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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 틈새 좁히는‘톱싯’… 1000점 만점에 한국은 185점

한국 대학생의 ICT 역량 현주소
중앙대 학부생은 전공과 관계 없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는다. 박진완 융합공학부(디지털이미징 전공) 교수(가운데 목도리한 사람)의 지도로 학생들이 미디어아트 프로그래밍 제작을 실습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중앙대 학부생은 전공과 관계 없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는다. 박진완 융합공학부(디지털이미징 전공) 교수(가운데 목도리한 사람)의 지도로 학생들이 미디어아트 프로그래밍 제작을 실습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한양대 공과대 소프트웨어전공 4학년 제갈지혜(23)씨는 이번 겨울방학 기간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있는 테크 스타트업(기술 관련 신생 벤처) ‘피플스페이스’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그는 “기획부터 알고리즘 구상,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몸으로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갈씨는 이미 삼성전자 취업이 확정된 산학장학생. “1학년 때부터 여러 기업에서 진행하는 알고리즘 테스트도 응시했고, 대학생 프로그램 경진대회(ACN-ICPC) 등에도 도전해봤는데 인턴활동을 하는데 톱싯이 큰 도움이 된 거 같다”고 말했다.
 
 톱싯이란 TOPCIT(Test Of Practical Competency in ICT, 정보통신분야 역량지수 평가)을 말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주관해 2014년부터 시행한 테스트다. 4년제 대학 컴퓨터·소트프웨어 전공 학생이나 공군·육군에서 정보통신(ICT) 분야 업무를 맡고 있는 군인·군무원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렀다. 2014년부터 총 3만여 명이 시험을 봤다. 제갈씨는 지난해 10월 정기 시험에서 여자 응시생 중 1위였다.
 
SW 전공자 실무형 테스트 점차 확대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등 기존의 테스트는 ICT 분야 지식을 묻고 측정하거나 문제 상황을 주고 이를 해결하는 코딩 능력을 본다. 2011년부터 톱싯의 개발에 참여한 김성조 중앙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프로젝트나 인턴십 등을 통해 직접 현장에서 체험한 과제 해결 능력도 주요 평가 항목”이라고 말했다. 시험 문제 개발엔 국내 IT 분야 기업 종사자들이 참여한 것도 특징.  
 
 더존IT그룹의 이강수 부사장은 “대학에서 소프트웨어를 배운 전공자들이 취업해 산업계 현장에서 일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도록 실무 역량을 키워주려는 시험이 톱싯”이라고 설명했다. 더존IT그룹이 매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을 포함해 230~240명을 신입사원으로 선발하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톱싯을 치르게 한 뒤 이들의 부서와 업무를 배치하는데 참고를 하기도 한다. 이 테스트는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만이 아니라 데이터베이스 구축·운영 능력, 네트워크 보안이나 IT 비즈니스, 프로젝트 관리 등의 영역도 포괄적으로 측정한다. 이 부사장은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톱싯이 평가하려는 내용은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업무 내용과 상당부분 일치한다”고 말했다.
 
“기업 현장 경험 없으면 다소 어려워”
이 테스트는 이미 지난해 미국·태국·몽골·베트남·필리핀에서도 치러졌다. 미국에선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있는 새너제이주립대 소프트웨어전공 대학생 46명, 태국과 몽골에선 중앙부처 IT분야 공무원이, 베트남과 필리핀에선 대학생이 각각 응시했다.  
 
 특히 사전에 기출문제 등을 풀어보지 않고 곧바로 응시한 새너제이주립대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268.9점이었다. 한국 대학생의 평균(184.5점)보다 높았으며, 미국 학생들은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데이터베이스 설계·프로그래밍·운영에서 한국 학생들보다 뛰어났다. 538점을 받은 치락 파텔(반도체 회사 ‘램 리서치’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취업)은 “기업 현장 경험이 없으면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시험이 톱싯”이라고 말했다. 시험주관 기관인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정재훈 수석은 “새너제이주립대가 미국 내 IT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대학이 아닌데도 미국 대학의 교육이 산업계 현장과 맞닿아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톱싯은 소프트웨어 전공 대학생이라면 의무적으로 봐야 하는 시험은 아니다. 중앙대나 부산대 등 11개 대학이 이 성적을 졸업자격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한전KDN 등 6개 공공기관과 SK·NC소프트·롯데·하나·동부·코오롱·현대백화점 등 36개 기업이 신입사원 채용 때 가점을 주고 있다.
 
 이종민 동의대 컴퓨터 소프트웨어공학과 교수는 “아무래도 대학에선 요소 기술 위주로 가르치다보니 실제 업무 상황에서 벌어지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프로젝트 관리 같은 부분에선 학생들의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학생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부분을 좀 더 추가해 가르쳐야 할지 알 수 있다는 게 이 테스트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톱싯 성적이 좋은 학생은 인턴으로 기업 현장에 가서도 잘 적응하고, 취업도 잘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동의대는 3·4학년을 대상으로 매년 40~50명씩 단체 응시를 하게 한다.
 
IT 분야 포괄적 역량 측정은 약점
군도 톱싯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군은 소프트웨어분야 우수 인력을 선발하는데 톱싯 성적을 반영한다. 국방부는 지난해 ‘제1호 국방부장관상’ 수상자로 군 최고득점자인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문병무 해군중령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 테스트의 만점은 1000점. 지금까지 가장 높은 수준(5수준, 900~1000점)에 도달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개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네트워크 보안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마찬가지로 뛰어나기 쉽지 않아서다. 이런 측면에서 톱싯의 최대 약점은 영역이 포괄적이라는데 있다. 톱싯에 응시한 한 학생은 “IT 분야 전문가는 상당히 세분화돼 있는데 톱싯은 포괄적인 역량을 측정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험 방식이 CBT(Computer Based Test, 컴퓨터 기반 시험)라는 것도 한계다. 응시생을 시험장에 모아놓고 시험장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깔아 테스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응시생들은 매년 두차례 있는 정기 시험 외에 수시 응시가 쉽지 않다. 토플이나 토익처럼 iBT(internet Based Test, 인터넷 기반 시험) 체제로 가야 시험이 일반화될 수 있다. IT 소프트웨어 전공자가 아닌 비전공자가 도전하기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안성진 성균관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는 “IT 활용 능력은 전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이라며 “비전공자도 도전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톱싯(TOPCIT)=ICT(정보통신) 분야 종사자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산업현장에서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요구되는 역량을 진단하는 테스트. 대학과 산업체의 요구가 반영된 시험이 개발돼 2014년부터 단편적인 지식이나 이론이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문제해결력을 측정한다. 총 65개 문항으로 1000점 만점이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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