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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눈 있는 곳이 법당” 이상호도 찾는 보드 스님

호산 스님이 지난 2008년 하프파이프 슬로프에서 묘기를 선보이는 모습. 그는 ‘달마오픈’ 대회를 15년째 열고 있다. [연합뉴스]

호산 스님이 지난 2008년 하프파이프 슬로프에서 묘기를 선보이는 모습. 그는 ‘달마오픈’ 대회를 15년째 열고 있다. [연합뉴스]

2일 강원도 평창의 휘닉스 스노우파크 하프파이프 경기장. 법복을 입은 한 스님이 보드를 타고 슬로프를 내려왔다. 예사롭지 않은 몸놀림. 주인공은 이름이나 법명보다 ‘스노보드 타는 스님’으로 잘 알려진 서울 수국사 주지 호산(53) 스님이다. 그는 제15회 달마오픈 스노 페스티벌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경기가 열린 이날, 전주자(경기 전 슬로프를 미리 타는 사람)로 나섰다. 그는 2003년 스노보드 국내 최고 권위 대회인 ‘달마오픈’을 창설해 운영 중이다. 이 대회를 통해 실력을 알렸고 올림픽까지 출전한 이광기(전북체육회)·김호준(CJ)·권이준(한국체대) 등이 올해도 총출동했다. 평창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이상호(한국체대)는 1일 생활체육부문 시상자로 나섰다. 호산 스님은 “대회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스노보드에서 올림픽 메달리스트까지 배출해 보람 있다”며 기뻐했다.
 
호산 스님. 평창=김경록 기자

호산 스님. 평창=김경록 기자

스노보드 국가대표 선수들이 더 찾는 대회, ‘달마오픈’의 시작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산 스님이 경기도 남양주시 봉선사 재무국장이던 당시, 사찰 인근 포천 베어스타운 스키장 대표가 무사고를 비는 기도를 부탁해 왔다. 대표는 고마움의 표시로 마음껏 스키장을 이용하도록 해 줬다. 그렇게 스노보드에 입문한 그는 젊은 스노보더들에게 짜장면을 사 줘 가며 기술을 배웠다. 그는 “스노보더들에게 사정을 들어 보니 비인기 종목이라 대회가 없었다. 스노보드 타는 사람으로서 ‘선수들이 기량을 발휘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03년 첫 대회가 열렸다. 대회명인 ‘달마오픈’은 당시 상영 중이던 영화 ‘달마야 놀자’에서 따왔다.
 
평창 은메달리스트 이상호. [연합뉴스]

평창 은메달리스트 이상호. [연합뉴스]

총상금 1000만원으로 사비를 털어 시작한 대회가 15회까지 왔다. 지난해부터 대한스키협회가 공동 주관한다. 국제스키연맹(FIS)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국제대회로 승격됐다. 총상금도 1억원까지 늘었다. 조계종 포교원에서 운영비 일부를 부담하고 19개 사찰이 후원한다. ‘달마오픈’은 ‘꿈나무 선수’에게 통과의례 같은 대회다. 호산 스님은 유망주로 구성된 ‘달마팀’도 운영하고 있다. ‘달마팀’ 소속 권이준은 2015년 3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이광기도 2014년 1월 월드컵에서 처음 톱10에 들었다.
 
지난 1일 달마오픈 시상식에서 호산 스님에게 평창올림픽 은메달을 걸며 감사 인사하는 이상호(오른쪽). [사진 호산 스님]

지난 1일 달마오픈 시상식에서 호산 스님에게 평창올림픽 은메달을 걸며 감사 인사하는 이상호(오른쪽). [사진 호산 스님]

호산 스님과 이상호의 인연도 5년째다. 두 사람은 달마팀 알파인 국가대표인 정해림을 통해 처음 만났다. 호산 스님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오대산 월정사를 찾아 이상호 등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이상호는 “스님 성원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국내 대회가 많지 않던 스노보드 알파인도 올해부터 달마오픈 종목으로도 채택돼 선수들이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이 열렸다. 이상호는 지난 1일 대회 시상식에서 호산 스님에게 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어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수국사 호산스님이 2일 강원도 평창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제15회 달마배 스노대회에서 보드를 타고 있다. 평창=김경록 기자

수국사 호산스님이 2일 강원도 평창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제15회 달마배 스노대회에서 보드를 타고 있다. 평창=김경록 기자

“오늘날에는 수행의 길을 닦는 것만큼이나 인연이 닿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게 호산 스님의 생각이다. “눈이 있는 자리가 곧 법당”이라는 그의 정성이 스노보드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올림픽 메달이라는 결실을 봤다. 그는 ‘꿈나무들이 꿈을 이루는 대회’라는 ‘달마오픈’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자고 항상 마음을 다잡는다. “초등학생 선수들을 보면서 매년 대회를 기다린다”는 그는 “한국 설상 종목은 이제 시작이다. 멀고 험한 길을 가는 선수들에게 (달마오픈이) 용기를 주는 대회가 되길 바란다. 선수들이 늘 아끼는 대회로 함께 성장해가겠다”고 말했다.
 
호산 스님. 평창=김경록 기자

호산 스님. 평창=김경록 기자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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