 단계부터 증거물을 수집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진다. 중앙선관위가 지난달 9일 과학적 조사 기법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선관위 단속요원이 불법 현장을 포착한 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국과수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국과수 서버에 인증하면 해당 사진에 전자지문(해시값)이 부여돼 위조나 변조되지 않은 증거로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위 사례에서도 선관위 단속요원이 A가 보여준 단체 채팅방의 사진을 찍어뒀거나 B의 블로그가 삭제되기 전에 캡처를 해뒀다면 이전보다 쉽게 범죄 내용을 입증할 수 있게 된다.
 
여론조사 ‘떴다방’ 방지 등록제 도입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극단적인 세력으로 나뉘어 ‘페이크 뉴스(가짜 뉴스)’로 사회를 혼란스럽게 한다든가 많은 숫자나 큰 목소리로 상대를 누르려는 것은 민주시민의 덕목에 배치된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허위비방과 허위사실 공표를 엄정 단속하기 위해 국과수와 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관위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선관위 직원을 국과수에 보내 앱을 사용하는 방법뿐 아니라 삭제된 폐쇄회로TV(CCTV) 영상물의 복구 방법 등 디지털 증거물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위해 검찰·경찰·국과수 등 국가기관뿐 아니라 네이버·다음 등 민간 기업까지 포함한 15개 기관·단체가 모여 공동 대응을 모색하는 회의도 5일 연다.
 
선관위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특히 중점을 두는 건 각종 여론조사 수치를 동원한 여론 왜곡의 차단이다. 이른바 ‘떴다방’ 여론조사업체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일정한 요건을 갖춘 업체만 여론조사를 할 수 있도록 선거 여론조사기관 등록제를 처음 도입했다. 법령을 잘 몰라서 위반하는 사례도 줄이기 위해 여론조사업체뿐 아니라 언론사·정당·후보자를 상대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는 ‘불법 선거여론조사 특별전담팀’을 편성해 중대 위법행위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단속 사례도 늘고 있다. 경남의 한 지역 언론사 간부가 군수 후보자 적합도를 알아본다는 목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여론조사업체에 의뢰해 조사를 한 뒤 수치를 조작하다 적발됐다. 이 간부는 특정 입후보 예정자는 실제 결과보다 4%포인트 정도 올리고 다른 경쟁자는 1~2%포인트 깎은 수치를 지인들에게 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남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이 인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지역 언론이 선거에 개입하는 행위도 선관위의 중점 단속 대상이다. ▶입후보 예정자에 관한 기사를 쓰면서 대가를 요구거나 ▶객관적 근거가 없는 악의적인 허위사실을 보도하거나 ▶여론조사를 왜곡 보도하는 행위 ▶원래 신문 구독을 안 하는 유권자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등 통상적인 경우와 다르게 신문 배부를 하는 행위 등이 모두 선관위가 주시하는 불법 행위다. 선관위 관계자는 “효율적인 예방과 단속을 위해 검·경, 언론사 등과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지역 언론과 입후보 예정자의 유착 관계에 대해서 사전에 파악해 관리하고 있다”며 “선거 관련 기사를 모두 모니터링해 특정인에 대한 보도 횟수와 내용의 편향성 여부도 철저히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이번 지방선거를 위해 중앙선관위 조사1과,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직원과 모니터링 요원 등 모두 732명의 단속 인력을 투입할 예정이다.
 
악의적 허위 보도 등 지역언론 단속 
 
선관위는 이러한 단속 활동을 바탕으로 6·13 지방선거를 ‘동네 민주주의’와 ‘민주주의 학교’ 실현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권순일 위원장은 “1948년 5월 10일 첫 선거를 치른 이후 올해가 민주선거 70주년”이라며 “광장 민주주의를 통해 높아진 참여 열기를 ‘동네 민주주의’로 전환시킬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영헌 중앙선관위 공보과장은 “지방선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일꾼을 뽑아 지역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여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기회”라며 “선거 과정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배움터”라고 설명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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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