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식빵 크기 LED 3만5000개로 카드섹션 같은 효과”

평창겨울올림픽 개폐회식때 태블릿 LED로 특수효과를 만든 소달영 미라클 시스템 대표. [김상선 기자]

평창겨울올림픽 개폐회식때 태블릿 LED로 특수효과를 만든 소달영 미라클 시스템 대표. [김상선 기자]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펼쳐진 첨단기술의 향연은 관중석도 예외가 아니었다. 개·폐회식장을 채운 관중들이 선수단에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사이, 좌석마다 설치한 3만5000개의 ‘픽셀 태블릿 LED’는 길이 500 m의 거대한 스크린으로 변신해 마치 북한에서나 볼 법한 카드섹션처럼 화려한 색으로 올림픽 참가 국가의 이름과 국기 등을 펼쳐 보였다. 관중석 LED 설치가 처음은 아니지만, 초대형 오각형 모양의 관중석 전체를 다 채운 역대 최대 규모였다.
 

소달영 ‘미라클 시스템’ 대표
평창 혹한에 대비 영하 60도서 시험
관중석에 설치하는데 꼬박 3개월

인형극 만들다 새로운 세계에 눈떠
88서울·베이징 하계올림픽 등
국내외 굵직한 행사 도맡아 진행

특수효과는 일종의 ‘음지의 예술’
국산 기술 살려 우즈벡에 테마파크

이 장비를 만든 곳은 국내 중소기업 ‘미라클 시스템’이다. 특수효과와 무대장치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인데, 2년 연구 끝에 2014년 태블릿 LED를 만들어 인천아시안게임(2014)과 광주 유니버시아드 (2015) 당시 1만 명 규모 관중석에 처음 썼다. 이때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3만5000명 규모의 평창 겨울올림픽 관중석에 적용할 수 있었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파주 미라클 시스템 연구소에서 만난 소달영(57) 대표는 이 장비를 만든 이유로 ‘객석과 행사장의 연결’을 꼽았다. 대형 공연일수록 객석이 소외되기 쉽다는 거다. 그는 “운동장에서 아무리 재미있게 행사를 하고 춤을 춰도 객석에 있는 사람에겐 소리조차 전달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빛을 활용해 객석을 또 하나의 공연장으로 만들어 무대의 열기를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폐회식. 참가한 나라들의 국기를 관중석에 설치한 LED 패널로 구현했다. [사진 미라클미디어]

2018 평창겨울올림픽 폐회식. 참가한 나라들의 국기를 관중석에 설치한 LED 패널로 구현했다. [사진 미라클미디어]

태블릿 LED는 식빵 한 조각 크기다. 가로와 세로 12㎝, 두께 1㎝ 본체에 5㎜ 크기 LED 16개가 들어 있다. 본체를 막대장치에 연결해 관중석 의자 사이에 세웠다. 1m 남짓한 키에 빛은 120도 범위로 퍼져 관객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게 했다. 크기가 작아 일반 패널보다 설치가 쉽고 전력소모도 덜하다. 큰 패널보다 다양한 조형을 표현하기에 더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방수는 기본에 추위도 잘 견딘다. 냉동창고에 일주일 동안 두거나 화덕에도 넣어보며 연구한 끝에 영하 60도부터 영상 45도까지 끄떡없게 만들었다. 평창 조직위가 원한 영하 40도 작동 범위를 가볍게 충족시켰다.
 
패널마다 신호를 받아들이는 선을 두 줄기로 나눠 혹시 모를 돌발상황에도 대비했다. 보통 고장이 난다는 건 기계 자체보다 신호가 끊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 통로에서 이상이 생기면 0.1초 안에 예비로 마련한 다른 통로가 대신 신호를 받아들여 해결하는 방식이다. 패널은 개별 작동해서 하나가 문제가 생겨도 전체가 영향을 받진 않는다. 소 대표는 “영국에 유사한 장비가 있지만, 예비용으로 신호 분배 시스템을 갖춘 장비는 우리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담당 업체로 선정된 뒤 설치에만 3개월이 걸렸다. 매일 50~60명이 아침부터 밤까지 매달려 완성했다.
 
첨단 기술로 완성된 LED 캔버스에 모든 참가국의 나라 이름과 국기를 보여주자고 한 건 소 대표 제안이었다. 홀로 출전하거나 규모가 작은 나라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하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수많은 관중에게 깃발을 들거나 파도타기를 하자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응원단 규모가 작은 나라 선수들도 나라 이름과 국기가 크게 펄럭이면 기분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드는 서포터즈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창겨울올림픽 관중석에 설치한 3만5000개의 태블릿 LED. [사진 미라클미디어]

평창겨울올림픽 관중석에 설치한 3만5000개의 태블릿 LED. [사진 미라클미디어]

소 대표는 이번 올림픽에서 객석 LED뿐 아니라 성화 봉송에서도 특수효과를 맡았다. 기존 성화봉 안에 물리·화학적인 특수장치를 개발해 넣은 덕분에 제주 해녀들은 물속에서도 불을 꺼뜨리지 않은 채 성화 봉송에 성공할 수 있었다.
 
소 대표가 대형 행사용 특수효과 제작의 길에 들어선 건 인형극 덕분이다. 30여년 전 한 공중파 방송에서 특수 물품을 담당하는 일을 하다 어린이 프로그램 인형극을 맡게 됐다. 하지만 TV로 보여주는 인형극은 실제 공연보다 생동감이 약했고 아이들은 만화영화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수효과 기술을 제대로 접목해 살아있는 인형극을 만들고 싶다는 결심을 했지만 한국에서 이 분야는 생소했다. 일본으로 건너가 특수효과 공부를 해 1988년 회사를 차렸다. 88서울올림픽을 시작으로 홍콩 반환행사와 한·일 월드컵 개·폐막식,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등 국내외 굵직한 행사를 도맡아왔다. 오는 9일 시작하는 평창 패럴림픽에서도 독특한 LED 효과를 펼칠 예정이다.
 
그에게 특수효과는 ‘조용한 예술’이다.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하면서도 존재가 드러나선 안 되기 때문이다. 그는 “특수효과는 일종의 마술과 비슷하다. 숨은 기술이 모여 만들어낸 환상과 꿈의 세계에서 존재를 내세우는 순간 환상이 깨지기 때문”이라 말했다. 그는 “특수효과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평소 사소한 것들도 보던 틀을 바꾸는 연습을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다만 그 중심에는 이로움과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형극을 되살리겠다는 그의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로봇을 활용한 특수효과로 인형극을 준비 중이다. 중국 상하이 디즈니와 논의 중인데 2020년에 선보일 계획이다. 우즈베키스탄과는 전통 이야기를 특수효과로 풀어낸 테마파크를 준비 중이다. 소 대표는 “화면의 컴퓨터그래픽이 아무리 발달해도 몰입도나 순간을 공유하는 느낌은 면대면을 이길 수 없다”며 “특히 어린이가 품고 있는 꿈과 환상의 세계를 구현하는데 특수효과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 말했다.
 
◆소달영 대표
1961년생.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 수료. 방송사에서 인형극을 담당하다 생생한 인형극을 고민하면서 특수효과 분야에 뛰어들었다. 1988년 특수효과 전문기업 ‘미라클 시스템’을 만들었다. 현재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봇을 결합한 특수효과 인형극을 준비하고 있다.

 
강나현 기자 kang.nahyu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