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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 취미에서 ‘억대 수입’ 스타 속출 … 연예인 뺨치는 유튜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찾은 것은 지난달 24일 오전 9시50분쯤이었다. 이날 이곳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팬들이 모여 ‘키즈 페스티벌’을 벌인다는 소식을 듣고 그 현장이 궁금해졌다. 크리에이터는 도대체 무엇이고, 이들을 만나기 위해 어린이들이 몰려든다는 것은 또 무엇인지 알려면 현장을 볼 필요가 있었다. 막상 현장에 도착하자 행사장 바깥은 조용했다. 관계자에게 물으니 기자가 도착하기 전 오전 8시쯤에는 초등학생 손을 붙잡고 행사장에 입장하려는 젊은 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고 한다. 초등생이라면 PC게임이나 놀이공원이 더 좋을 것 같은데 여전히 쌀쌀한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초등학생을 둔 젊은 부모들이 스타 크리에이터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동호 기자

초등학생을 둔 젊은 부모들이 스타 크리에이터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동호 기자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단번에 파악됐다. 어린이들은 행사장 곳곳에 설치된 부스를 순례하면서 콘텐트 크리에이터들과 팬미팅을 하고 있었다. 초등학생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어 ‘어린이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도티’ ‘잠뜰’ ‘아리키친’ ‘허팝’ ‘유라야 놀자’ ‘정브르’ ‘어썸하은’ 부스 앞엔 스타 크리에이터들의 사인을 받으려는 어린이들로 북새통이었다.  
어린이들이 초통령급 스타 크리에이터들이 설치한 부스를 순례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어린이들이 초통령급 스타 크리에이터들이 설치한 부스를 순례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초통령 유튜버 허팝’ 부스 앞 행렬은 너무 길어서 행사장 바깥 복도까지 이어졌다. 어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초통령은 ‘초등학생들의 대통령’이라는 뜻이고, 유튜버는 콘텐트 크리에이터들이 주로 유튜브를 통해 콘텐트를 방송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유튜버(YouTuber) 허팝의 본명은 허재원(30)이다. 장사진을 펼친 어린이 팬 수백 명에게 연신 사인을 해주고 있어 직접 소감을 묻지는 못했다.
크리에이터와 팬들의 만남인 팬페스트는 거대한 박람회를 연상시킨다. 김동호 기자

크리에이터와 팬들의 만남인 팬페스트는 거대한 박람회를 연상시킨다. 김동호 기자

 
하지만 행사 관계자로부터 그가 초통령으로 불리는 이유를 들었다. 그는 2015년 4월부터 유튜브에 각종 신기한 실험과 게임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트를 방송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고정 시청자는 순식간에 늘어나 3월 현재 구독자 180만 명에다 누적 조회수는 13억 회에 이른다. 초등생들을 둔 젊은 부모도 자녀와 함께 시청하게 되면서 허팝을 모르는 이가 없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초통령' 허팝의 사인을 받고 있다. 대기 행렬은 행사장 바깥 복도까지 이어진다. 김동호 기자

어린이들이 '초통령' 허팝의 사인을 받고 있다. 대기 행렬은 행사장 바깥 복도까지 이어진다. 김동호 기자

거대한 팬덤이 형성되면서 그는 초통령답게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를 끌고 있다. 연간 수입이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그가 포르쉐 911 카레라 4 GTS 2018년형과 카니발 2017년형을 타고 있으며, 좋아하는 라면은 안성탕면이며 키와 몸무게, 가족관계와 출신대학 등도 어린이들에겐 상식이 되고 있다.
 
기업들도 속속 동영상을 통해 고객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김동호 기자

기업들도 속속 동영상을 통해 고객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김동호 기자

콘텐트 크리에이터가 팬덤에 올라앉는 방식은 간단하다.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구독자가 급격히 늘고 크리에이터가 광고를 붙이겠다고 온라인으로 선택을 하면 동영상 앞에 광고가 따라붙는다. 광고를 붙일 수 있는 조건은 최근 12개월 간 시청시간 4000시간에다 구독자 1000명이 도달한 채널이다. 수익금은 콘텐트 크리에이터 통장으로 지급된다.  
 
LG유플러스는 일찌감치 유튜브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김동호 기자

LG유플러스는 일찌감치 유튜브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김동호 기자

크리에이터가 달랑 스마트폰만 갖고 혼자서 일해도 잘만 하면 번듯한 직업이 되면서 국내에도 유튜버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100만 구독자를 돌파한 채널이 이미 90개를 넘어섰고 10만 구독자를 돌파한 채널은 1200개에 이른다. 이들이 생산한 동영상은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기존 지상파를 위협하고 있다.
 
