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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올림픽 특수? MB 대박, 朴은 쪽박

2010년 3월 3일 이명박 대통령이 밴쿠버 겨울올림픽 한국 선수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이 오찬장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금메달리스트 모태범 선수로부터 선물받은 고글을 쓰고 스케이팅 포즈를 취하자 부인 김윤옥 여사와 김연아 · 이상화 선수가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중앙포토]

2010년 3월 3일 이명박 대통령이 밴쿠버 겨울올림픽 한국 선수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이 오찬장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금메달리스트 모태범 선수로부터 선물받은 고글을 쓰고 스케이팅 포즈를 취하자 부인 김윤옥 여사와 김연아 · 이상화 선수가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중앙포토]

 
“메달을 따면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하던데요” (정세균 민주당 대표)
“그래서 걱정이 되시나요. 하하” (이명박 대통령)
 
2010년 3월 3일 청와대,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있었던 대화입니다. 당시 김연아 선수를 비롯한 선수들의 선전소식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지지율도 덩달아 상승한다는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올림픽과 대통령 지지율을 '밀월 관계'라고 봅니다. "올림픽 금메달 소식이 나올 때마다 대통령 지지율이 0.5~1%는 오른다"는 말도 있습니다. 정말일까요?
 
2006년 독일월드컵부터 지난 리우 올림픽까지 동‧하계 올림픽 및 월드컵 기간 전후 대통령 지지율을 조사해 봤습니다. 그 결과 실제 대통령 지지율이 행사 당 평균 2.2%포인트가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독일 월드컵 전후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율 추이

독일 월드컵 전후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율 추이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올림픽 폐막식 후 지난달 26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65.7%로, 올림픽 전인 62.9%(2월 8일 발표)보다 2.8%포인트가 올랐습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폐회식이 열린 25일 강원도 평창군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8 평창겨울올림픽 폐회식이 열린 25일 강원도 평창군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열심히 뛰는 것은 선수들인데 왜 대통령이 지지율 특수를 누릴까요? 전문가들은 '내셔널리즘'을 그 이유로 꼽습니다. 올림픽과 월드컵이 국가 대항전으로 치러지다 보니, 내부의 불만이나 갈등이 사그라지고 ‘애국심 마케팅’에 따라 국민 결집력이 상승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기간에는 ‘휴전’을 선포하기도 합니다. 청와대를 공격해봐야 헛수고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평창 동계 올림픽 전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추이

평창 동계 올림픽 전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추이

 
올림픽으로 기사회생한 MB 
임기가 5년인 우리나라 대통령은 대체로 임기 중에 동·하계 올림픽과 월드컵을 최소 한 번씩 거칩니다. 시운(時運)이 좋으면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단순히 2~3%라는 숫자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인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입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촛불시위가 3개월 가까이 이어지며 막 임기를 시작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전직하했습니다. 정국을 반전시키는데 안간힘을 쓰던 청와대에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 된 것이 바로 올림픽이었습니다.
 
2008년 7월 19일 오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마친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서울 종로 거리를 지나는 시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2008년 7월 19일 오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마친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서울 종로 거리를 지나는 시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그해 8월 열린 베이징올림픽에서 야구·수영·역도 등에서 ‘금’소식이 쏟아지며 국민적 열기가 뜨거워졌고, 여론도 자연히 올림픽에 집중됐습니다. 올림픽 직전 23.1%이었던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림픽 폐막 직전인 8월 21일 35.2%까지 치솟았고 8월 28일 무렵엔 29.1%를 기록했습니다. 
 
23일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린 한국 대 쿠바의 야구 결승전 후 승리한 선수들이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베이징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23일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린 한국 대 쿠바의 야구 결승전 후 승리한 선수들이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베이징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당시 여론조사를 시행한 ‘리얼미터’는 “실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3명꼴인 31.1%가 올림픽 성적이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지율도 지지율이지만, 당시 청와대 입장에서는 촛불시위의 충격에서 벗어나 정국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올림픽이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후 1년 동안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까지 올라갔습니다.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이 때문에 “촛불시위 등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였는데 올림픽의 선전이 이를 돌파하는 동력이 됐다”고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기간 대형 스포츠 행사와 지지율 추이. 이 전 대통령은 주요 정치적 위기마다 올림픽으로 분위기 흐름을 바꿨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기간 대형 스포츠 행사와 지지율 추이. 이 전 대통령은 주요 정치적 위기마다 올림픽으로 분위기 흐름을 바꿨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말인 2012년 여름에도 올림픽 덕을 봤습니다. 런던올림픽의 선전(종합 5위, 서울올림픽 이후 가장 좋은 성적)으로 지지율 하락세가 일시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MB 시기엔 야구도 금메달을 따고, 김연아·박태환 등 월드클래스 급 천재 선수들이 쏟아져 나와 '올림픽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참 운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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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특수가 '마이너스'였던 朴
반면 후임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스포츠와는 지독히 인연이 없었던 편에 속합니다. 올림픽과 월드컵 때 오히려 지지율이 뒤로 후퇴하는 기현상이 벌어졌으니까요.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 때는 0.9%포인트(34.6%→33.7%)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5.3%포인트(48.7%→43.4%)가 각각 빠졌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기간 거대 스포츠 행사와 지지율 추이. 박 전 대통령은 스포츠 특수를 거의 누리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기간 거대 스포츠 행사와 지지율 추이. 박 전 대통령은 스포츠 특수를 거의 누리지 못했다.

리우 올림픽 땐 기대를 모았던 축구·핸드볼·배구 등이 모두 메달을 따지 못했는데요, 한국이 단체 구기 종목에서 노메달에 그친 것은 1972년 뮌헨 올림픽 후 44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게다가 획득한 9개의 금메달 중 6개가 한국의 독무대로 평가되는 양궁·태권도에서 나오는 '편중 현상'이 뚜렷해져서 여러모로 흥행에 실패한 올림픽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브라질 월드컵 역시 특수를 누리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1무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데다가 홍명보 당시 감독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인맥 논란'이 불거지며 대표팀에 대한 비난이 높았습니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14년 7월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브라질 월드컵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국가대표팀 감독직 사퇴를 발표했다.[연합뉴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14년 7월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브라질 월드컵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국가대표팀 감독직 사퇴를 발표했다.[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역대 대통령들의 희비와는 별개로, 전문가들은 "스포츠 특수로 얻은 지지율은 금세 '요요현상'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합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올림픽 기간에 지지율이 오르는 것은 일종의 이벤트 효과로, 장기간 지속되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월드컵 전후 지지율이 34.7%에서 45.9%로 상승했지만,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다시 36.7%(2002년 5·7·8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로 되돌아 왔습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디자인=유채영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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