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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샤인'의 피아니스트 "완벽 아니라 행복 위해 연주"

영화 '샤인'의 실제 모델인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 [사진 다큐멘터리 '데이비드 헬프갓입니다!']

영화 '샤인'의 실제 모델인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 [사진 다큐멘터리 '데이비드 헬프갓입니다!']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71)은 무대에서 피아노까지 뛰어서 간다. 구부정한 자세로 피아노 앞에 서서 객석에 인사를 하는 대신 엄지손가락 두 개를 들어 흔든다. 웃는 얼굴로 재빠르게 피아노 의자에 앉아 뭔가를 중얼거린다. “더욱 행복하게.” “항상 똑같은 데이비드.” 이렇게 알 수 없는 말을 반복해서 내뱉은 후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연주를 하면서도 그의 입에선 짧은 단어들이 계속 튀어나온다.  

영화 '샤인' 실제 주인공 데이비드 헬프갓 인터뷰

 
1997년 나온 영화 '샤인'.

1997년 나온 영화 '샤인'.

 
헬프갓은 1997년 영화 ‘샤인’의 실제 주인공이다. 호주 태생으로 어린 시절에 연주 실력으로 인정받았던 헬프갓은 영국 왕립 음악원에서 정신 이상 증세를 보였다. 피아노 연주에 대한 아버지의 강압적인 태도, 성공에 대한 압박 등의 결과였다. 20여 년 동안 정신병원을 들락거렸지만 낫지 않았다. 호주 퍼스의 한 오페라단 연습 피아니스트로 일하던 그는 영화 ‘샤인’의 세계적 성공 이후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헬프갓은 무대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같은 말을 반복하고,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피아노를 연주할 때 기분이요? 행복해요. 행복하죠. 아주 행복해요.” “연주를 마치고 나면? 만족해요. 만족이죠. 지금 수첩에 만족이라고 썼네요?” 차분하게 일상적 대화를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음악 얘기가 나오면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기분을 이야기했다.
 
함께 무대에 서곤 하는 피아니스트 로드리 클라크(왼쪽)와 함께 한 헬프갓. [사진 피아니스트 스텔라 애숙 백]

함께 무대에 서곤 하는 피아니스트 로드리 클라크(왼쪽)와 함께 한 헬프갓. [사진 피아니스트 스텔라 애숙 백]

 
인터뷰는 부인 길리언 헬프갓(86)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점성술사인 길리언은 1983년 헬프갓을 만났고 두 번째 만남에서 청혼을 받아 결혼했다. 2016년 나온 다큐멘터리 ‘데이브 헬프갓입니다!(Hello I Am David)’에서 길리언은 “데이비드의 삶에서 먹구름을 걷어간 사람”으로 언급돼 있다.
 
“데이비드의 연주 자체는 비평가들의 표적이 된다. 왜 무대 위에서 중얼거리느냐, 테크닉적으로 완벽하지 않았다는 등 비평이 나온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청중 얼굴을 보면 웃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다. 피아노 앞으로 뛰어나와서 웃으며 연주하는 데이비드의 행복함을 다 함께 느끼는 거다.” 길리언은 “데이비드는 평소에도 만나는 사람 전부가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고자 하는 열망에 휩싸여있다”고 했다. 무대 위에서도 그는 완벽함보다 행복함을 위해 연주한다.
 
데이비드는 호주 글레니퍼의 조용한 동네에서 살며 내킬 때 피아노를 치고, 가장 좋아하는 수영을 하면서 지낸다. 길리언은 “하나에 집중하는 성향 때문에 수영이든 피아노 연주든 시작하면 하루에 6~7시간씩 하곤 한다”고 했다. 연주는 한 해 40~50회로 제한한다. 길리언은 “‘샤인’이 성공하고 나서 자칫하면 유명인이 된 기분에 휩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저 ‘길리언과 데이비드’로 살자고 다짐했다”고 했다. 
 
유럽과 북미에서 ‘믿거나 말거나’식의 신기한 인물을 보여주는 TV쇼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거절했던 이유다. 대신 만족과 즐거움을 위한 무대를 계속한다. 길리언은 “세계적인 특급 공연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데이비드의 공연에서 느낄 수 있다”며 “긴장감 속에 ‘이제 연주해볼까’하고 음악을 시작하는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몸과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흘러다니는 음악을 풀어놓는 피아니스트가 데이비드다”라고 소개했다.
 
헬프갓의 아내일 길리언 헬프갓.

헬프갓의 아내일 길리언 헬프갓.

 
데이비드 헬프갓은 1997년 2004년에 이어 14년 만에 세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3일 오후 5시 서울 상명아트센터, 7일 오후 7시 용산아트홀 대극장 ‘미르’에서 공연한다. 영화 ‘샤인’의 중요한 음악이었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피아노 반주로 협연하고 리스트 헝가리안 랩소디 2번을 들려준다. 한국계 피아니스트 스텔라 애숙 백도 출연해 라흐마니노프, 하차투리안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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