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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용품에 결합한 장식미, 그 비틀기의 미학

‘Ferrari Testarossa(scale ½)’(2017), Embossed aluminium, 200 x 87 x 40 cm

‘Ferrari Testarossa(scale ½)’(2017), Embossed aluminium, 200 x 87 x 40 cm

갤러리현대 전시장의 빔 델보예

갤러리현대 전시장의 빔 델보예

벨기에 출신으로 영국을 오가며 설치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작가 빔 델보예(Wim Delvoye·53)의 주특기는 비틀기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에 놀라울 정도의 세밀한 장식성을 부여해 전혀 다른 느낌의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한국 첫 개인전 연 신개념미술 대표작가 빔 델보예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명품 가방 리모와의 표면이나 슈퍼카 페라리 동체에 이란의 전통 장인들이 페르시아식 문양을 섬세한 양각으로 새겨넣는가 하면, 강철을 레이저로 정교하게 잘라내 중세 유럽 고딕 양식으로 덤프 트럭이나 레미콘을 만든다. 타이어를 파고 새겨넣은 아르누보 스타일의 부조는 또 어떤가. 기하학적으로 잘라내 대리석 바닥을 형상화한 분홍과 진홍의 햄과 살라미 사진은 보는 이의 미소를 이끌어낸다. 그는 어떻게 신개념미술(Neo-Conceptualism)의 대표 작가가 된 것일까. 
 
광주와 부산 비엔날레 참가에 이어 국내 최초로 대규모 개인전(2월 27일~4월 8일 갤러리현대)을 위해 내한한 그의 얘기를 중앙SUNDAY S매거진이 들었다.

‘Untitled(Carved Truck Tyre·부분)’(2013), Hand carved truck tyre, Ø148 x 60 cm

‘Untitled(Carved Truck Tyre·부분)’(2013), Hand carved truck tyre, Ø148 x 60 cm

‘Untitled(Carved Car Tyre)’(2010), Hand carved car tyre, Ø71 x 14cm

‘Untitled(Carved Car Tyre)’(2010), Hand carved car tyre, Ø71 x 14cm

‘Coccyx Double’(2016), Carved marble(Grigio Orobico), 48 x 37 x 23 cm

‘Coccyx Double’(2016), Carved marble(Grigio Orobico), 48 x 37 x 23 cm

‘L’Amour Desarme Rorschach’(2016), Patinated bronze, 58 x 58 x 74 cm

‘L’Amour Desarme Rorschach’(2016), Patinated bronze, 58 x 58 x 74 cm

 
다른 사람과 달라야 한다는 것은 모든 예술가의 고민이자 숙명이다. 빔 델보예는 그 방법을 아시아에서 찾았다. 25년 전에 인도네시아를 찾아가 전통 공예 장인들을 만났고, 중국과 이란에서도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작품의 영감을 구하려 다녔다. 그는 “아트에 관심이 없거나 백지 상태인 듯한 미지의 나라를 찾아가 뭔가 찾아내려고 했다. 그런데 거기엔 생각보다 아티스트가 많았고 예술에 대한 사랑도 대단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다른 예술가들이 순수성을 추구했다면 나는 감염된 불순물을 추구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그의 대표작 ‘클로아카(Cloaca)’는 인간의 소화기관을 재현한 ‘똥 만드는 기계’다. ‘똥도 예술이 될 수 있다’ ‘모든 것은 똥이 된다’는 철학이 담긴 시리즈로 이번 전시에서는 볼 수 없다) 
 
‘Cement Truck’(2013), Laser-cut stainless steel, 138 x 36 x 68.5 cm

‘Cement Truck’(2013), Laser-cut stainless steel, 138 x 36 x 68.5 cm

자동차 바퀴나 삽 같은 주변의 익숙한 물건을 소재로 쓴다. 
“시작은 회화였지만 주로 오브제를 활용한다. 누구나 살 수 있는 삽이나 타이어 같은 것에 눈길이 갔다. 노동의 의미가 담겨있는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신개념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불린다. 그런데 공예와 연관성이 깊어 보인다. 
“개념 미술은 1960~70년대에 시작됐다. 아트를 비물질화하려는 움직임이었다. 단순하고 재미없는 작품이 본질에 가깝고 의미도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오락 요소가 없기 때문에 더 심오하다는 메시지다. 신개념미술은 개념미술에 대한 대응구조다. 작가가 의뢰를 하고 장인이 만든다. 제프 쿤스가 대표적이다. 개념이 끝에 도달한 것에 대한 반발이랄까. 다시 비주얼의 세계로 들어왔다는 의미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뒤를 돌아보니 내가 신개념미술 작가에 포함돼 있더라.”  
 
