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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총알도 뚫고 지구촌 내전 아이들과 함께한 20년

아프간 다이쿤디 지방에서 머리에 부르카를 쓴 여성들과 함께한 강민휘 국장(왼쪽). [사진 강민휘]

아프간 다이쿤디 지방에서 머리에 부르카를 쓴 여성들과 함께한 강민휘 국장(왼쪽). [사진 강민휘]

난무하는 포탄, 헬기를 향하는 박격포….
 
내전이 끊이지 않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아동과 산모의 보건·위생을 보살피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위험을 무릅쓰던 국제구호 전문가가 세계보건기구(WHO) 첫 한국인 여성 국장이 됐다. 강민휘(50) WHO 사무총장 비서실 국장이 그 주인공이다. 2003년 숨진 이종욱 사무총장(전 WHO 백신국장)에 이어 두 번째 국장이다. 유니세프 카불 중부지부장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12월 발탁됐다.
 
이화여대 불문과와 프랑스 파리고등사회대학원을 거친 강 국장은 1998년 JPO(외교부가 지원하는 국제기구초급전문가제도)를 시작으로 약 20년간 7개의 유엔 산하 국제기구에서 활동했다. 아프가니스탄·요르단·동티모르·감비아·인도네시아·인도 등 내전이나 재난·역병 발생 지역의 아동 보호 현장에 그가 있었다. 그는 “젊은 사람아, 필드로 가라”는 생전 이종욱 전 총장의 조언대로 대부분의 시간을 재난 현장에서 보냈다. 생전 이 총장은 점심을 사주면서 JPO 요원이던 강 국장의 꿈에 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강 국장은 2014년 유니세프 시절 요르단 암만에서 시리아 지원 업무를 하다 아프간 카불의 중부지부장을 맡게 됐다. 해발 3000m의 산악지대에 사는 아이들까지 찾아다녔다. 애들을 학교에 보내고, 전염병 예방접종을 했다. 목숨을 건 구호활동이었다. 유엔 요원들이 반군의 공격 대상이었다. 오지로 향할 때는 무장한 장갑차를 탔다. 눈앞에서 포탄이 터졌다. 한번은 50m 앞에 터지자 본부에서 복귀 명령을 내렸다. “겁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지난 20년 중 아프간 3년이 가장 행복했다”고 말한다.
 
“아프간 종교지도자가 ‘매년 산모나 아이가 죽어서 장례식을 했는데, 당신 덕분(예방접종 등)에 요즘은 그런 일이 없다’고 말하더라. 한국은 아프간의 세 번째 원조국입니다. 한국 돈으로 모자보건 사업을 하면서 감사 인사를 받으니 뿌듯했어요. 이런 나라에서는 구호 활동을 하면 즉시 효과가 나타나요. 원조 공여국에 결과를 보고하면 신이 나서 더 원조한답니다.”
 
강 국장은 98년 국제노동기구(ILO)에서 JPO를 시작으로 2000년 정식 유엔구호 요원(계약직) 생활에 첫발을 디뎠다. 동티모르의 유엔 임시행정부에서 정부 조직이 갖춰질 때까지 고용복지부 장관 후보와 직원을 교육했다. 유엔개발기구(UNDP)에 스카우트 돼 생활유지팀장을 맡아서 일자리 창출, 도로 정비, 보건소 설립 등 한국식 새마을운동을 지휘했다. 어릴 때 아버지 따라 말레이시아에서 살며 인도네시아 말을 익힌 게 큰 도움이 됐다.
 
“잿더미에서 일어선 한국의 경험을 저개발국에 나누는 게 너무 행복합니다. 한국인으로서 뭔가 좋은 일에 이름을 남겨야 하는데, 남에게 도움을 주는 유엔 개발 전문가만 한 데가 어디 있나요.”
 
강 국장은 어릴 적 시인을 꿈꿨다. 그는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지금의 삶이 얼마나 행복하고 보람찬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은 해외 원조 공여국이다. 개발 경험이 다른 나라에 도움이 되게 한국 젊은이들이 세계로 뛰어들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WHO에 와보니 JPO로 나온 외국 젊은이가 27명이나 된다. 한국은 한 명도 없다”며 “한국의 젊은 의사들이 얼마나 똑똑하냐. 간호사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들이 세계에 진출할 수 있게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네바=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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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