1980년대 왕영은 등 뽀미언니 인기를 능가하는 유튜브의 뽀미언니들이 속출학 있다. 김동호 기자

1980년대 왕영은 등 뽀미언니 인기를 능가하는 유튜브의 뽀미언니들이 속출학 있다. 김동호 기자

‘유라야 놀자’의 최다은(30)은 1980년대 어린이들을 TV 앞에 붙잡아뒀던 뽀미 언니를 능가한다. 유튜브에서 장난감을 이용한 다양한 상황극, 동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유라는 팬미팅에서 노래와 율동을 선보였는데 열광의 도가니를 방불케 했다. 유튜브의 모기업인 구글의 박선경 상무는 “과거에는 지상파를 켜야 뽀미 언니를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린이가 원하면 언제 어디서든 유라 언니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 유튜버들은 연예인을 뺨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타 유튜버는 억대 수입을 올린다. 김동호 기자

스타 유튜버들은 연예인을 뺨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타 유튜버는 억대 수입을 올린다. 김동호 기자

인터넷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동영상 콘텐트에 노출되는 연령이 갈수록 어려지면서 초등생들은 포털 대신 동영상부터 찾는다. 성인들도 빠르게 동영상으로 넘어오고 있다. 음악 감상은 물론이고 주의ㆍ주장을 전파할 때도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SNS 활동에 서툴렀던 보수 진영조차 뛰어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벌레소년’은 래퍼를 활용한 신세대 편집 방식으로 보수 진영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뽀로로 등 캐릭도 산업도 빠르게 동영상 플랫폼으로 진입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뽀로로 등 캐릭도 산업도 빠르게 동영상 플랫폼으로 진입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크리에이터가 급증하자 이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사업화하는 다중채널네트워크(MCN)도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MCN은 인터넷 스타로 떠오른 크리에이터를 대거 확보한 기획사다. 영상 촬영과 기획을 돕고 유뷰브 등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크리에이터의 유튜브 채널 운영을 지원한다. 마치 연예인이 기획사에 소속된 것과 다름없다.
 
온라인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불러내야 비즈니스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김동호 기자

온라인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불러내야 비즈니스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김동호 기자

소비자 행태 변화에 따라 전통 기업들도 동영상 생태계로 속속 진입하고 있다. 캐릭터 ‘뽀로로’로 유명한 아이코닉스가 대표적이다. 현장에서 우연히 만난 이 회사 정동수 상무에게 들어봤다.
-동영상이 대세인가.
“(스마트폰을 세상에 내놓은)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 놓은 기술이 계속 진화하고 있는 거다. 모바일 동영상 시청이 가능해지면서 생후 한 살부터 동영상을 보는 시대가 됐다.”
-뽀로로 역시 동영상 비중을 늘렸나.
“뽀로로의 아이들 용품은 2000종이다. 3D 애니매이션으로 출발해 음료수 등 없는 게 없다. 그런데 지금은 뽀로로를 유튜브로 보는 비율이 80% 이상이다. 유튜브는 전체 동영상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도 6년 전 유튜브로 들어와 고객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소비 행태가 그렇게 많이 바뀌었나.
“성인은 네이버 등 포털로 검색한다. 골프 치는 법, 바둑 두는 법을 글로 배웠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다르다. 김치찌개 끓이는 법을 요즘 젊은 여성들은 유튜브로 배운다. 지구과학도 과거엔 원을 그려놓고 배웠지만 이제는 동영상으로 배운다.”
-유튜버가 번듯한 직업이 된 것같다.
“동영상 앞에 광고가 붙으면 수익이 발생한다. 옛날에는 팬들 모으려면 공중파에 들어가야 했고, 빅 스타만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나 하다가 구독자를 웃기고, 영상이 뜨면 바로 스타 크리에이터가 된다. 전통 TV에서는 싫든 좋든 전 가족이 프로그램을 공유했다. 하지만 유튜브에선 세대별로 좋아하는 콘텐트가 다르다. 3세와 7세가 좋아하는 스타가 각각 다르다. 완전히 개인 미디어다.”
-제작에도 이런 특성을 활용하나.
“뽀로로 역시 이제는 출판보다 영상에 집중한다. 과거에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애들이 좋아할거다 해서 만들었다. 방송국에선 한달에 시청률 정보를 한 번 줬다. 반면 유튜브는 초당 시청률이 나온다. 1초 단위로 파악된다. 제작자들에게 콘텐트를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정보를 주고 있다.”
 
온라인의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디지털시대의 마케팅 전략이다. 김동호 기자

온라인의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디지털시대의 마케팅 전략이다. 김동호 기자

대기업도 이 흐름을 비켜갈 수 없어 보인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유튜브에 ‘아이들나라’를 만들어 어린이들이 놀이와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KT도 유튜브를 활용해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싸이와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도 유튜브를 통한 팬덤 구축의 영향이 컸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소비자의 트렌드를 좇아가야 돈도 벌고 성공하는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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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