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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에 맞설 힘은 지역 상생”…신촌에 실험 매장 낸 무인양품 한국 대표 나루카와 타쿠야 인터뷰

“버리고 또 버리다 보니 마지막엔 '무인양품(無印良品)' 만 남았다.”
 
'미니멀리스트'로 유명해진 일본의 주부 야마구치 세이코는 주저 없이 무인양품을 비결로 꼽는다. 한 기업 브랜드에 불과했던 무인양품은 그가 쓴 책 『무인양품으로 시작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비롯해 최소한의 물건으로 사는 '미니멀 라이프'를 위한 각종 지침서에 빠지지 않는 이름이 됐다.
 
상표 없는 좋은 품질의 제품이란 뜻을 가진 무인양품은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각종 생활용품을 비롯해 의류와 가구, 식재료 등 7000개가 넘는 품목을 만들어 판다. 일본어로 ’무지루시료힌 ‘이라 읽다 보니 줄여서 ’무지(MUJI) ‘라 부른다.
 
지난달 28일 문을 연 무인양품 신촌점. 책방과 자수공방 등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했고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등 지역 상생형 매장으로 운영한다.[사진 무지코리아]

지난달 28일 문을 연 무인양품 신촌점. 책방과 자수공방 등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했고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등 지역 상생형 매장으로 운영한다.[사진 무지코리아]

 
무인양품의 시작은 PB(자체브랜드)였다. 1980년부터 일본 대형 슈퍼마켓 세이유에서 팔다 1989년 양품계획이라는 회사를 따로 차려 독립 브랜드가 됐다. 일본 전역과 미국과 중국, 인도 등 해외 24개 나라에 진출해 총 935개 매장을 두고 있다. 2004년 생긴 한국 법인 ’무지코리아‘는 롯데상사가 지분 40%를 가진 합작회사 형태다. 국내에선 지난해 1100억원 매출을 올렸고 현재 28개 오프라인 매장(온라인 매장은 1개)을 운영하고 있다.
 
무인양품은 최근 한국에서 영업방향을 바꿨다. 지역 상생을 표방한 것이다. 지난달 28일 문을 연 서울 신촌점이 그 첫 무대다. 1652㎡(약 500평) 규모로 국내 매장 가운데 가장 크다. 기존에 볼 수 없던 자수 서비스나 독서 공간 등을 도입했고 지역 주민을 위한 다목적홀 등을 만들었다.
 
지난달 28일 오픈한 무인양품 신촌점의 '무지북스' 코너. 제품 철학에 맞는 내용의 책을 판매한다. 장진영 기자

지난달 28일 오픈한 무인양품 신촌점의 '무지북스' 코너. 제품 철학에 맞는 내용의 책을 판매한다. 장진영 기자

 
나루카와 타쿠야(46)무지코리아 대표이사를 오픈 전날인 지난달 27일 만났다. 1996년 무인양품에 입사한 그는 점포 스태프로 시작해 중국 상하이와 일본 본사를 거쳐 지난해 2월 한국에 부임했다. 그는 “온라인 쇼핑에 맞설 힘은 지역상생”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무지코리아 한국 대표이사 나루카와 타쿠야. 그는 "온라인 쇼핑에 맞설 힘은 지역과의 상생"이라 강조한다. 장진영 기자

무지코리아 한국 대표이사 나루카와 타쿠야. 그는 "온라인 쇼핑에 맞설 힘은 지역과의 상생"이라 강조한다. 장진영 기자

 
왜 지역상생을 표방하게 됐나.
 
단순히 물건만 파는 매장은 더는 살아남기 어렵다. 스마트폰으로 하는 쇼핑이 훨씬 편한데 왜 가게를 가겠나. 매장에 일부러 오는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 무지를 지역과 연결하는 창구로 활용해 공생 가치를 제안하고 싶었다. 일본 일부 매장에도 이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장소로 신촌을 택한 이유는.
 
학생들은 우리의 중심 고객은 아니지만 젊은 세대에게 지지받지 못하는 브랜드는 앞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그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한 적합한 장소라 판단했다.
 
지난달 28일 오픈한 무인양품 신촌점. 2층 '자수공방'에선 제품에 고객이 직접 고른 자수를 놓아준다. 장진영 기자

지난달 28일 오픈한 무인양품 신촌점. 2층 '자수공방'에선 제품에 고객이 직접 고른 자수를 놓아준다. 장진영 기자

 
무인양품의 철학은 무엇인가.  
 
물건으로 설명하자면 기분 좋은 생활을 돕는 최소한의 것, 생활의 기본이 되는 상품이다. 바꿔 말하면 사람들에게 필요 없는 상품은 만들지도 팔지도 말자는 거다. 상품개발 담당 시절,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걸 우리도 만들자고 제안하면 "그 상품에 소비자들이 불만이 있냐. 없다면 우리가 굳이 왜 또 만드냐" 는 답을 듣곤 했다.
 
 
그런 상품은 어떻게 만들 수 있나.
 
