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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오락가락 통신비 인하 정책 … 벼랑 끝 몰린 알뜰폰

하선영 산업부 기자

하선영 산업부 기자

지난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알뜰폰 사업자 10개사를 초청한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간담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통신비 정책에 대한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각종 통신비 경감 대책들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사업을 하는 알뜰폰 사업자들에게는 직격탄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알뜰폰 사업자는 간담회에 대해 “정부의 뒤늦은 알뜰폰 사업자 달래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정부가 일시적으로 통신비 내리는 데만 골몰하지 우리 같은 소규모 사업자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통신비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9월 선택 약정 할인율을 20%에서 25%를 상향시킨 데 이어 최근에는 이동통신 3사를 대상으로 보편요금제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설계한 보편 요금제는 월 2만원 수준에 데이터 1GB, 음성 200분 이상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이 요금제를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부터 출시하도록 해 통신사 간 통신비 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같은 요금제 구성은 이미 저가 요금제 사업자인 알뜰폰 사업자들이 진작에 출시한 요금제들과 비슷하다.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의 ‘약정 유심 LTE 21’ 요금제는 월 2만3100원에 음성 200분, 데이터 1.5GB, 메시지 200건을, ‘조건 없는 유심 LTE 1GB’ 요금제는 월 1만890원에 음성 5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등 여러 저가 요금제를 선보이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미 서비스하는 요금제를 정부가 ‘보편 요금제’란 이름으로 기존 대형 통신사들에게도 출시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이럴 거면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은 새 요금제를 내라고 대형 통신사들을 압박하기보다는 기존 알뜰폰 요금제 이용을 장려하는 것이 좀 더 타당했을 것이다. 녹색소비자연대의 지난해 9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통신 소비자 10명 중 6명은 “알뜰폰에 대해 들어 본 적은 있지만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주춤하는 알뜰폰 가입자 증가율은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과 관계있다. 1일 과기정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 증가율은 지난해 10월 0.7%대였지만, 지난 1월에는 0.51%로 떨어졌다. 선택 약정 할인율이 높아지니 굳이 알뜰폰으로 번호 이동하기보다는 기존에 사용하던 통신사 내에서 기기 변경을 하는 추세가 더욱 심화한 것이다. “선택 약정 할인율 상향에 이어 보편요금제까지 도입되면 사업이 존립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알뜰폰 사업자들의 호소가 크게 틀린 말이 아닌 셈이다.
 
정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통신비 부담 경감 대책으로 타격을 입는 알뜰폰 업계에 대한 활성화 대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이럴 거였으면 새 정부가 출범 직후 “공약을 실현하겠다”고 부산을 떨며 통신비 인하를 추진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통신사업자들의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언제까지 정부가 이런 식으로 매번 요금제에 직접 개입하고, 또 그로 인한 부작용을 막는 행동을 반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선영 산업부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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