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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사람 만지는 의사냐 기계 다루는 기술자냐

기자
유재욱 사진 유재욱
유재욱의 심야병원(13)
오늘의 연주곡은 드라마 ‘하얀거탑’의 OST 중 김수진 작곡의 ‘B Rossette’이다. 이곡은 도입부부터 현악기가 긴박한 리듬을 연주하며 청중을 압도한다. 그 위에 더해지는 바이올린 솔로의 선율은 마치 ‘미지의 운명 앞에 홀로 나’를 보는 듯한 상상을 하게 한다. 연주는 비올리스트 용재 오닐이 이끄는 앙상블 디토의 연주다.  
 
 
극 중에서 수술방에서 수술하는 장면에 자주 나오는 이 음악은 오랜 시간이 흐른 요즘도 클래식 무대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이곡의 제목 ‘B Rossette’의 탄생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B Rossette이라는 제목은 드라마 중 “장준혁 과장님 B Rosette!”하고 호출하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의미는 “B 수술실!”하고 외치는 응급 콜이다. Rossette는 원래 장미 ‘Rose’에서 유래했다. 컨트롤 룸이 가운데 있고, 룸 중심으로 둥글게 펴져 있는 수술방을 장미꽃잎처럼 생겼다고 해서 Rosette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그것이 음반 제작자의 오타로 ‘s’가 하나 더 붙어 ‘Rossette’이 되었는데, 마치 고유명사처럼 되어버렸다고 한다.
 
‘하얀거탑’은 2007년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드라마로 11년이 지난 오늘날 리마스터돼 화제다. 명배우들의 인생 연기와 의료현장의 생생한 표현도 인기 역주행의 원인이지만 하얀거탑만의 남다른 매력이 요소요소에 묻어있다. 나도 10여년 전에 봤던 드라마인데도 또 봐도 재미있다. 특히 정치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고도의 심리묘사와 삶을 관통하는 촌철살인의 명언, 그리고 극 중에서 우용길 부원장을 연기한 김창완의 눈빛 연기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천재 의사 vs 인간적인 의사
드라마 `하얀거탑`의 한 장면.

드라마 `하얀거탑`의 한 장면.

 
이 드라마를 보면서 주위 친구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것이 ‘과연 외과 과장이라는 자리가 그렇게 목숨을 걸고 차지하려 할 정도로 대단한 자리냐?’에 대한 의문이다.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줄거리가 ‘외과 과장이 되기 위한 천재 외과 의사의 끊임없는 욕망과 암투’를 그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 실정과는 조금 다르다. 원래 하얀거탑의 원작은 1963년 일본의 소설가 야마사키 도요코가 쓴 소설로 지금 한국과는 시대와 장소가 다르다. 일본의 대학병원은 도제(徒弟) 시스템으로 한명의 과장이 종신으로 군림하면서 모든 권력을 누린다. 반면 한국의 경우 과장은 종신으로 하지 않고 돌아가면서 맡는 경우가 많고, 일본처럼 큰 권력을 가지지도 않기 때문에 드라마에 그려지는 모습과는 다르다.
 
이 드라마는 천재 외과 의사 장준혁(김명민 분), 인간적인 내과 의사 최도영(이선균 분)의 대립이 주요 내용이다. 장준혁은 실력과 권력에 대한 욕망을 동시에 갖춘 천재 외과 의사다. 다소 환자들에게 냉정하게 대하기도 하지만 실력 하나는 제일이다. 극 중에서 외과 과장 이주완(이정길 분)이 “그 친구는 실력 하나는 뛰어난 친구야”라고 장준혁을 평가하는 대사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다. 
 
 
의과대학에서는 환자의 치료에 대해 냉철한 판단을 하기 위해 지나친 감정이입이나 연민을 경계하도록 가르친다. [중앙포토]

의과대학에서는 환자의 치료에 대해 냉철한 판단을 하기 위해 지나친 감정이입이나 연민을 경계하도록 가르친다. [중앙포토]

 
반면 내과 의사 최도영은 지극히 인간적인 의사다. 환자와 함께 아파하고, 환자 때문에 고뇌한다. 드라마에서는 이 두 명의 동창생을 선(善)과 악(惡)으로 대립시킨다. 하지만 이 두 명을 흑과 백의 논리로 봐서는 안 될 것이다. 두 사람은 의사이고, 의사의 본질은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다. 만약 당신이 큰 병에 걸려서 목숨이 위태로워졌고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상상해보자. 
 
불친절하지만 냉철한 판단으로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있는 의사에게 치료를 받겠는가, 아니면 환자에게 너무 연민을 느끼는 나머지 치료를 선택함에 고뇌하는 의사를 선택하겠는가. 의과대학에서도 환자의 치료에 대해 냉철한 판단을 하기 위해 지나친 감정이입이나 연민은 경계하도록 배운다. 물론 실력도 있고 인격도 좋은 의사가 가장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과학자 아닌 치료하는 의사돼야  
의사는 '병'을 치료하는 과학자이기 전에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마음 속 깊이 새겨두어야 한다. [사진 freepik]

의사는 '병'을 치료하는 과학자이기 전에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마음 속 깊이 새겨두어야 한다. [사진 freepik]

 
드라마에서 외과 과장 이주완(이정길 분)은 공명심으로 무리한 수술을 강행하며 해외학회에 발표하고자 하는 장준혁에게 일갈한다. “논문에 나온 통계학적 판단만 믿는 의사는 환자에 대한 배려는 없이 오로지 병만 치료하고자 하는 기술자적 마음이 앞서는 것이다. 너는 사람을 만지는 의사가 될 것이냐 아니면 기계를 다루는 기술자가 될 것이냐?”
 
의사는 ‘과학자’이기 전에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다. 현재를 사는 의사나, 앞으로 미래를 이어받을 의사도 마음속에 깊이 새겨두어야 하는 명제이다.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artsmed@naver.com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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