본인이 다 하지않고 장인들과 협업하는 이유는. 
“건축가가 벽돌 쌓기에 나서면 그 건물의 디자인은 엉망이 될 것이다. 벽돌은 벽돌 장인이 쌓아야 한다. 분업화가 정답이다. 나는 작품을 설계하는 디자이너로서 세계 곳곳에서 최고의 장인을 모으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명품 브랜드들을 보라. 그들은 럭셔리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각 분야의 최고 장인을 쓴다. 예술계는 왜 그렇게 하지 않는가. 나는 남들이 투자하지 않는 면까지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동 작품 아닌가. 
“조각가나 문신공, 용접공 같은 장인은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돼왔다. 그들이 만든 것을 사람들이 예술품으로 보지 않는데, 내가 의도적으로 그들의 재주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기술은 세대가 지나면 없어진다. 놀라운 기술을 가진 장인들도 자식들에게는 의사나 변호사가 되라고 한다. 어쩌면 내가 이들에게 의뢰하는 마지막 작가가 될 수도 있다.”  
‘Suppo’(2012·부분)

‘Suppo’(2012·부분)

‘Marble Floor #9’(2000), Cibachrome on Aluminium, 125 x 100 cm

‘Marble Floor #9’(2000), Cibachrome on Aluminium, 125 x 100 cm

‘Suppo’(2012), Laser-cut stainless steel, 33 x 33 x 330 cm

‘Suppo’(2012), Laser-cut stainless steel, 33 x 33 x 330 cm

 
리모와나 마세라티에서 연락은 오지 않았나. 
“작품 제작용으로 리모와가 많이 필요해 대량 구매하면 좀 깎아줄 수 있느냐고 했더니 오히려 법무팀을 통해 나를 고소했다. 자신들의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는 이유였다. 중동 문양을 입히는 것에 대한 민감한 반응이었다. 이런 법적 소송은 작품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드는 비용인 것 같다.” 
 
고딕 양식에도 관심이 많다. 
“고딕은 유럽에서 500년간 성행한 양식이다. 유럽을 대표하는 스타일이다. 고딕 양식에 한정하자면 중세가 발전하는 봄이었고, 요즘은 가을이나 겨울로 접어든 쇠퇴기다. 유럽 작가로서 고딕 양식을 찬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다른 하나는 과거와의 경쟁이다. 사람들은 예전의 고딕 양식을 요즘과 비교하면서 ‘이런 위대한 건물은 다시 못 만든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옛날에 없던 컴퓨터 기술을 갖고 더 나은 것을 만들기 위해 밀어붙이고 싶은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예술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
“옛날 사람들은 컴퓨터가 없어도 이 정도를 만들었다. 기술이 발전하면 건축이든 아트든 더 맥시멀해지고 더 재미있어져야 한다. 그런데 요즘 것들을 보면 당시보다 발전하지 못한 것 같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거리도 없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아트는 퇴보하는 것 같다. 미니멀리즘은 심지어 도망간다는 느낌이다. 갤러리는 왜 오락성을 주지 않는가. 사람들은 갤러리에 왔을 때 재미있는 척만 할 뿐이다. 영화관에 가서는 울고 웃는데. 예술은 예전에는 모든 사람들 위한 것이지만 지금은 부자들만을 위한 것 같다. 아트는 공유하는 문화가 돼야한다. 나는 과거를 사랑하고 과거와 경쟁하는 선순환구조를 꿈꾼다.” 
 
어떤 작업을 새롭게 구상하고 있나.
“대리석 작업이다. 화이트 마블을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커팅한다. 사람의 손기술로 할 수 없는 복잡한 패턴을 만들고 싶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갤러리현대·스튜디오 빔 델보예 © Studio Wim Delvoye, Belgium. Courtesy the artist and Gallery Hyund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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