품질에 지장이 없지만 모양이 좋지 않아 버려지는 소재를 사용하거나 표백 등 낭비되는 공정을 줄이고 무의미한 포장을 하지 않는 식이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물건은 ‘텅 빈’ 것이다. 단순히 디자인이 심플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본질에 충실하되 사용자가 다양하게 활용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를 꼽는다면.  
 
무인양품의 사고방식을 소비자들이 좋아해 주는 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표방하는 가치는 이상적이라 완전히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옷은 무인양품을 택해도 가구는 별로라 여길 수 있다. 우리의 간소함을 좋아하는 범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파는 품목이 생활 전반을 거의 커버하고 있어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7000종류 넘는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전용 공장이 있나.  
 
따로 갖고 있는 공장은 없다. 우리가 원하는 기준을 충족한 공장을 선택해 물건을 만든다. 오랜 기간 계약을 맺고 거래하는 곳들이다. 베트남 등 아세안 지역과 중국에서 많이 생산한다. 전용공장도 고민했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가 그 공장 전체의 운명을 좌우하게 되는 입장이라 바람직하지 않다 판단했다.
 
올해 1월 중국 선전에 문을 연 무인양품의 '무지호텔' [사진=무지호텔]

올해 1월 중국 선전에 문을 연 무인양품의 '무지호텔' [사진=무지호텔]

 
최근 호텔 사업에도 진출한 이유는
 
무인양품은 사회가 곤란해하는 문제에 대답을 낼 수 있으면 해보자는 주의다. 무지헛(조립식 주택 판매) 사업도 그런 취지에서다. 호텔은 마음 편히 쉬기엔 비싸고 일본 비즈니스호텔은 좁다.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진출했다. 무지 호텔은 성수기, 비성수기 상관없이 가격이 똑같고 전용 사이트에서 예약을 받아 수수료가 들지 않는다. 올해 중국에 문을 열었고 내년엔 일본에도 생기는데 한국에도 도입하고 싶다.
 
 
일본 매장에는 식품 분야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도 변화가 생기나.
 
식품 쪽은 앞으로 중점적으로 키울 영역이다. 일본 매장에선 약간 구부러진 오이 등 규격에서 탈락했지만 먹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식재료를 판다. 아깝게 폐기되는 것보다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갈 수 있으면 좋다고 판단했다. 한국에서도 식품 판매를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있는데, 법에 따라 들여올 수 있는 상품부터 취급하고 있어 일본보다 종류가 적다. 수입 규모도 키울 계획이고 한국 생산도 고려하고 있다.
 
도쿄 무인양품 유라쿠쵸점 1층 매장. 지난해 7월 무인양품에선 처음으로 청과매장을 도입했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농작물 등을 산지 직송판매하는 등 300종류의 식품을 판매한다. [사진 무인양품]

도쿄 무인양품 유라쿠쵸점 1층 매장. 지난해 7월 무인양품에선 처음으로 청과매장을 도입했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농작물 등을 산지 직송판매하는 등 300종류의 식품을 판매한다. [사진 무인양품]

 
한국 매장의 상품 가격이 비싸다는 소비자 의견도 있다.  
 
기본적으로 일본에서 수입해 가져오기 때문에 붙는 비용이 있고 자세히 언급할 순 없지만 한국에서도 유통 구조상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비용이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선 규모를 키워 보다 많은 제품을 들여오거나 한국에서 만드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이려 고민하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기업은 물건은 많이 팔아야 유지되는데 불필요한 것은 안 판다는 무인양품 가치관이 모순으로 들리기도 한다.
 
많이 팔고 싶다는 생각은 할 수 있다. 다만 적어도 팔면서 소비자에게 필요 없는 걸 사게 했다는 생각을 주고 싶진 않다. 쓰레기를 만들지 말자는 건데 한편으로 그렇게 되면 사람들의 소비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항상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하지만 그런 딜레마가 무인양품이 더 좋은 상품을 내놓도록 이끄는 중요한 힘이다.
 
강나현 기자 kang.nahyun@joongang.co.kr  
 
 
☞나루카와 타쿠야(成川卓也) 무지코리아 대표이사=1996년 일본 무인양품에 입사해 점포 스태프로 시작했다. 점장과 지역 전체를 관리하는 매니저를 ,2012년에는 중국 상해에서 영업개혁 담당업무를 맡았다. 2015년 일본 본사로 돌아와 의복잡화부 개혁 업무를 진행했고 2017년 2월 무지코리아 대표이사로 발령 받았다.
 
 
 
◇무인양품(無印良品) 은  
-1980년 12월, 일본 대형 슈퍼마켓 체인 세이유의 PB로 출발  
-1989년 세이유에서 독립, 주식회사 양품계획 설립  
-생활용품과 식료품,가구,조립식 주택 등 7000여 품목 판매
-일본 전역과 미국ㆍ영국ㆍ중국ㆍ인도 등 해외 24개국 진출  
-매장 수 : 935개 (일본 454개 해외 481개, 올해 2월 기준)  
-연간 매출 : 3332억 8100만엔(3조4000억원ㆍ2016년 기준)              
-2004년 한국법인 ‘무지코리아’ 설립(롯데상사 지분 40%, 일본 본사 지분60%)
-지난해 한국 매출 1100억원ㆍ현재 28개 오프라인 매장(온라인 매장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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